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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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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 넘나들다 길 잃었나…설화와 SF의 이종교배 ‘외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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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훈 감독 신작 20일 개봉

호화 캐스팅에 화려한 볼거리

복잡한 이야기 따라가기 버겁기도


한겨레

최동훈 감독의 SF 대작 <외계+인> 스틸컷.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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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을 넘나들다 길 잃은, 고전 설화와 에스에프(SF)의 이종교배.

오는 20일 개봉하는 최동훈 감독의 에스에프 액션영화 <외계+인> 1부는, 도사와 외계인, 과거와 현재라는 이질적 요소의 하이브리드(혼종)로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고려 말 미래에서 온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2022년 인간의 몸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8명의 등장인물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다 보니, 압도적 컴퓨터그래픽(CG)과 거대한 스케일의 액션, 배우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따라가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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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훈 감독의 SF 대작 <외계+인> 스틸컷.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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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사는 외계 로봇 ‘가드’(김우빈)는 일종의 프로그램인 ‘썬더’(김대명)와 함께 인간의 몸에 갇힌 외계 행성의 죄수들을 관리한다. 외계인들은 오래전부터 죄수를 다양한 시공간 속에 살고 있는 인간의 뇌 속에 가둔 뒤, 인간의 죽음과 함께 자연 소멸하도록 하는 형벌을 내렸다. 가드와 썬더의 임무는 외계인들이 인간의 몸을 ‘탈옥’하면 그들을 다시 잡아 큐브 속에 가두는 것. 고려시대 한 여성의 뇌 속에 갇혀 있던 외계인이 탈옥하자, 그를 붙잡는 과정에서 여성이 숨지게 된다. 마음 약한 썬더는 엄마 없이 홀로 남겨진 아이를 현재로 데려온다.

10년 8개월 뒤, 가드는 평소와 같이 지구로 호송된 죄수 138명을 인간들의 뇌에 감금한다. 수백개의 거대 촉수가 인간의 뒤통수에 들러붙어 외계인을 주입하는 식이다. 이때 외계 행성에서 반란을 주도한 ‘설계자’도 감금된다. 이후 그를 탈옥시키려는 외계 로봇이 지구에 도착하면서 가드와 일전을 벌이게 된다. 인간의 몸을 탈출한 설계자와 그를 따르는 무리들로 인해 큰 혼란이 빚어지면서 고려 말과 2022년 현재 사이에 놓인 시간의 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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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훈 감독의 SF 대작 <외계+인> 스틸컷.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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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1391년 고려 말에는 무륵(류준열)과 같은 도사들이 높은 현상금이 걸린 신검을 차지하기 위해 각축을 벌인다. 신비한 물건을 구해다 파는 삼각산 신선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 거대조직 ‘밀본’의 리더 자장(김의성), 정체 모를 여성 이안(김태리) 등도 신검을 차지하기 위해 뛰어든다.

영화의 시각적 볼거리는 풍성하다. 마블 영화 <아이언맨>을 방불케 하는 로봇 가드와 악당 로봇의 격투신은 할리우드 영화 못지않은 리얼한 생동감을 준다. 특히 대형 우주선이 지하 주차장을 밀고 들어오면서 건물과 자동차가 파괴되는 장면은 기존 한국 영화에서 보기 힘든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우주선으로 변모되는 자동차를 비롯해 도사들의 검술과 장풍, 초능력, 그리고 총기 액션도 시종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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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훈 감독의 SF 대작 <외계+인> 스틸컷.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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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열, 김우빈, 김태리, 소지섭, 염정아, 조우진, 김의성, 이하늬, 신정근 등 호화 캐스팅의 향연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엉뚱하면서도 귀여운 도사를 연기한 류준열, 1인 4역을 해낸 김우빈, 어수룩한 신선을 연기한 염정아, 조우진 등 배우들의 코믹 연기가 빚어내는 유머 코드도 극의 재미를 더한다.

그러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진행되는 이야기 자체의 복잡함에 더해, 다양한 캐릭터가 난무하다 보니 관객이 서사를 따라가기 버거운 점은 못내 아쉬운 대목이다. 이야기를 꼬아 놓은 것에 비해 마지막 반전도 그다지 새롭지 않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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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훈 감독의 SF 대작 <외계+인> 스틸컷.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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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언론시사회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 감독은 “시공간을 오가는 내용으로 시나리오를 쓰기가 정말 어려웠다. 2년 반 동안 시나리오를 썼고, 어떤 대사는 50~60번도 고쳤다”며 “하늘 아래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고 하지만 새로운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 그 구조 안에서 관객들이 예측하기도 하고, 그 예측이 빗나가기도 하며 드라마를 보는 재미를 느끼길 바랐다”고 했다.

고전 설화와 에스에프의 접목을 시도한 배경에 대해선 “이런 영화를 찍겠다고 하면 반대한다. 관객에게 다가가기 쉽겠냐는 건데, 그런 반응들에 반항심이 들더라. 관객들은 어떤 영화든 볼 준비가 돼 있는데, 우리가 어떤 틀을 갖고 판단하는 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며 “이러한 장르적 이종교합이 한국 영화의 변화와도 맞는 것 같다.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고 싶었던 장르였다”고 덧붙였다.

13개월간 1·2부를 동시에 촬영한 뒤, 이번에 먼저 개봉하는 <외계+인> 1부의 쿠키영상은 1개다. 2부는 2023년 개봉 예정이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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