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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총경들의 경찰국 반대 회의, '공무원법 위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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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복무규정 위반 근거 참석자 징계
"직무행위가 맞나"... 회의 성격 최대 쟁점
총경 "사전 허가받고 私人 자격으로 참석"
지휘부 "공적 장소서 직함 걸고 모임 개최"

“복무규정 위반 행위로 판단된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25일 ‘전국 경찰서장 회의’ 참석자들의 징계가 정당하다며 내세운 근거다. 23일 총경 190여 명이 참석한 경찰서장 회의가 열렸다. 77년 경찰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들은 “경찰국 신설에 대한 내부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절차”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①회의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집단행동으로 변질됐고 ②이에 ‘회의 중단’을 지시했지만 이행하지 않아 국가공무원법상 ‘복종 의무’ 위반을 적용했다는 게 윤 후보자의 주장이다.

총경들은 반박했다. ③치안공백을 우려해 휴일에 개최한 회의는 어디까지나 의견을 나누는 ‘세미나’ 성격이고, ④그렇기에 경찰 지휘부가 회의 가부(可否)를 결정할 직무행위는 아니라는 것이다. 회의를 주도했다 대기발령 조치를 받은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은 “세미나 형식의 모임은 직무행위가 아니므로 직무명령 대상이 아니고, 복종 의무도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어느 쪽 말이 옳을까.

휴일 회의, 경찰청장 소관 직무인가 아닌가

한국일보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서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총경)이 인터뷰를 마치고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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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쟁점은 회의를 직무행위로 볼 수 있느냐다. 주최 측은 참석자들 모두 주말에 ‘관외 여행 허가’를 받아 사인(私人)의 지위로 경찰인재개발원을 사비로 대관해 회의를 진행한 만큼 공무원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반면 경찰청은 “형식 논리에 불과하다”고 일축한다. 공적 장소(경찰인재개발원)에서 ‘전국 경찰서장 회의’라는 명칭을 내걸고, 총경 350여 명이 무궁화 화분을 보내 지지 의사를 밝혀 직무행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류 총경이 ‘정복’을 입고 참석한 것도 근거가 됐다.

일단 법조계에서는 직무행위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의견이 다소 우세하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직무행위 판단 기준은) 근무시간에 일어난 일인지, 장소가 어디인지, 내용이 직무 관련성이 있는지 세 가지”라며 서장 회의는 이런 조건에 부합한다고 봤다. 법무법인 에이앤랩의 신상민 변호사도 “회의 성격을 단순 의견수렴 절차로 보긴 어렵다”고 해석했다. 반대로 “경찰국 논의가 경찰 업무와 직결되지 않아 공무원법을 적용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한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의견도 있다.

총경들 "지휘부 용인" vs 경찰청 "수차례 중단 지시"

한국일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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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지휘부가 사전 회의 개최를 허가했는지도 논쟁 대상이다. 올해 4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국면 당시 검찰에서는 고검장ㆍ검사장ㆍ평검사 회의 등이 잇따라 열렸다. 이들 회의 모두 검찰총장 용인 아래 개최됐다. 당시 검사들의 집단행동을 두고 공무원법 위반 지적이 나오자, 검찰 측은 ‘입법 과정에서 검사들이 의견을 표명하는 단계’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총경들이 지휘부 허가 또는 최소 ‘묵인’ 아래 회의를 열었다면 내로남불 항변에 힘이 실리는 셈이다.

주장은 엇갈린다. 류 총경은 회의 전날 윤 후보자 측근과의 통화에서 ‘회의 결과를 전달해달라’는 주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지휘부가 회의 개최까지는 건드리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에 23일 예정대로 모임을 가졌는데, 갑자기 경찰청장 직무대행 명의의 ‘해산’ 명령이 내려왔다는 것이다. 경찰청 설명은 전혀 다르다. 회의 직전 ‘개최 중지’ 명령을 내린 뒤 오후 4시쯤 ‘즉시 해산’ 명령을 발동했다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당초 지휘부는 일부 총경들의 의견 교환 자리로 보고 유연한 태도였으나 당일 회의 규모가 커지자 중단 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집단행동 안 돼!"... 여론전 펴는 與

한국일보

25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인근 경찰기념공원에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는 근조화환이 늘어서 있다. 배우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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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안이 진실공방으로 흘러가자 여권은 경찰의 특수성을 강조하며, ‘경찰 집단행동 자체가 부당하다’는 프레임을 걸어 대국민 여론전에 골몰하고 있다. 이 장관은 이날 “물리력을 언제든 동원할 수 있는 지역 치안 책임자(경찰서장)들이 위수지역을 이탈해 회의에 참석했다”면서 평검사 회의와의 비교를 거부했다. 하지만 회의 참석 총경들 모두 관외 여행 신고 절차를 밟은 것으로 전해져 ‘위수지역 이탈’은 무리한 비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임준태 동국대 교수는 “지금이 비상사태도 아닌데 물리력 얘기가 왜 나오는지도 모르겠고, 관외 출장을 가면 해당 기간 후임자가 직무를 대행한다”며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고 꼬집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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