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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고유가로 곳간 채운 정유사들... "아낌없이 '탈정유'에 쓰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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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 4사 상반기 영업이익 10조 원 돌파
친환경 흐름 속 미래 먹거리 사업에 투자
한국일보

충남 서산시에 위치한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전경. 현대오일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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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암모니아, 탄소 저장기술(CCS), 재활용(리사이클), 배터리 소재..."

SK이노베이션이 2분기 실적 발표 후 열린 콘퍼런스콜(실적발표회)에서 공개한 투자처다. 이 회사는 상반기에만 4조 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거뒀다. 고유가와 정제마진 초강세 덕분이다. 그런데 투자계획에 '정유' 얘기는 없었다. 또 다른 정유사인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도 마찬가지. 미래 먹거리 발굴에 투자하겠다는 언급은 있지만 정유 관련 투자 계획은 찾기 힘들다.

상반기 실적 대박...곳간 든든한 정유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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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시내 한 주유소의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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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에 힘입어 사상 최고 실적을 거둔 정유사들이 '탈(脫)정유'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횡재'를 즐기기엔 정유업계가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아서다. 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을 고려하면 정유산업은 추세적인 쇠락의 길을 피하기 어렵다. 정유사업으로 든든하게 확보한 재원의 대부분을 탈정유 사업에 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

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빅4' 정유업체들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이미 1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SK이노베이션은 상반기에 3조9,783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현대오일뱅크는 2조748억 원, 에쓰오일은 3조54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분기 실적을 발표하진 않은 GS칼텍스의 1분기 영업이익(1조812억 원)만 합쳐도 10조 원을 넘기게 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에너지 공급 대란이 일며 유가가 급등한 결과다.

폐배터리, SMR, 블루수소...투자처도 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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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에서 운영 중인 GS칼텍스의 미래형 주유소 에너지플러스 허브.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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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정유사들은 앞다퉈 탈정유 사업에 투자할 계획을 내놓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18년부터 투자를 지속해 온 배터리와 소재 부문에 추가 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2025년부터 상업가동할 계획인 폐배터리재활용 사업과 함께 수소,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에 재원을 투입하겠단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는 블루수소 및 블루암모니아 국내 도입을 위한 연구개발에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오일뱅크 지주사인 HD현대는 “화이트바이오 등 친환경 신사업 강화 및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쓰오일은 2단계 석유화학 사업인 ‘샤힌 프로젝트’ 진행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아직 2분기 실적을 내놓지 않은 GS칼텍스 역시 친환경 소재 핵심 성분인 생분해성 플라스틱 원료 '3HP(Hydroxypropionic acid)' 시제품 생산을 위한 실증플랜트 구축, 전기차 충전 및 정비가 가능한 복합형 주유소 개편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하반기 정유업계 전반의 실적이 뚝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회사별 대응 전략도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제유가 및 휘발유 수요 하락세로 정제마진이 연중 최저치를 찍고 있다”며 “그간 벌어들인 수익으로 손실을 메워야 할 가능성도 커 과감한 투자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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