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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영의 정사신] '왜'가 빠진 이준석,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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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의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尹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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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를 향해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윤핵관으로 지목된 인사들은 이 대표의 기자회견에 어떤 입장도 보이지 않으며 사실상 무관심 전략을 쓰고 있다. 지난 13일 기자회견 중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 이 대표.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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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영화 '올드보이'의 오대수(최민식)와 영화 '달콤한 인생'의 선우(이병헌)의 공통점은 '복수'다. 오대수의 복수는 존재를 알 수 없는 대상자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면, 선우의 복수는 그 대상이 명확하다.

두 영화는 '복수' 외에도 공통점이 또 있다. '왜?'다. 오대수와 선우는 영화 내내 복수 대상자에게 '왜?'를 묻는다. 퇴근길 어느 날 갑자기 납치돼 15년을 감금돼 만두만 먹다 풀려난 오대수와 선우의 입장은 확연하게 다르다. 오대수는 존재를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돌연 감금됐으니 '그'를 찾아 복수하는데 몰두할 수밖에 없다.

반면 선우는 몸담고 있던 조직의 보스 강 사장이 복수의 대상이다. 명확한 대상이 존재한다. 강 사장(김영철)은 나이 어린 애인(신민아)이 다른 남자를 만날 경우 두 사람 모두를 처리하라고 선우에게 명령했다. 그러나 선우는 강 사장이 우려했던 장면을 목격했지만 보고하지 않은 채 일을 덮었다. 강 사장은 선우가 자신을 배신했다며 그를 죽이려다 "너 왜 그랬냐?"라고 묻는다. 극적으로 살아나 강 사장을 마주한 선우는 "말해봐요. 저한테 왜 그랬어요?"라고 묻지만,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라는 답이 돌아온다. 선우는 답답한 듯 "아니 그런 거 말고 진짜 이유를 말해봐요"라고 따진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오대수 역시 15년을 감금당했다 풀려난 날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누구냐, 너?" 이우진(유지태)은 "뭐 내가 중요하진 않아요. 왜가 중요하지"라고 답한다. '나한테 왜 그랬냐?'라고 따지지만, 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자신을 15년이나 감금했던 우진의 말에 분노한 오대수는 이유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과거의 자신을 마주한다. '왜?' 15년이나 감금됐는지를 알게 된 오대수는 우진을 찾아갔지만, 돌아온 대답은 "여기서 중요한 건 왜 15년 동안 가뒀느냐가 아니라, 왜 풀어줬냐는 거죠"라며 그 이유를 알려준다.

두 영화는 복수라는 주제지만 극의 흐름은 '왜?'라는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누군가를 향한 분노엔 분명 이유가 있는데, 영화에서는 그 왜를 찾아가는 과정이 복수라고 할 수 있겠다.

현실에서도 영화 같은 일들이 종종 벌어진다. 복수와는 거리가 있지만, 대체로 자신이 누군가에 의해 피해를 보았다고 생각하는 경우 '나한테 왜?'라는 질문을 수없이 되뇌기도 한다. 필자는 지난 13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오대수나 선우의 모습이 떠올랐다. 다만, 이 대표의 발언을 충정이거나 쇄신으로 이해하면서도 복수(?)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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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대선 후보가 의원총회에서 포옹하던 당시. /이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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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최근 일련의 사태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그리고 윤핵관 호소인들로부터 '이 새X 저 새X'라는 말까지 들었지만, 참을 인(忍)을 새겼다고 했다. 그리고 끝내 울먹이며 눈물을 보였다.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승리할 수 있도록 그렇게 발이 부르트고, 목이 쉬어라 선거운동을 했는데 도대체 왜?' 오대수나 선우가 분노한 것처럼 윤 대통령에게 이렇게 묻는 듯했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 이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계속해서 같은 말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그는 윤 대통령과 결별 선언은 아니라고 했다. 여전히 여당의 한 사람으로 윤 대통령의 성공을 바란다는 이 대표다. 동시에 윤 대통령의 인적쇄신과 윤핵관들의 험지 출마 등도 요구했다. 그렇다면 이 대표가 이처럼 윤 대통령과 이른바 윤핵관을 싸잡아 지적하는 이유는 뭘까?

그는 13일 기자회견을 포함해 1시간 넘게 질의응답을 했다. 또, 이후엔 라디오와 방송에서 수많은 말을 했다. 이 대표는 수많은 말을 했지만, 정확히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 대표 말에 '왜'가 빠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윤핵관이 비상상황을 만들어 이준석을 몰아 내려 했다'는 말 속에도 '왜'가 없다. 오히려 그가 가처분 신청 관련 "저는 법원이 절차적 민주주의와 그리고 본질적인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한 결단을 해주실 것이라 믿고 기다리겠다"가 핵심으로 느껴졌다.

'왜'가 빠져버린 이 대표의 수많은 말이 윤 대통령에게 소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봤다. "오대수는요, 말이 너무 많아요"라는 우진의 말이 윤 대통령에게는 "이준석은요, 말이 너무 많아요"로 끝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물가, 경기침체에 최근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가 서민의 목을 조르고 있다. 정치가 서민의 고통 해결에 팔을 걷어붙여도 부족하지 않은 때다. 이럴 때일수록 민생이 먼저다. 이제라도 집권여당이 권력투쟁에 매몰될 때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길 바라본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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