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취업자 수는 84만여명 늘었지만, 증가 폭은 3개월 만에 줄었다. 경기 둔화 조짐에 하반기 일자리 전망은 더 흐리다. 지난 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중견기업 일자리 박람회’ 모습. [뉴스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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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경기 둔화 우려에도 지난달 고용 상황은 비교적 양호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따라 대면 서비스업종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세금을 투입한 직접일자리 사업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어서다. 하지만 물가가 오르고 성장이 둔화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에 이런 흐름이 이어지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4만1000명 늘어난 2847만8000명이다. 증가 폭은 6월 기준으로는 2000년(87만7000명) 이후 22년 만에 최대다. 올 상반기 취업자 증가 폭(94만1000명)도 2000년 상반기 이후 최대다.
실업률도 3.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8%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3월 이후 같은 수치를 유지했다. 15~64세 고용률은 69.1%로 1년 새 2%포인트 상승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6월 기준 최고치다.
취업자 증감 |
업종별로는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17만7000명), 제조업(15만8000명), 운수·창고업(12만6000명)에서 취업자가 늘었다. 공미숙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일상 회복 본격화에 따른 대면 업종 개선 등으로 고용 증가세가 지속했다”며 “60세 이상에서는 제조업 취업자가 굉장히 많이 늘고 있고, 농림어업과 보건복지업도 (증가세가) 좋다”고 설명했다.
반면 금융·보험업(-5만9000명), 도·소매업(-3만7000명), 협회·단체 분야(-1만6000명) 등에선 취업자가 줄었다.
비교적 안정된 일자리로 볼 수 있는 상용직 취업은 1년 새 89만9000명 늘었고, 임시직은 5만3000명, 일용직은 7만9000명이 각각 줄었다. 임시직은 16개월만의 감소세 전환이다. 연령별로는 15~19세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취업자가 늘었다.
그러나 불안한 그림자도 드리워졌다. 우선 취업자 증가 폭이 3개월 만에 둔화했다. 4월 86만5000명, 5월 93만5000명까지 올랐다가 줄었다. 올 1~2월 100만명 넘게 증가했던 것과도 거리가 있다. 공미숙 국장은 “불확실성이 많아 (증가 폭이) 향후 다시 오를지, 내려갈지 전망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고령층과 공공 부문에 치우친 일자리 구조도 여전하다. 60대 이상 취업자는 47만2000명 늘면서 전체 취업자 증가 폭의 절반 이상(56%)을 차지했다. 반면 30대, 40대 고용은 각각 1만8000명, 2000명 느는 데 그쳤다. 취업자 증가분 가운데 공공행정·보건복지 비중은 4월 37%에서 5월 29.6%로 떨어졌지만, 지난달 30.6%로 다시 올랐다.
전반적인 경제 여건 악화까지 겹쳐 향후 일자리 전망은 더 흐리다.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지며 기업의 고용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올해 국내 연간 경제성장률이 지난 5월 발표한 2.7%에서 후퇴할 거란 예상도 내놨다. 다시 확산하는 코로나19 상황도 경기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는 “고용 지표는 6개월 전 경기 상황이 반영된다. 아직 정규직 쪽은 괜찮은데,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감원 등을 보면 연말엔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며 “대면 업종에 반영된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효과도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 효과가 떨어질 것이고, 전체적으로 내년까지 고용 둔화 폭이 가팔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도 당분간 고용 흐름이 주춤할 거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방역 인력 운용이 변수이긴 하지만, 세금으로 지탱해온 직접일자리도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는 “4분기 직접일자리 사업 종료 등으로 하반기엔 취업자 증가 폭이 둔화할 것으로 본다. 내년엔 기저효과, 직접일자리 정상화 등으로 둔화가 더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민간 투자 촉진을 통한 고용 창출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세종=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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