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덕동 에피소드는 2008년 제2자유로 공사 재판 각색"
"극 중 건축가 싸가지 없는 말투... 저 닮아"
유튜브 '셜록 현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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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건축가인 유현준 홍익대 교수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소덕동 에피소드에 나오는 건축가의 모델이 자신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인근 가상의 시골마을 소덕동의 재개발 소송을 그린 해당 에피소드에서 건축가는 '직선 도로' 건설을 반대하는 자문을 한다.
유 건축가는 지난 4일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셜록 현준'에 출연해 "제가 증인으로 섰던 제2자유로 재판과 관련한 이야기가 7화 초반에 나온다"며 제작 뒷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2008년 이 사건을 같이 겪은 신주영 변호사가 그 재판 이야기를 책에 썼고, 그걸 제작팀이 하나의 에피소드로 만들고 싶어한다는 말을 신 변호사를 통해 들었다"고 말했다. 유 건축가는 "사실 올 초 드라마 찍을 때 저희 사무실에서 이걸 찍고 싶다고 연락이 왔었다. 유현준 교수님을 롤모델로 해서 나오는 얘기라 꼭 교수님 사무실에서 이걸 찍었으면 좋겠다더라"고 밝혔다. 이어 "그때만 하더라도 우영우 스토리가 뭔지도 몰랐고 정말 이렇게 직접적인 제 얘기가 나오는 건 줄 알았으면 제가 출연했다. 이렇게 흥행할 드라마일 줄 몰랐다"며 아쉬워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한 창원 북부리 팽나무. 문화재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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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건축가가 자문한 재판은 제2자유로 건설 당시 고양시 덕양구 현천동 주민들이 낸 행정소송이다. 주민들은 도로가 고가 형태로 마을을 관통해 양분된다며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유 건축가는 관련 지역구 국회의원이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도로의 지중화(지하화) 건설을 제안했다. 이를 알게 된 소송 담당 신 변호사가 유 건축가에게 재판 자문을 받으면서 그는 재판정에도 섰다.
드라마는 소덕동 팽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도로가 마을을 우회하며 해피엔딩을 맺었지만, 현실의 '현천동 주민들'은 재판에서 패했고 이듬해 공사가 재개됐다. 유 건축가는 "그때만 해도 마흔밖에 안됐던 나이라 (제가) 말 잘못했다가 (재판에서) 잘못 결론 날 수 있어 민폐가 될까 봐 물어보는 말에만 답했다"면서 "다시 돌아가면 마지막 환경영향평가 보고서 관련 진술을 할 때 '그분(보고서 작성자) 집 앞에 고가도로가 나도 이런 결과가 나올지 물어보고 싶다'고 할 거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유튜브 '셜록 현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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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는 마을을 관통하는 '직선 도로'를 폄하하는 방식으로 그렸지만, 유 건축가는 "(직선 도로는) 에너지 소모가 제일 적은 도로란 뜻이기도 하다. 돌아가면 또 다른 땅이 망가진다"며 '우회 도로'가 꼭 좋은 결론은 아니라는 견해도 덧붙였다. 이어 "지금도 입체화(도로 지중화)되는 게 답이라고 본다"며 "(직선 도로는) 차량의 엄청난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직선(도로 건설)이 맞는데 지중화하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 건축가는 극 중 자문 건축가에 대해 "도대체 내가 어떻게 표현됐나 기대를 하고 봤는데 별로 안 멋있게 표현된 것 같기는 하다"며 "진짜 약간 싸가지 없는 그런 말투가 정말 저 같다는 생각을 좀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잘나가는 드라마에 저의 얘기가 티끌만큼이라도 들어갔다는 걸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재미난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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