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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300조 시대 여는 삼성…과감한 투자로 기술 초격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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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의 뉴 삼성 ③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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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 18일 유럽 출장을 마치고 기자들에게 밝힌 소감이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은 '인재중시, 기술중시, 자율경영'을 열쇳말로 꼽았다. 이 부회장은 갈수록 냉혹해지는 외부 환경을 삼성 스스로의 힘으로 돌파하기 위해선 '기술'에 더욱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선친이 2014년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실질적인 총수 역할을 시작했다. 그간 국정농단 사건 등에 휘말리며 날개를 제대로 펼 기회를 갖지 못했으나 8·15 특별사면을 통해 복권되면서 '이재용 시대'의 문을 공식적으로 열게 됐다.

국내 경영학 교수, 산업 정책을 총괄했던 전직 장관, 국회의원 등 각계 전문가들에게 '뉴 삼성'이 나아갈 방향을 물었다. 이들도 새로운 출발선에 선 삼성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기술 경영'을 공통적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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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반도체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양향자 의원은 경영 키워드로 '초격차'를 제시했다. 기술 초격차를 통해 전 세계 경쟁자들을 압도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양 의원은 현재 반도체 산업은 전쟁의 한복판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의 세계 경제 상황은 삼성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 생태계의 문제"라면서 "과학기술 패권 국가로 가느냐 아니면 기술 속국이 되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이럴 때 기업 총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과감한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누구도 상상할 수 없고, 넘볼 수도 없는 힘이 필요하다"면서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 결단이 필요한 때"라고 조언했다.

이경묵 서울대 교수는 '창조'를 키워드로 꼽았다. 앞서 이병철 선대 회장 때는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을 만들자는 각오로 뛰었고 결국 목표를 달성했다.

뒤이어 이건희 회장은 29년 전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통해 세계 초일류 기업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삼성의 전략을 양(量)에서 질(質)로 전환하려는 시도였다. 이 같은 전략대로 삼성은 '글로벌 브랜드'로 인정받는 기업이 됐다. 이 교수는 "이 부회장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애플이 스마트폰을 만들면 삼성이 빠르게 흡수하고, 바이오 분야도 시밀러(복제 의약품) 전략으로 성공을 거뒀다"면서 "이제는 '패스트 폴로어(빠른 추격자)'를 넘어 '퍼스트 무버(선도자)'가 돼 무언가를 창조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위한 원천기술 확보가 시급하다. 이 교수는 "안타깝게도 수년간 삼성이 마련한 성장동력은 바이오를 제외하고는 찾기 어렵다"면서 "300조원대 매출의 벽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투자 결단이 나와야 하고 정부도 이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특히 삼성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발 빠르게 혁신 전략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 부회장의 공백기에 삼성이 대만으로부터 맹추격을 받으면서 국가 경쟁력도 악영향을 받았다"면서 "이 부회장이 삼성을 개혁하는 데 집중해서 국가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도록 역할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낸 성윤모 한국공학대 이사장은 '수성전'이라고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성 전 장관은 "이건희 회장은 삼성을 정상에 올려놓은 공이 있고, 이 부회장은 시장을 이끌어나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공격보다도 어려운 게 수성전이다.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 전 장관은 반도체 분야에서 융합이 발생하면서 분야 간 경계선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만든 고대역폭 지능형 반도체(HBM-PIM)는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가 융합된 기술이다. 성 전 장관은 "이제 메모리나 시스템 둘 중 한 분야만 잘해서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면서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끊임없는 도전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정부와 적극적인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성 전 장관은 "각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기업 지원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 부회장이 우리 정부와 함께 신뢰 관계를 구축해 중장기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이 민간 기업의 리더로서 경제계 힘을 모아줄 것도 바랐다. '민간 외교관' 역할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이다. 대표적으로 2030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역할이 기대된다. 그동안 이 부회장은 다른 그룹 총수와 달리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지원 활동에 나서지 못했다. 대신에 삼성 경영진이 출장 때마다 각국 주요 인사를 만나 부산엑스포 지지를 요청해왔다.

앞서 이건희 회장은 2009년 사면 이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복귀해 1년6개월 동안 10여 차례 해외 출장, IOC 위원 110명과의 면담 등을 진행했다. 그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후에도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각종 시설 등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적극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30부산세계박람회유치위원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윤상직 전 산업부 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직접 뛰고 있다"면서 "이에 대항하려면 이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오찬종 기자 / 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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