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 동국사 경내 소녀상 이전 여론에 "각계 의견 수렴"
군산 '평화의 소녀상' |
(군산=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 현해탄을 바라보며 고국을 그리워하는 '평화의 소녀상'.
전북 군산시 금광동 동국사(東國寺) 경내에는 157㎝의 단발머리 소녀가 한복 차림의 맨발로 그렇게 서 있다.
이 소녀상은 군산 시민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아 2015년 8월 12일 전북지역에서는 처음으로 건립됐다.
소녀상이 자리한 동국사는 110여 년 전인 1910년 경술국치 즈음에 일본 승려들이 건립한 절이다.
현재 국내에 남아 있는 유일한 일본식 사찰이며 1970년대 중반 대한불교 조계종에 등록됐다.
이런 배경 탓에 광복절을 앞두고 이곳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을 광장 등 공공장소로 이전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고 올바른 역사관 정립과 평화·인권 의식을 함양하기 위해 설치한 소녀상의 취지와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서동완 군산시의원은 3일 "사유지인 동국사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을 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는 외진 곳에서 공공장소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군산은 일제강점기 쌀 수탈의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일제에 맞서 항쟁했던 도시인 만큼 소녀상을 일본식 사찰에 가둬놓는 것은 이런 역사성에 반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소녀상 설치 정신과 취지를 살리려면 옛 시청광장이나 근대문화역사 거리로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 최모(73)씨도 "일본이 소녀들을 대상으로 자행한 잔혹한 인권 유린 등 우리 민족의 한(恨)이 담겨 있는 소녀상을 당시 일본인들이 수시로 드나들던 일본식 절에 두는 것은 옳지 않다"고 거들었다.
日 불교종단, 군산 동국사에 '참회비' 제막 |
하지만 동국사에 일제 강점기 만행을 참회하는 비석이 세워진 만큼 소녀상의 의미가 더 선명해진다는 여론도 있다.
일본 불교의 대표 종단인 '조동종(曹洞宗)' 소속 일부 스님은 2012년 동국사 앞뜰에 가로 3m, 높이 2.3m 크기의 참회비를 세웠다.
익산 황등석으로 제작된 이 참회비는 일본어 원문과 한글 번역문이 함께 새겨져 있다.
비문에는 "외국 포교를 핑계로 일제가 자행한 야욕에 수많은 아시아인이 인권 침해, 문화 멸시를 당했다. 이는 불교적 교의에 어긋나는 행위다. 석가세존과 역대 조사(祖師)의 이름으로 행했던 일은 참으로 부끄러운 행위다. 진심으로 사죄하며 참회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자영업을 하는 김모(47)씨는 "일본 조동종이 침략에 대해 용서를 빈 동국사 경내의 참회비 옆에 (소녀상이) 자리해 나름의 의미와 상징성도 있다"며 존치를 주장했다.
군산시 관계자는 "소녀상 설치를 주도한 당시 시민단체가 마땅한 부지를 찾지 못해 동국사로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소녀상이 사유물이지만 이전 여론이 있는 만큼 각계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 해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ic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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