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
지금까지 미디어산업을 선도해 온 유료방송이 거대한 암초를 마주하고 항해하는 거함과 같은 모습이 되고 있다. 항로상에 암초가 있다는 레이더 신호에도 암초의 크기에 대한 정확한 측정을 할 수 없어서인지 암초를 과소평가해서인지는 몰라도 무시하고 항해하려던 거함에 피할 수 없는 암초가 바로 가시권에 보이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는 다르게 국내는 코드커팅이 심하게 나타나지 않는 까닭에 암초가 가시권에 들어온 시기가 늦어진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미국은 코드커팅이 금융위기 시기인 2010년 전후부터 일기 시작했다. 이 즈음 현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대명사로 불리는 넷플릭스가 본격적으로 성장의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미국 유료방송은 레이더에 잡힌 암초를 인지하며 나름대로 준비해 왔음에도 유료방송의 미래에 대해서는 긍정적 견해와 부정적 견해가 혼재돼 있다.
최근 발표된 한 연구보고서는 지난 수십년 동안 수익성이 가장 좋은 엔터테인먼트 산업, 즉 케이블TV 산업의 부활 가능성을 얘기했다. 전통적 케이블 번들링 라이트버전과 OTT 혼합서비스, 여기에 초고속인터넷을 통한 클라우드 게임과 같은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제공한다면 희망이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서 핵심은 초고속인터넷과 라이트번들링 TV 관계 유지다.
고객 유지·확보를 위해 저렴한 옵션을 제공하고 OTT를 포함한 다양한 서비스를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면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희망적 견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스트리밍이 지상파방송·케이블TV과의 경쟁에서 궁극적으로 이길 것이며, 향후 5~10년 안에 지상파 방송과 유료방송 리니어TV는 확실하게 종말을 고할 것이라고 대담하게 예측했다. 지상파방송 NFL 중계권 계약이 종료되는 2031년에 계약 갱신 여부가 지상파 운명을 가를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헤이스팅스 CEO 주장에 대한 배경이다.
이런 와중에 미국 중소 케이블사업자와 초고속인터넷사업자를 대변하는 NCTC는 늦었지만 눈 앞에 있는 암초를 피하면서 항해를 하기 위한 여러 준비를 하고 있다. 우선 명칭과 로고 변경을 통해 새롭게 재정비했다. 명칭을 'National Cable Television Cooperative'에서 'National Content and Technology Cooperative'로 바꿨다. 명칭 변경에서 많은 변화를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볼 수 있다.
회원사가 별로 이익이 되지 않는 TV 번들링 서비스에서 초고속인터넷을 통한 연결(connectivity)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자 “기술이 미래다”라고 외치며 NCTC 역할을 다양한 기술 지원으로 바꾼 것이다.
회원사 이동통신 서비스를 위한 통신회사와의 MVNO 협약 체결이 거의 완료 단계이며, 컴캐스트 OTT 플랫폼인 '플렉스'(Flex)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또 와이파이 솔루션과 비디오 솔루션을 비롯한 안드로이드 TV 도입을 위한 계약도 체결했다.
순항은 아니더라도 암초에 부딪쳐서 침몰하지 않으려는 유료방송의 노력이 어떤 결과를 맺을지는 현 시점에서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미국 케이블업계의 주요 케이블TV는 지난 10년 넘게 각고의 노력을 통해 앞에 놓인 암초를 피하려 하고 있다. 그들의 노력은 기술 발전, 시청자 시청행태와 미디어 시장 변화 등에 대한 분석 아래 이뤄지고 있다. 그 당시 선택들이 현재 눈앞에 있는 변화라는 암초에 그나마 대응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시대적 변화에 대한 NCTC와 회원사의 선택 및 결정은 시기적으로 늦은 감은 있지만 그동안 시장 변화에 대한 케이블TV 대응과 일맥상통한 것이다. 유료방송업계의 미래에 대한 상반된 예측 결과는 결국 업계의 선택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khsung20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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