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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민주당 “헌정질서 유린” 한동훈 “깡패수사도 말란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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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권 확대하는 시행령 개정 놓고 충돌

법조항 중 ‘~등 대통령령’에 주목, 법무부 ‘수사범위 확대 가능’ 해석

우상호 “법률을 넘어선 시행령… 법 기술자의 검수완박법 농단”

韓장관 “법률서 한치도 안벗어나… 어느 부분이 법 위반이라는 건가”

더불어민주당은 12일 법무부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시행령 개정에 대해 “헌정 질서 유린” “쿠데타”라고 비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한 대응과 한동훈 장관 탄핵 가능성도 거론됐다. 법무부는 전날 검수완박 법안이 제한한 검찰의 수사권을 대폭 넓히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는데, 야당은 “법안의 취지를 훼손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한 장관은 “서민 괴롭히는 깡패 수사, 공직을 이용한 갑질 수사 등을 도대체 왜 하지 말아야 하느냐”고 했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한동훈 장관이 너무 설친다는 여론이 많다”며 “급기야 본인이 직접 기존의 법을 넘어선 시행령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우 위원장은 “겸손한 자세로 국민의 여론을 받아들여야 할 법무장관이 국회에서 만든 법을 무력화하면서 무리수를 범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검찰 수사권 확대 시행령의 근거가 된 수사 범위 조항에 대해서는 “법무 자체가 완고하게 닫혀 여러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 한 것이지, 약간의 모호성을 파고들어서 법 자체 취지를 무력화하려고 만든 게 아니다”라며 “저런 걸 흔히 법 기술자의 농단이라고 말한다”고 했다.

검수완박 법안 중 하나인 검찰청법 4조 1항 1호 가목은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을 ‘부패 범죄, 경제 범죄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중요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는 여기서 ‘부패 범죄, 경제 범죄’는 검수완박법이 제시한 예시일 뿐이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이라는 부분은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검찰 수사의 범위를 부패·경제 범죄에서 다소 확대해 대통령령에 명시해도 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조선일보

박홍근 원내대표는 한 장관을 겨냥해 “법을 수호해야 할 사람이 헌법에 보장된 국회의 입법권에 대항해 ‘시행령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했다. 국회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수사와 기소 분리라는 검찰청법 개정안의 취지는 깡그리 무시한 채 보란 듯이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를 대폭 늘리려 한다”며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조롱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동훈 장관은 야당의 반발에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는 반응이다. 한 장관은 “정부는 정확히 국회에서 만든 법률에 정해진 대로 시행하겠다는 것이고 그 시행 기준을 자의적이지 않게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시행령을 개정하여 정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번 시행령은 국회에서 만든 법률의 위임 범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야당은 ‘시행령 정치’나 ‘국회 무시’ 같은 감정적인 정치 구호 말고, 시행령의 어느 부분이 그 법률의 위임에서 벗어난 것인지 구체적으로 지적해 주시면 좋겠다”며 “정확히 ‘등 대통령령에서 정한 중요 범죄’라고 국회에서 만든 법률 그대로 시행하는 것인데 어떻게 국회 무시인가”라고 했다.

그는 “다수의 힘으로 헌법상 절차 무시하고 소위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키려 할 때 ‘중요 범죄 수사를 못하게 하려는 의도와 속마음’이었다는 것은 국민께서 생생히 보셔서 잘 알고 있다”며 “그런데 정작 개정 법률은 그런 ‘의도와 속마음’조차 관철하지 못하게 돼 있다”고 했다. 그는 “정부의 기준은 중요 범죄를 철저히 수사해서 국민을 범죄 피해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법무부의 시행령 개정에 대응 가능한 여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법사위에서 검찰 수사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개정 검수완박 법안을 논의하거나, 국회법에 따른 국회 차원의 행정부 압박도 검토 중이다. 시행령을 권한쟁의심판 대상으로 올리는 방법도 거론됐고, 일각에서는 한 장관 해임건의안을 발의해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행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상황에 맞춰 가능한 카드를 검토할 것”이라고만 했다. 자칫 한 장관의 수에 말릴 수 있고, 어떤 대응을 하든 큰 실효성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양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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