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前 신도들, 손해배상 청구 소송
1·2심 원고 일부 승소 → 대법 파기환송
"선교행위 불법행위책임 성립기준 제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사진=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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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종교단체 신도의 선교행위가 다른 사람의 종교선택 자유를 상실시킬 정도였다는 것이 인정돼야만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처음으로 나왔다.
11일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신천지예수교 탈퇴자 3명들이 자신들을 속여 입교하게 한 신도들과 지교회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에서 피고가 일부 손해배상을 해줘야 한다는 원심판결을 일부 파기하고 나머지 상고는 기각했다. 교회 측 손을 들어준 것이다.
원고들은 피고들이 신천지예수교 신자임을 밝히지 않고 몰래 접근해 마치 다른 교단 소속 신도 또는 목사인 것처럼 행세하며 신천지예수교의 교리를 배우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자신들은 세뇌를 당하고 자유의지를 상실한 상태로 입교해 신도로서 오랜기간 활동함으로써 이 기간에 얻을 수 있었던 수입 내지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 명목의 손해를 배상해 달라고 각각 청구했다.
1심은 원고 중 A씨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여 신천지예수교 소속 지교회(피고 F)가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할 것을 선고했다. 나머지 원고 2명의 청구는 기각했다. 2심은 이와 달리 원고 B씨의 청구 중 위자료 500만원을 인정하고 나머지 2명의 청구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측 선교행위 중 자신들이 신천지예수교 소속임을 밝히지 않은 정도의 소극적 행위는 불법행위로 볼 수 없다”며 “다만 다수 신도들이 조직적, 계획적으로 선교행위를 하면서 다른 교단 소속 신도 내지 목사로 가장해 교리를 배우게 하고, 그 과정에서 형성된 친밀한 인간관계를 이용해 그 종교를 선택하게 만든 행위는 선교행위의 정당한 범위를 일탈한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고 B씨의 경우 신도들로부터 기망을 당해 신천지예수교 교리를 배우게 됐고, 그로부터 수개월이 경과한 후 비로소 신천지예수교 소속임을 알게 된 점 등에 비춰 종교선택의 자유를 침해당했다고 볼 수 있지만 원고 A씨와 C씨의 경우 신천지예수교 교리를 접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실을 알게 됐음에도 교리 교육을 지속해 스스로 입교한 것이므로 종교선택의 자유를 침해당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은 신천지예수교 소속 지교회인 피고 F를 별개의 독립된 비법인사단으로 인정하기 부족해 당사자 능력이 없다고 보는 한편, 원고 B씨를 기망한 피고 D씨와 E씨의 손해배상책임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원고 B씨의 손해배상 청구를 일부 인용한 원심판결 부분을 일부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피고 F는 별도의 의사결정기구 없이 총회의 규약과 내규에 따라 운영되고 독립적 재정도 없어 보이는 등 당사자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 원고 B씨의 경우 교리 교육을 받던 중 피고 D·E씨가 신천지예수교 소속이라는 사실을 인식한 후에도 스스로 신천지예수교에 입교해 신앙활동을 했다”며 원심판결을 일부 파기한 이유를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종교단체 소속 신도 등의 선교행위도 사회적 상당성을 잃고 상대방의 종교선택의 자유를 상실시키는 정도에 이른 경우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이 성립될 수 있음을 최초로 선언한 것”이라며 “그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명시적으로 제시한 판결로써 향후 유사 사건을 담당하는 하급심 판단의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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