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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3억 싼 역세권 아파트 안살래"…50명이나 포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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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택지 개발이 한창인 파주운정3지구 전경.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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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에서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저렴한 분양가 아파트에서도 당첨 포기자가 속출하고 있다. 시세보다 3억원 저렴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역세권 단지에서도 당첨 포기자 수십 명이 발생했다. 그러나 같은 단지 일반공급에선 수십 대1 경쟁률이 나오면서 혼조된 메시지를 주고 있다. 당첨 가능성 등 수요자 특성에 따라 청약시장에서 옥석 가리기가 반영된 현상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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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최근 본청약이 진행된 파주운정3 A23블록(공공분양·1012가구)에서 기존 사전청약 당첨자 중 50명이 본청약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주운정3 A23블록은 지난해 10월 '2차 공공분양 사전청약'으로 960가구를 공급했던 단지다. 이후 이번 본청약에서 기존 사전청약 당첨자들에게 배정된 물량은 835가구였다. 사전청약 이후 125가구가 부적격 당첨됐거나 당첨을 포기한 것이다.

지난 4일 본청약 접수 결과 기존 사전청약 당첨자 배정 물량 835가구 중 실제 신청한 인원은 785명이었다. 지난달 15일 입주자 모집공고가 게시된 이후 보름 만에 또 50명이 분양을 받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사전청약 당첨자가 그 지위를 포기하면 본인뿐 아니라 해당 가구원도 1년간 다른 주택단지의 사전청약 당첨자로 선정될 수 없다.

파주운정3 A23블록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3기 신도시 및 수도권 공공택지 사전청약' 단지 중 두 번째로 본청약을 실시한 곳이다. 앞서 지난 6월 본청약을 실시한 양주회천 A24블록은 사전청약 당첨자 배정 물량 612가구 중 본청약에서 신청한 인원이 467명에 불과했다.

신청만 하면 경쟁 없이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었으나 145명(23.7%)이 이를 거부한 것이다. 양주회천A24블록 분양가는 전용면적 59㎡ 기준 2억원 후반대로 양주신도시 내 최근 실거래가 대비 1억원가량 저렴했다.

파주운정3 A23블록은 이보다 훨씬 큰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아파트다.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이고, GTX-A노선 기점인 운정역(가칭)이 반경 500여 m 안에 있어 단지 어디에서든 도보로 10분 내 역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분양가는 전용면적 59㎡가 타입·층별로 3억923만~3억3748만원, 84㎡는 4억3263만~4억7204만원으로 책정됐다. 운정역 인근 대장 아파트로 꼽히는 '운정신도시아이파크'(2020년 7월 입주)는 전용 84㎡가 지난 6월 7억6000만원(1층)에 거래됐다. 주변 시세 대비 3억원 이상 저렴한 셈이다.

그러나 사전청약 당첨자 포기 물량을 흡수한 일반공급에선 72.1대1이라는 높은 경쟁률이 나왔다. 총 74가구에 5332명이 신청했다. 특별공급 역시 153가구에 2730명이 몰리며 두 자릿수 경쟁률(17.8대1)을 나타냈다. 한 단지에서 당첨 포기자가 다수 발생하는 동시에 수많은 청약 대기자가 몰리는 다소 모순적인 결과가 나온 셈이다.

이는 청약 수요자 특성에 따른 옥석 가리기 현상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자금력이 충분하지 않거나 청약가점이 낮은 수요자들은 이 정도 가격에 나온 GTX 역세권 단지를 놓치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며 "반면 가점이 높고 자금력이 넉넉한 사전청약 당첨자들 위주로 당첨을 포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원장은 "후자 측은 새 정부가 수도권 도심 위주로 공급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상황에서 파주 운정보다 입지가 더 좋은 곳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진행된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 '과천자이' 무순위 청약은 10가구 모집에 7579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757.9대1을 기록했다. 전용면적 84㎡ 1가구 모집에만 1832명이 몰릴 정도로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청약시장 열기가 전반적으로 식은 상황에서도 이 같은 인원이 몰린 것은 10억원에 가까운 시세차익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단지 전용 84㎡ 분양가는 9억8224만원이다. 같은 전용면적은 최근 20억5000만원에 매매가 이뤄졌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과천은 앞으로도 무순위 청약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라며 "시세차익이 보장되는 단지는 높은 경쟁률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연규욱 기자 /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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