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간담회’가 동아시아연구원 주최로 지난 5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한국의 전·현직 의원과 미국 싱크탱크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사진 동아시아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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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자국의 민주주의 유산에 좀 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K컬처 등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활용해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데 앞장서야 합니다.”
지난 5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동아시아연구원 주최로 열린 ‘한국의 아시아 민주주의 지원을 위한 한·미 간담회’ 참석자들은 “한국이 전쟁·분단·독재를 이겨내고 지금의 민주주의 국가를 만들 수 있었던 경험을 공유해 전 지구적 민주주의의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간담회에는 한국 전·현직 국회의원 9명과 민주주의진흥재단(NED)·민주주의연구소(NDI) 등 미국 민주주의 싱크탱크 관계자 8명 등이 참석했다. 토론에서 각 참석자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 비밀에 부치는 ‘채텀하우스 룰’을 적용해 최근 전 세계 민주주의가 맞닥뜨린 도전과 한계점에 대한 허심탄회한 논의가 이뤄졌다.
미국 측은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는 굉장히 흥미롭다”며 “K팝, K컬처 등 소프트 파워의 영향으로 한국 민주주의 가치가 전 세계에 스며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측에선 “한국 민주주의 성장에는 시민 사회 역할이 주효했다”며 “향후 한국만의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고 화답했다.
다만 한국 민주주의는 여전히 자체적인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원인으로는 뿌리 깊은 양당 정치 지형, 진보·보수, 지역·세대 갈등 등이 꼽혔다. 한국 측 한 참석자는 “한국의 젊은 세대는 민주주의와 글로벌 의식을 체화했지만 활동 기반이 갖춰지지 않았고, 기성세대는 한국이 국제 사회 가치를 주도한다는 인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은 미얀마 등 제3국의 민주화를 위해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반면, 정치적으로 민감한 홍콩·중국·북한 관련 문제는 건드리는 것조차 꺼린다”고 말했다. “민주주의를 탄압하는 국가와 자원 확보 등 경제 협력이 필요할 경우, 보편 가치와 현실적 이익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딜레마도 제기됐다.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 최근 국제 정세로 인해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민주주의가 위협을 받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 참석자는 “일부 국가에선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시민의 통행을 제한하고, 심한 경우 계엄령을 발동하기도 했다”며 “재난 상황에서 자유와 기본권 제약이 불가피하더라도 이를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주의를 고리로 한 양국 협력 방안도 논의됐다. 대표적인 게 민주주의 교육이었다. 한 참석자는 “국가마다 정치 체제가 다르기 때문에 억지로 민주주의를 확대하긴 어렵지만, 민주주의를 올바르게 구현하는 모범을 보이고 관련 교육을 강화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민주주의를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선 SNS를 통한 확증 편향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간담회에는 미국 측에서 데이먼 윌슨 민주주의진흥재단 회장, 데렉 미첼 민주주의연구소장, 산티 칼라틸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민주주의인권조정관, 마이클 아브라모위츠 프리덤하우스 회장 등이 참석했다. 한국 측에선 국민의힘의 최형두·하태경·신원식·윤주경 의원, 더불어민주당의 조응천·이용선 의원, 정의당의 장혜영 의원, 김해영 전 민주당 의원, 김세연 전 미래통합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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