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정재훈·채희봉, 임기 끝났는데… 떠날 줄 모르는 탈원전 주역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채희봉 가스公 사장, 버티기 모드 돌입?

지난 정부에서 탈원전을 주도하던 에너지 분야 핵심 공기업 사장들이 임기가 끝나고도 자리를 보전하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표적 탈원전 인사들이 ‘탈원전 폐기’를 전면에 내건 정부가 출범한 지 석 달이 되도록 버티고 있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윤석열 정부가 망가진 원전 생태계를 되살리기 위해 대규모 투자 등을 약속했지만,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권 교체에 따른 실질적 변화를 느끼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임기 끝나고도 4개월, 1개월 더 재임 중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과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9일 현재 당초 임기를 각각 4개월, 1개월 넘겨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8년 4월 취임한 정 사장은 지난해 3년 임기를 마친 뒤 연임 형식으로 추가된 1년 임기도 지난 4월 4일 끝났다.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을 거쳐 2019년 7월 가스공사로 부임한 채 사장은 지난달 8일 임기를 마쳤다. 각각 4년, 3년이라는 법적으로 보장된 임기를 끝냈지만, 여전히 사장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정 사장은 3월 대선을 앞두고 재연임을 시도하다 회사 안팎의 비판 여론에 밀려 임기를 더 늘리지 못했다. 하지만 후임 사장 선임 절차가 지연되면서 4개월 넘게 사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 사장은 임기가 마무리된 뒤인 지난 6월엔 일부 간부를 대상으로 ‘특별 승진’ 인사를 하려다 ‘알박기’ 논란이 일자 포기하기도 했다. 채 사장 또한 신임 사장 선임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여전히 가스공사 사장 자리를 놓지 않고 있다.

정 사장과 채 사장은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였던 탈원전을 수행한 핵심 인물이다. 두 사람 모두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함께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 중이다. 채 사장은 청와대 비서관 재직 당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해 직권 남용과 업무 방해를 했다는 혐의로 재판 중이고, 정 사장은 백 전 장관 등의 지시에 따라 평가를 조작하고 이를 이사회에 제출, 의결을 이끌어내 한수원에 1481억원 손해를 입힌 배임, 업무 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한 원전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탈원전에 앞장섰던 한수원 사장이 새 정부 산업부 장관과 함께 해외에서 원전 세일즈를 하고 있으니 어리둥절하다”고 했다. 경남 지역 한 원전 업체 대표는 “원전 분야 투자를 늘린다며 간담회는 많아졌는데 주변에서 새로 수주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며 “탈원전 폐기가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채 사장은 민간 기업이나 일본에 비해 턱없이 비싼 가격에 LNG를 수입해오면서, 인플레 극복에 역행하고 있다는 거센 비판도 받고 있다.

◇”물러나는 게 순리” 목소리 커

정 사장과 채 사장은 중앙 부처 1급을 비롯해 공공기관장 인선이 늦어지는 난맥상 속에서 법규를 방패 삼아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소 중이라 그만둘 수 없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53조에 있는 ‘형사사건으로 기소 중인 경우 의원면직을 허용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내용이 그 근거다. 후임 사장이 올 때까지 직무를 수행해야 하고 마음대로 자진 사퇴할 수도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관련 조항은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는 가운데 명예 퇴직을 신청하는 경우를 막기 위한 것”이라며 “이미 임기가 끝난 경우에 해당 조항 때문에 스스로 물러나지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지난 정부가 ‘헛발질’한 에너지 정책을 바로잡으려면 에너지 공기업 사장 인사에 정부가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한수원 사장 후보 가운데 일부는 정 사장과 가까워 퇴임 후에도 정 사장의 영향력이 클 것이란 소문이 있다”며 “가스공사도 내부 출신들로 후보가 채워진 것으로 알려져 개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고 전했다.

[조재희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