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블랙록 CEO, 4~5년 전엔 "비트코인은 돈세탁 지표"
올 4월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 서클과 전략적 제휴
코인베이스와 손잡고 기관들에 비트코인 거래·상품 제공
기관참여 확대, 선물 통한 위험관리, 헤지펀드 서비스까지
유동성 확충 통해 시장 안정 기여…ETF 출시도 앞당길 듯
래리 핑크 블랙록 CE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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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불과 4~5년 전만 해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을 이끌고 있는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비트코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처럼 단 한 치의 여지도 보이지 않을 만큼 단호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블랙록에게, 또 주류 자산운용사들에게 비트코인과 가상자산은 아직까지도 먼 나라 얘기처럼 들렸던 게 사실입니다. 그랬던 블랙록은 지난 4월 달러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인 USDC를 발행하는 서클(Circle)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습니다.
그리곤 지난주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와 전격적으로 손을 잡았습니다. 전 세계에서 최대 규모인 자사 고객들에게 비트코인 투자는 물론 그와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건데요. 그리곤 이번주엔 고액자산가나 기관투자가 등 일부 적격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비트코인 트러스트라는 사모 방식의 간접투자상품을 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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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록은 현재 자사 기관투자가 고객들의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알라딘(Aladdin)`이라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코인베이스의 기관 지원시스템인 `코인베이스 프라임(Coinbase Prime)`과 연결해 고객들이 별다른 계좌 개설이나 수탁(커스터디)업체 선정 없이도 곧바로 비트코인 거래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블랙록이 어떤 회사입니까. 무려 8조5000억달러, 우리 돈으로 1경100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고객 자산을 굴리고 있는 글로벌 자산운용업계의 공룡이죠. 이 블랙록의 알라딘 플랫폼에는 자산운용사와 은행, 보험사, 연기금, 일반 기업 등 5만5000곳 이상의 기관투자가 고객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2020년엔 이 플랫폼을 통해 이뤄진 모든 자산 거래만 21조6000억달러에 이르러, 전 세계 거래액의 4% 이상을 차지했다고 하니 가히 그 규모는 천문학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블랙록의 기관 고객들에게 코인베이스는 가상자산 트레이딩(매매)부터 코인 수탁, 프라임 브로커리지 등의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할 계획입니다.
일단 코인베이스는 당장엔 기관들이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하되 향후 다른 코인으로도 확대할 계획입니다. 코인 수탁은 기관투자가들이 비트코인 등에 투자할 때 그 계좌와 코인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한편 수익률과 잔고 등을 정산해주는 서비스이고, 프라임 브로커리지는 헤지펀드들을 대상으로 코인 주문부터 대차거래, 레버리지 파이낸싱, 투자 유치, 리스크 관리 등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입니다.
결국 이번 파트너십으로 단순히 블랙록의 기관투자가 고객들이 가상자산을 사고 파는 데서 그치지 않고, 코인 현물과 선물,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면서 담보대출이나 차입, 가상자산이나 블록체인 기업에 대한 자본투자 등을 두루 지원하겠다는 겁니다. 가상자산 투자업체인 글로벌블록의 마커스 소티리우스 애널리스트는 “이처럼 광대한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는 알라딘 플랫폼이 비트코인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뜻”이라며 큰 기대를 드러냈습니다.
실제로도 블랙록이 접촉하고 있는 전 세계 기관투자가들도 가상자산시장에 참여하고 픈 관심과 낙관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블랙록에서 전략적 생태계 파트너십부문을 이끌고 있는 조셉 찰롬 글로벌 대표는 “우리 기관 고객들은 디지털 자산에 투자하는데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코인베이스와 손 잡고 우리 고객들의 디지털 자산 투자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 및 대규모 투자자 거래 비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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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일각에서는 왜 하필 지금처럼 대대적인 통화긴축 정책과 루나-테라 사태로 인한 시장 신뢰 하락 등으로 야기된 `가상자산 혹한기(Crypto Winter)`에 블랙록이 이처럼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느냐 의아해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 번 뒤집어 생각해 보면 블랙록은 지금처럼 시장 내 거품이 꺼진 상황이야말로 자사 기관 고객들이 새롭게 가상자산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실제 블랙록에서 투자를 총괄하고 있는 릭 리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6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빠르게 정책금리를 인상하는 상황이라 그동안 버블이 끼었던 가상자산시장이 더 빠르게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이는 중장기적으로 볼 때 시장에 도움이 되는 건강한 조정이 될 것이며, 지금으로부터 2~3년 지나고 나면 비트코인 가격은 분명 지금보다 훨씬 높아져 있을 것”이라고 점친 바 있습니다. 당장엔 조정이 불가피하지만, 일정 부분 거품이 빠지는 시점에 비트코인을 사두면 몇 년 뒤엔 분명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낙관론을 가지고 있는 겁니다.
특히 블랙록은 비트코인 투자에 따른 위험 헤지도 미리 준비해 두고 있습니다. 앞서 작년 초 블랙록은 `블랙록 스트래티직 인컴 오퍼튜니티즈`와 `블랙록 글로벌 앨로케이션 펀드` 등 2개 펀드의 투자적격대상에 비트코인 선물을 포함했습니다. 이를 통해 블랙록은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등록된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적격 비트코인 선물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번 파트너십을 계기로 블랙록 기관투자가들이 비트코인을 직접 사고 팔게 된다면, 그로 인해 생길 수 있는 투자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비트코인 선물 투자도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이는 가상자산시장 규모를 키우고, 현물과 선물이 활발하게 거래되면서 시장이 균형과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울 것으로 기대됩니다.
만약 블랙록의 참여로 비트코인 현물과 선물시장 규모가 커지고 제대로 된 가격형성 기능이 작동한다면, 거래규모 부족과 그에 따른 시세 조종 가능성을 우려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승인을 거부하고 있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판단도 바꿔 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제 가상자산시장의 거대한 변화가 첫 발을 뗀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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