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시구자로 나선 케리 마허 교수.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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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이겨내실 것이다."
롯데 자이언츠 투수 댄 스트레일리(34·미국)는 지난 10일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호투를 펼친 뒤 케리 마허(68·미국) 교수의 쾌유를 빌었다. '롯데 할아버지'로 유명한 마허 교수는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합병증으로 위독한 상태다. 마허 교수는 양쪽 폐가 크게 손상돼 코로나전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마허 교수는 지난 6일 동아대병원으로 응급 후송됐다. 마허 교수의 지인인 김중희(42)씨는 "최근 건강이 좋지 않아 피로함을 느꼈다. 호흡 곤란을 느껴 구급차를 불렀다. 검사 결과 코로나19 확진을 받았고, 폐렴 진단을 받았다. 고령인데다 암 치료를 받은 병력이 있어 면역력이 떨어져 악화됐다"고 전했다.
마허 교수는 롯데 홈인 사직구장의 유명인사다. 키 1m88㎝, 체중 120㎏의 거구인 그는 흰 수염을 휘날리며 열정적으로 롯데를 응원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출신으로 그의 부친은 한국전쟁 참전용사다. 형제들은 모두 미국에 머물고 있다.
2008년 울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원어민 교사로 일하기 위해 한국에 왔고, 2011년부터는 영산대에서 강의를 했다. 우연히 학생들과 야구장을 찾았던 그는 야구의 매력에 빠져 5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사직 홈 경기를 관전했다. 구단 초청을 받아 두 차례 시구자로도 나섰고, 롯데에서 뛴 외국인 선수와 가족의 생활을 돕기도 했다.
마허 교수는 2019년 영산대에서 정년퇴직한 뒤 한국을 떠날 처지였다. 하지만 성민규 단장과 롯데 구단이 직원 채용을 제안해 외국인 선수와 코치들의 생활을 돕는 매니저로 계약해 일했다. 마허 교수는 "롯데를 응원했을 뿐인데 많은 한국인들에게 내게 기회를 주고 응원해줬다. 정말 고맙다"고 했다.
마허 교수는 2020년 다발성 골수종을 앓았다. 이후 급격히 건강이 나빠졌다. 그러나 롯데 구단과 계약이 끝난 뒤에도 꾸준히 야구장을 찾았다. 쓰러지기 이틀 전에도 사직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지난 3월 만난 마허 교수는 "내 인생의 유일한 낙은 롯데 자이언츠다. 포스트시즌에 가는 걸 보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다행히 심각한 상황은 넘겼다. 김중희씨는 "기관 삽관을 했고, 수면 치료를 받고 있다. 산소포화도가 높아지는 등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의사 소견을 받았다. 다만 호흡이 계속 어려울 경우 목에 구멍을 뚫어야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롯데 선수들도 케리 교수의 소식을 듣고 안타까워했다. 스트레일리는 "내가 처음 교수님을 만났을 때도 건강이 안 좋으셨다. 잘 이겨낼 것"이라며 쾌유를 기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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