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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로봇이 온다

"배달로봇에 사람 따라다니라니"…이런 황당 규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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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인천 송도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운행 중인 배달로봇을 동행한 현장 요원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 제공 = 뉴빌리티]


자율주행 배달로봇 스타트업 뉴빌리티는 규제 샌드박스(규제유예제도)를 통해 로봇 주행 허가를 받았지만 실제 배달 서비스를 할 때마다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로봇당 관리자 1명이 따라다니라는 규제 때문이다. 뉴빌리티 관계자는 "사람이 함께 오는 것을 고객들이 불편하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고객 눈에 띄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 기업가들이 기술 혁신을 막는 '황당 규제'에 시름하고 있다. 사업 방향을 전면 수정하거나 해외 시장으로 '탈출'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정부는 2019년 12월부터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배달로봇의 보도·공원·승강기 통행을 일부 허용했다. 이후 뉴빌리티, 배달의민족 등 일부 업체가 허가를 받아 주행을 시작했지만 특례 조건이 까다로워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하지 못하고 있다. 배달로봇 주행 시 현장 요원 한 명이 항상 동행해야 한다는 조건이 대표적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자율주행 배송로봇을 '자동차'로 분류하고 있어주행하는 동안 '운전자' 역할을 하는 현장 요원이 따라다녀야 한다.

정부는 배달로봇의 법적 지위를 보행자로 인정하는 '지능형 로봇법'을 연내 발의할 예정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지난달 자율주행 로봇 스타트업 로보티즈를 방문해 "규제 개선을 신속히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이 2016년 개인배달장치법을 제정해 현재 20여 개 주에서 배달로봇 서비스를 허용하고 있는 데 비하면 여전히 속도가 더디다는 비판이 나온다.

산업 간 형평성 없는 규제에 가로막혀 해외로 눈길을 돌려야 했던 스타트업도 있다. '뉴코애드윈드'는 오토바이 배달통을 활용한 디지털 광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배달 대행업자들이 배달을 하는 동안 영세 자영업자의 광고 이미지를 배달통 옆면 액정표시장치(LCD) 기판을 통해 내보낸다. 하지만 현행 옥외광고물법은 교통수단을 이용한 광고물에는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고 발광 방식의 조명을 쓸 수 없도록 했다. 이 때문에 뉴코애드윈드는 오토바이 배달통에 디지털 광고를 할 수 있도록 2019년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운영 허용대수가 겨우 100대로 제한돼 수익을 내기 어려웠다. 국내 사업이 어렵다고 판단한 뉴코애드윈드는 중동으로 눈을 돌렸다. 이를 위해 배달의민족 모기업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지분 매각을 검토 중이다.

기술 진화를 따라오지 못하는 낡은 규제 탓에 사업 방향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사례도 있다. 온라인 가상 시착 서비스를 활용해 안경을 판매하는 스타트업 '라운즈'가 대표적이다.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에 따르면 전자상거래를 통해서는 도수 있는 안경을 판매할 수 없다. 구매자가 온라인상으로 도수를 입력해 렌즈를 맞추면 어지럼증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대한안경사협회 주장 때문이다.

하지만 라운즈는 이 같은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충분한 대안을 마련했다는 주장이다. 김명섭 라운즈 대표는 "가상 시착을 통해 안경테를 구매한 뒤 오프라인 안경원과 연결해 도수를 맞추는 방식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유경 기자 /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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