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집회소음 사라져 좋아” “상가 반짝효과”...국민공원 靑의 100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청와대 개방 이후 달라진 주변 풍경

“차도 사람도 쉽게 다니지 못한 곳

개방과 더불어 주변 산책 수월해져”

주민 “佛에펠탑처럼 국가차원 활용을”

최근 60~70대 노인 관광객 늘어

주차 문제·쓰레기 투기로 골머리

서촌 등 주변상가 매출 효과 미미

15일까지 방문객 157여만명 집계

헤럴드경제

지난 5월 10일 전면 개방 첫날, 시민들이 청와대 내부를 관람하고 있다. 김희량 기자


“분위기가 확 바뀌었죠. 한때 고궁과 갤러리를 찾는 젊은 여성분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60~70대 노인 분들이 주 관광객이 된 것 같아요.”

윤석열 정부 취임과 함께 열렸던 청와대도 17일 개방 100일을 맞았다. 청와대 인근에서 갤러리를 10년 가까이 운영한 A씨는 달라진 거리 풍경을 이같이 전했다. 집회 피켓과 전단, 창문을 뚫을 만큼 컸던 확성기 소리도 이제는 자취를 감췄다.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출구에서 영빈문까지 이어지는 돌담길은 청량한 매미 소리가 뚜렷하게 들리는 산책 공간으로 변모했다.

시민들도 달라진 분위기를 체감했다. 이날 청와대 앞 분수대를 찾은 60대 시민 서익선 씨는 “한때 이 근방은 차도, 사람도 쉽게 다니지 못한 곳이 아니냐”며 “개방과 더불어 주변 지역을 산책하기도 전보다 수월해져 좋다”고 말했다. 서씨는 “10월 청와대에 피는 코스모스가 예쁘다는 말이 있어 가을에 가족과 갈 계획”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A씨는 “경찰 경비 인력들이나 검문소도 사라진 만큼 긴장감 대신 조금 자유로워진 느낌이 있다”면서 “다만 고궁과 갤러리 등 문화적 취향을 즐기는 고즈넉한 분위기가 변하지 않을까 염려가 되기도 한다”고 부연했다.

헤럴드경제

청와대 개방 100일을 앞둔 지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근. 집회나 시위가 사라져 한적한 모습이다. 김희량 기자


주민들은 집회가 사라진 점을 가장 큰 변화로 꼽았다. 인근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집회 자유를 존중하지만 그 동안 소음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면서 “(대통령이 거주하지 않는 만큼) 주민들을 위해 전보다 정류장이나 교통편도 좀 더 늘어나는 등 변화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금과 같은 청와대의 인기가 반짝 효과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인근에서 50년 넘게 거주한 주민 윤학구(71) 씨는 “반짝 1~2년 지방 관광객만 왔다 가는 정도에 그치지 말고 이 문화적 유산을 프랑스 에펠탑처럼 국가적 차원에서 제대로 활용했으면 싶다”고 말했다.

윤씨는 “사람이 몰리다 보니 주민 입장에선 늘어난 담배꽁초나 쓰레기 문제도 체감된다”면서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거나 단속을 좀 더 신경 써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덧붙였다.

A씨를 비롯한 인근 상인들은 지방 관광객들이 확실히 늘었다고 입을 모았으나, 뚜렷한 매출 증대를 체감하진 못하는 분위기다. 한식당을 운영하는 김모(62) 씨는 “개방 첫 달은 매출이 20% 정도 반짝 늘었는데 그 뒤로는 별 차이를 못 느끼고 있다”면서 “관광버스들이 통의동 쪽에도 주차할 수 있게 공간을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A씨는 “지방에서 버스를 대절해 오는 분들이 급증한 게 느껴지지만 청와대만 보고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실제 활발하게 소비하고 제대로 서촌을 누리고 가진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헤럴드경제

지난 13일 밤 청와대 대정원에서 광복 77주년 기념공연 ‘600년의 길이 열리다’가 펼쳐지고 있다. [연합]


실제 관광버스 주차장 문제는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지난 5월 약 2주 동안 청와대 개방 행사 진행 당시에는 서울시 등이 주차난 해소를 위해 관광버스 주차장 8개소 169면을 별도로 확보했으나, 현재는 운영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은 시에서 관여하는 바가 없고 현재는 관광버스 주차장을 별도로 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 등에 따르면 74년 만의 전면 개방 후 지난 15일까지 청와대를 찾은 시민은 157만7891명으로 집계됐다. 한때 사전 예약 추첨제였던 입장 신청은 온라인과 현장 접수로 가능하다. 현장 신청은 정문 종합안내소에서 만 65세 이상 어르신, 장애인, 국가보훈대상자,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루 2회(오전 9시, 오후 1시30분) 각 500명씩 가능하다.

다만 화요일인 휴관일 등을 숙지하지 못해 헛걸음하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전날인 16일 서울 성동구에서 청와대를 찾았던 신재창(83) 씨는 “사람 많은 주말을 피해 오늘 처음 온 건데 휴관 안내판도, 사람도 찾기가 어렵다”면서 “나는 인터넷이 어려운데 언제 다시 올지 기약도 없고 속상함을 안고 돌아간다”고 토로했다.

한편 문화재청은 대통령실의 위임을 받아 지난 5월부터 청와대 권역을 관리 중이다. 개방 첫날 50대 여성이 보물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을 파손해 경찰에 붙잡히는 일도 있었으나 이후 특별한 문화재 훼손 신고 건수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향후 정부는 문화체육관광부 주도로 문화재청, 대통령실 등과 협의해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할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희량 기자

hope@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