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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고용위기와 한국경제

이 불황에 '취업자 2834만' 최대…성장없는 고용, 조마조마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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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분기 한국의 취업자 수와 고용률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기침체와 고물가에 시달리는데, 일자리는 ‘풍년’인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성장 없는 고용’이다. 2년간 이어진 대규모 돈 풀기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대면활동 증가가 원인으로 꼽힌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증가한 2834만7000명이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9년 3분기 이후 모든 분기를 통틀어 최대다. 고용률과 실업률도 역대급이다. 지난 2분기 고용률은 62.7%로 기존 최고치(2019년 3분기 61.5%)를 1.2%포인트나 뛰어넘었다. 실업률은 3%로 2분기 기준으로는 가장 낮은 수치다. 이들 고용지표는 지난해 2분기부터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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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반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전분기 대비 1.7%를 기록한 이후 확연히 꺾인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 고용이 충격받는 게 일반적인데, 최근에는 전혀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미국에서도 '성장 없는 고용'



미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1분기ㆍ2분기 성장률은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반면, 실업률은 50년만의 최저 수준인 3.6%를 6월까지 4개월 연속 유지했다. 지난달 실업률은 이보다 0.1%포인트 하락한 3.5%였다. 이에 대해 허진욱 삼성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회복 과정에서는 ‘고용 없는 경기회복(Jobless Recovery)’이 나타났다”며 “반면 지금은 경기둔화ㆍ침체에도 고용이 크게 훼손되지 않는 이례적인 ‘고용이 풍부한 경기하강(Jobful Downturn)’이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원인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과거 위기 때와는 달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직후 전례 없는 재정 투입을 통해 고용 공백을 메웠다. ‘세금 알바’라는 비판을 받은 각종 단기 일자리가 대표적이다. 이후 경제가 정상화하고 있는 과정에서 일자리 수요가 폭증하며 노동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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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배달 라이더처럼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비대면 일자리가 늘었고, 최근에는 소비 회복에 따라 대면 일자리도 늘고 있다”며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풀었던 막대한 유동성도 아직 고용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한국의 ‘성장 없는 고용’이 계속 지속할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고용 지표는 경기 흐름에 시차를 두고 움직이는 대표적인 경기 후행지표라는 점에서다. 최근 진행된 경기 침체와 긴축 정책의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아직 고용 시장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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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고용의 질이 나빠졌다는 점도 앞으로 고용 지표를 악화시킬 요인으로 꼽힌다. 안정적인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 일자리는 감소 추세고, 정부의 ‘돈 풀기’기에 의존하는 보건복지ㆍ공공행정 일자리가 크게 늘었다. 60세 이상 고령층의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경제 허리 격인 30~40대 취업자 수 증가세는 소폭에 불과하다. 성태윤 교수는 “비대면 산업으로의 전환에 따른 생산성 증대는 한계가 있고, 유동성의 힘도 약화하는 추세”라며 “여기에 최근 이뤄진 임금 인상은 기업 입장에선 노동 수요를 감소시키는 요인이기 때문에 고용 호황이 계속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예상했다.



4분기부터 고용 둔화 가능성



기획재정부도 4분기부터 취업자 증가 폭이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1~2월에 고용 침체 해소를 위해 직접 일자리 채용을 대규모로 실시했는데 근로기간이 5~11개월이어서 고용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간 취업자 수 증가 폭도 올해 60만명에서 내년 15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발표되는 고용지표와 기업의 실제 고용 상황과는 괴리가 있고, 전년 대비 기저효과 등을 감안하면 지금과 같은 고용 수준을 계속 유지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에서는 주요 기업이 최근 발표한 투자ㆍ고용계획이 실현되도록 길을 터주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도록 노동 개혁 및 규제 완화를 추진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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