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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포럼] 이게 나라냐→이건 나라냐→이것도 나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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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윤석열 정부가 17일 출범 100일을 맞는다. 5년 임기의 첫걸음을 뗀 정도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국정운영 속도를 내야 할 때다.

그런데 지지율이 20%대 바닥을 기고 있으니 의기소침해질 만하다. 설상가상으로 집권여당 당대표였던 사람이 자기 눈의 들보는 애써 외면한 채 대통령을 겨냥해 '개고기' 막말을 서슴지 않으니 참담할 듯하다. 이러다가 '대통령 못해먹겠다'는 말이 나오지나 않을지 걱정스러울 정도다.

자초한 측면도 있지만 억울한 면도 없지 않다. 사실 정책만 놓고 보면 몇몇 논란에도 대부분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 타파와 열린 소통을 위한 용산 대통령실 이전, 도어스테핑은 신의 한수다.

청와대를 국민 품에 돌려준 뒤 방문객 200만명에 예약자만 900만명에 육박한다. 이런데도 야당이 아직도 집무실 이전을 시비 삼는 건 그들이 못한 걸 성취한 데 대한 열패 의식 탓이다.

도어스테핑은 정제 안 된 날것의 발언 탓에 몇 차례 물의를 빚긴 했지만 일방적인 국정 메시지 전달 대신 쌍방향 소통 채널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단 5년 만에 세계 최고 원전 생태계를 쑥대밭으로 만든 탈원전 정책을 파기한 것도 국민들이 속시원해 한다. 원전을 세월호에 빗대고, 부족한 전기는 중국·러시아에서 들여오고, 원전 없는 탄소중립이 가능하고, 탈원전을 해도 전기료 인상은 없다는 헛소리를 더 이상 안 들어도 되니 후련하다.

마차가 말을 끄는 소득주도성장 헛발질, 혈세로 만든 가짜 일자리, 대기업 때리기 규제만 양산한 반시장·반기업 족쇄 대신 '기업하는 자유'를 돌려준 민간주도성장도 방향을 잘 잡았다. 과잉 규제 혁파와 5년 내내 역주행한 법인세 모래주머니를 풀어준다고 하니 "이제야 기업할 맛 난다"고 하는 것이다.

집 가진 사람을 죄인 취급하는 징벌적 세금 폭탄을 제거하는 세법개정안도 마련했다. 총 한 방 안 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전락한 한미연합훈련을 실기동 훈련으로 되돌리고, 사드 안보 주권 회복에도 나섰다. 비정상의 정상화다.

이처럼 하나하나 정책만 놓고 보면 국민적 지지가 상당하다. 그런데도 총제적 위기에 직면한 건 당 자중지란·부실인사 탓이라는 해석이 많지만 본질적으로 더 큰 문제는 상식과 공정의 훼손이다.

일단 대통령과 이준석은 루비콘강을 건넜다. 당장 혼란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상호 불신으로 같이 갈 수 없는 사이였던 만큼 되레 당 쇄신을 위한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인사 논란도 어느 정권에나 다 있는 것이다. 후보 자질과 실력을 완벽하게 검증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전 정권처럼 국민적 저항에도 막무가내로 감싸고도는 것보다는 낙마할 사람은 낙마하고, 경질할 사람은 경질하는 게 훨씬 낫다. 무엇보다 실망한 민심을 되돌리려면 공정과 상식의 회복이 시급하다.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간첩 조작건에 연루된 검사를 중용하는 건 용납하기 힘든 비상식이다. 조작 만행이 드러나 무죄가 나왔으면 사과를 하는 게 순리인데도 북녘 가족 송금을 외국환거래법 위반이라며 보복 기소했다. 이런 사람들을 일을 잘한다는 이유로, 나와 친해 신뢰할 수 있다는 이유로 곁에 두는 건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잇단 지인찬스 구설로 국민적 반감이 큰데도, 또다시 대통령 관저 인테리어 공사를 배우자와 인연이 있는 업체에 맡긴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권력사유화 공격을 받을 게 뻔한데도 이러는 건 오만한 행태다. 이런 비상식과 불의에 절망한 국민들이 박근혜 정권에 "이게 나라냐"고 물었다. 이념도착증까지 더해져 국민을 갈라 친 문재인 정권 땐 "이건 나라냐"며 분노했다. 이번에도 바뀌는 게 없다면 '이것도 나라냐'는 성난 파도가 윤 정부를 집어삼킬 것이다.

장삼이사들이 뭐 대단한 걸 원하는 게 아니다. 본인 잣대가 아닌 국민 눈높이에 맞는 상식적이고 공정한 국정운영을 해달라는 것뿐이다. 이게 그렇게 어렵나.

[박봉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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