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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계약직원 머슴처럼 부린 정규직원…직장갑질119 “갑질 방치 기업, 위법 책임 판결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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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게티이미지뱅크


정규직 직원으로부터 이른바 갑질 피해를 봤다는 제보가 나왔다.

해당 기업에서 파견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A씨는 “직원 B씨로부터 갑질을 당해 우울증이 생길 정도였다”고 하소연했다.

지난달 27일 세계일보와 만난 A씨는 기업 관리자 B씨로부터 업무 외적인 부당한 일을 강요받았다고 털어놨다.

퇴직 후 재취업한 A씨는 국내 한 대기업 계열사에 파견돼 시설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설관리 업무 외에도 △어항 청소 △화분 물주기 △주변 환경 미화(청소) △잡초 제거 등의 업무 외적인 일을 B씨로부터 강요받았다고 주장한다.

A씨는 “B씨의 강요가 부당한 것임을 알면서도 파견 계약직이란 신분상 그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B씨의 갑질은 부당한 업무시지로 끝나지 않았다. 그는 A씨를 향해 감정 섞인 말을 던졌고 이 일로 두 사람은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A씨는 “참고 참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도 넘는 말과 행동이 이어졌다”며 “계속된 갑질에 우울증세가 나타나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고통받았다”고 하소연했다.

참다못한 A씨는 B씨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자신이 한 부당한 업무 내용 등을 모두 기록해 기업 윤리위에 제출했다.

A씨의 피해 신고로 기업 측은 인사위원회 등을 열었지만 B씨를 다른 지사로 발령하는 것에 그쳤다.

A씨는 “간부인 B씨가 기업에 남아 있는 한 다른 경로를 통해 인사상 불이익을 주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파견직인 나는 더는 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길 바라며 해고를 각오하고 신고했다. 하지만 솜방망이 처분에 그쳐 매우 아쉽다”고 털어놨다.

한편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됐지만 회사 측이 신고를 받고도 방치하거나 보복행위를 한 경우 법원에서 회사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늘고 있다.

지난달 31일 직장갑질119는 18개 관련 판례를 분석한 ‘직장 내 괴롭힘 판례 및 사례 분석 보고서’에서 “최근 사용자의 신고 후 방치, 신고 후 보복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 강화 판결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회사의 책임이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해준다”고 강조했다.

분석에 따르면 해당 판결들은 근로기준법 제76조3에 규정된 조치 의무에 따라 사용자가 괴롭힘 사실을 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객관적 조사를 해야 하며, 사실 확인 후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징계를 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법 시행 초기 300만원 안팎으로 인정되던 손해배상액도 최근에는 1000만원대로 높아지는 등 배상책임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 사용자에게 첫 징역형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다. 대법원은 이달 12일 피해 신고자를 무단결근했다며 해고한 한 사업주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해당 사업주는 피해자의 신고 내용을 녹음해 가해자가 피해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도록 도왔으며, 부당해고로 피해자와 다투게 되자 피해자를 전보 조치하는 등 불이익을 준 것으로 파악됐다.

직장갑질119가 지난 6월 전문여론기관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는 응답자 29명 가운데 24.1%가 ‘불리한 처우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단체는 “신고자 4명 중 1명이 ‘보복 갑질’을 당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해당 판결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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