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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 동토 녹자… 억만장자들 희토류 확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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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베이조스 등 거액투자… 中 장악한 공급망 판도 바꿀수도

빌 게이츠, 제프 베이조스, 마이클 블룸버그 같은 글로벌 억만장자들이 북극해 주변 동토(凍土) 그린란드의 희토류 채굴 사업에 거액을 투자하며 뛰어들고 있다. 덴마크령 그린란드는 세계 최대 희토류 매장지로 알려져 있다. 희토류는 스마트폰에서 전기차, 반도체, 미사일에 이르기까지 각종 첨단 전자제품 제조에 꼭 필요해 ‘4차 산업혁명의 쌀’로 불리는 광물이다.

채굴에 성공할 경우 천문학적 규모의 이익을 거둘 수 있고, 희토류를 소재로 한 전기차 배터리 생산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럴 경우 탄소 배출량을 줄여 인류를 위협하는 기후변화 위기 대응에도 크게 기여한다는 명분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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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NN과 로이터통신, 배니티 페어 등에 따르면, 최근 실리콘밸리의 인공지능(AI) 광물 탐사 기업 코볼드 메탈과 영국 광산기업 블루제이 마이닝이 그린란드 서부 디스코섬과 누수악반도에서 니켈과 코발트 등을 채굴하기 위한 현장 작업을 시작했다. 이 광물들은 각종 전자제품의 대용량 배터리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것들이다. CNN은 “30여 명의 지질학자와 지구 물리학자, 조종사 등이 캠프를 차려놓고 상주하며 토양 샘플을 채취하고, 드론과 송신기가 장착된 헬리콥터를 날려 지하 전자기장을 측정, 암석층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내년 여름부턴 지하 150~400m 구간에 묻힌 광물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 본격적인 채굴에 나설 예정이다.

코볼드 메탈은 지난해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2024년까지 1500만달러(약 196억원)를 투자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의장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미디어그룹 블룸버그 창립자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유명 투자가인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회장, 세계 3대 사모펀드 칼라일의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창업자, 리드 호프먼 링크트인 설립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같은 세계적 부호들과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인 안드리센 호로위츠,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 기업 에퀴노어 등이 뛰어들면서 투자 규모가 1년 만에 1억9250만달러(약 2512억원)로 13배 가까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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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 위치 지도 ㅛ시


한반도 면적의 10배 정도인 그린란드 섬(216만㎢)은 만년설에 묻혀있어 그동안 인류로부터 외면을 당한 땅이었다. 하지만 최근 석유와 천연가스, 철과 구리, 우라늄과 니켈, 텅스텐, 티타늄, 코발트, 금, 백금 등 각종 지하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된 것이 확인됐다. 특히 6억t이 넘는 희토류가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 금액으로 따지면 10조달러(약 1경3000조원)가 넘고, 전기차 수십억대를 만들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현재 전 세계 희토류 공급망은 중국이 90% 이상 장악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발발 이래 중국은 대미 희토류 수출 중단을 무기로 미국을 압박하는 등 ‘자원 무기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은 최대 전략 자원인 희토류를 중국 공급망에서 독립시키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데, 그린란드가 열리면 이 판도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지난 2020년 그린란드에 총영사관을 설치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지난해 그린란드를 찾아 1000만달러 규모의 원조 계획을 밝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19년 그린란드를 덴마크로부터 통째로 사버리는 방안을 강구하기도 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그린란드를 ‘유럽 원자재 동맹’에 가입시켜 광산 개발 협력을 공식화했다. 중국은 그린란드에 공항을 건설하려 했지만, 미국의 저지로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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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왼쪽)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모두 기후변화 연구와 대응방안 마련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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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는 ‘기후변화의 역설(paradox)’이 벌어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10여 년 전부터 만년설이 녹아내리면서 땅이 드러났고, 여름철에는 비가 내리고 꽁꽁 얼어붙었던 주변 바다가 녹아 배가 다닐 수 있게 됐다. 지표면이 드러나 광물 자원 탐사가 수월해졌고, 바닷길이 열려 채굴한 희토류를 실어나를 수 있게 됐다. CNN은 “충격적인 ‘기후변화의 그라운드 제로(그린란드)’가 인류를 기후변화 재앙에서 구할 핵심 원료의 보고(寶庫)를 열어주고 있다”고 했다.

게이츠와 베이조스, 블룸버그 등은 그린란드 희토류 개발에 투자한 사실과 이유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기후변화가 가져올 인류 미래상의 변화와 관련해 다양한 에너지 기술과 정책 대책을 모색하고, 이를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선봉장인 빌 게이츠는 “기후변화를 해결하지 못하면 지구 전체가 내전과 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희토류(稀土類)

자연계에 존재하는 양이 많지 않아 희귀한 금속. 란타넘계 원소 15개(57~71번)와 스칸듐(21번)·이트륨(39번) 등 총 17개를 말한다. 스마트폰과 광섬유, 전기차 배터리, 수소연료전지와 원자로 등 첨단산업용품 제작에 필수불가결한 전략 자원이다. ‘4차 산업혁명의 쌀’로 불리며, 매장량과 생산량 1위 중국이 세계 희토류 공급망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뉴욕=정시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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