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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두 달 일찍 녹조로 덮인 낙동강…“대구시민 식수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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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폭염특보 13일 ‘역대 최대’…강수량은 평년 절반

장마 끝난 후 8월까지 폭염 이어질 땐 더 심해질 수도

경향신문

이른 폭염이 이어지면서 최근 경북 성주군 선남면 성주대교 인근 낙동강변에 평년보다 일찍 짙은 녹조가 번지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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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성주군 선남면 성주대교에서 직선거리로 약 1.3㎞ 떨어진 낙동강변. 많은 양의 장맛비가 내려서인지 지난 11일 물가에 다가서자 물비린내가 강하게 풍겨왔다. 검푸른 강물 속을 들여다보면 물살에 떠밀려온 나뭇잎 아래로 녹색 물감이 퍼져나가는 듯한 녹조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대구 달성군 논공읍 고령교 아래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관측됐다. 성주대교 아래에서 만난 한 주민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걸쭉한 녹조 덩어리가 물가에까지 밀려와 있었다”면서 “지난해나 2020년보다 녹조 현상이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역대급’ 폭염이 이어지면서 낙동강 곳곳에서 심각한 수준의 녹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환경단체는 역대 최악의 녹조 대란을 우려하고 있다.

대구지방환경청은 지난달 23일 낙동강 강정고령 구간(강정고령보 상류 7㎞)의 조류경보 단계를 ‘관심’에서 ‘경계’로 높였다. 당시 유해남조류 세포 수가 1㎖당 7만9285개로 측정됐다. 이는 기준치(1만개)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해평 구간(칠곡보 상류 22㎞) 조류경보 단계도 지난달 16일부터 관심 단계가 내려졌다.

환경단체들은 최근 유해남조류가 군체를 형성해 낙동강 곳곳에 페인트를 풀어놓은 것과 같은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 시민들의 식수원인 낙동강이 오염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수문 개방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무더위가 심해지는 8월에나 나타나던 현상이 지난달 말부터 나타나고 있다”면서 “녹조와 녹조사체가 엉겨붙어 마치 유화를 보는 것 같은 모습이 관측된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올해는 조류 대발생(1㎖당 100만개 이상) 단계를 넘어 녹조 현상이 극심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대구환경운동연합 등 28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3월 낙동강 하류에서 생산된 농산물에서 독성물질이 검출됐다며 정부 차원의 실태조사를 촉구한 바 있다. 이들은 당시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근본 원인으로 녹조 현상을 지목했다.

최근 벌어지는 일들은 대구·경북의 기후 상황과 무관치 않다. 대구환경청은 무더위로 인한 수온 상승과 지속된 가뭄으로 녹조가 증식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분석했다.

대구는 지난달 하루 낮 최고기온이 33도를 넘어 폭염 주의보 또는 경보가 내려진 날이 13일이나 됐다. 이는 역대 최다 수준이다. 이전 최고 기록(7일) 및 최근 10년(2012~2021년·3.3일)과 비교해도 각각 2배, 4배가량 많다. 특히 장마가 시작된 지난달 하순(21~30일)의 평균기온은 28.6도로,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

폭염은 계속됐지만 비는 예년보다 적게 내렸다. 대구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지난 11일까지 대구지역 강수량은 112.4㎜에 불과했다. 평년(30년 평균·235.8㎜)의 절반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해평취수장 인근 경북 구미에는 비가 129㎜ 내렸는데, 최근 30년간 이맘때 이 지역의 평균 강수량은 237.9㎜였다.

문제는 녹조 현상이 앞으로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구기상청은 장마가 끝난 후 다음달까지 평년을 웃도는 수준의 폭염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내다봤다.

대구기상청 관계자는 “올해 8월까지 하루 평균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더 높을 확률이 약 80%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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