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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이슈 물가와 GDP

고물가 쓰나미에…마트 런치 행렬·e쿠폰 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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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마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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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에서 일하는 직장인 A씨(35)는 도시락을 싸가지 못하는 날에는 점심시간 인근 대형마트에 들러 4000원대의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운다. 사무실 옆에 있는 롯데리아가 지난 6월 가격을 올리자 대형마트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 A씨는 “식비를 줄이기 위해 집밥을 해먹으려고 하지만 채소값 인상 등을 고려하면 간편식이 더 싸다”고 말했다. 또 “과거와 달리 장을 볼 때는 미리 목록을 적어 꼭 필요한 것만 사고 유통기한이 임박한 땡처리 상품을 주로 구매한다”고 밝혔다.

고물가 행진에 대형마트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 들어 7월까지 샌드위치와 김밥 등 4000~5000원대의 간편 식사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5% 늘었다고 3일 밝혔다. 매출 순위를 보면 샐러드는 95%, 삼각김밥은 48%, 샌드위치는 30% 늘었다.

특히 오전 11시∼오후 1시 시간대에 간편 식사류를 구매한 고객수가 20% 늘고, 매출도 30% 뛰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작년에는 코로나19로 외식이 어려워 튀김 같은 안주류 등 저녁·야식 메뉴가 인기였다면 올해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간편 식사류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에서도 지난 6월18일부터 7월17일까지 한 달간 즉석조리식품을 판매하는 델리코너의 점심시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9% 늘었다. 점심식사로 직장인들에게 인기를 끌던 버거 프랜차이즈들이 올해 들어 두 번이나 가격을 올리는 등 외식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과 외식물가 상승률은 각각 8.2%, 8.4%에 달한다. 특히 외식물가 상승률은 1992년 10월(8.8%) 후 약 30년 만에 가장 높았다.

소비자들은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A씨는 “요즘 동료들과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물가 고민”이라며 “부득이하게 외식을 할 때는 할인쿠폰을 이용하거나 주말에는 동네 인근 편의점 할인행사를 찾아 다니며 ‘1+1’ 행사를 하는 생필품을 쟁여놓는다”고 말했다.

소비 심리 위축은 e쿠폰에 대한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e쿠폰은 10~20% 가량 할인된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는 온라인 쿠폰이다. G마켓에 따르면 7월 한 달간 패밀리레스토랑 e쿠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배 가량(479%)이나 폭증했다. 햄버거(85%), 커피(49%), 음료·빙수(29%) e쿠폰 매출도 두 자릿수 이상 늘었다. 영화관람권(112%)도 인기였다.

G마켓은 “코로나 거리두기가 끝난 이후 늘어난 외식비 부담을 줄이고 전반적인 물가 상승에 1%의 할인도 놓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3%로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먹거리 물가는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 3분기 식용곡물의 수입단가 지수가 2분기보다 15.9% 오를 것으로 조사돼 식품업계의 추가 가격 인상 가능성도 크다.

이미 롯데제과와 CJ제일제당 등 주요 식품사들의 가공식품 가격 재인상이 이어져 밥상 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연초 가격을 한 번 인상했지만 고환율과 원자재 인상 폭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국제 곡물가 폭등과 각종 제반 비용 상승 등으로 한계점에 달해 가격 재인상 도미노는 시간 문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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