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6월 말 기준 4382억8000만 달러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5월 말 기준(4477억 달러) 전 세계 9위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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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감을 키우는 건 감소 폭이다. 6월 한 달에만 94억3000만 달러가 줄어, 2008년 11월(-117억5000만 달러)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지난 3월부터 4개월간 234억9000만 달러가 줄었다. 강달러로 유로화 등 다른 통화로 구성된 외화자산의 평가액이 줄어든 데다, 원화가치 방어를 위해 돈을 푼 탓이다.
한은 관계자는 “한국 경제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현재 외환보유액은 대외 충격에 대응하는데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그럼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근거는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 수준을 2020년 이후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IMF는 연간 수출액 5%, 시중통화량(M2) 5%, 단기외채 30%, 기타 부채(외국인 투자금 등) 15% 등을 합한 액수의 100~150%를 적정 외환보유액으로 판단한다. 이 기준을 적용한 한국의 적정 외환보유액 비중은 2020년 98.97%로 내려간 뒤 지난해에도 98.94%를 기록했다. 2000년 이후 가장 낮다. 이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적정 외환보유액은 4680억~7021억 달러 수준이다.
다만 IMF 기준으로는 외환보유액 세계 1위(3조1278억 달러·5월 말 기준)인 중국도 69%로 기준에 한참 못 미친다. 반면 체코(370%)와 페루(289%) 등은 기준의 2~3배 넘는 외환을 쌓아두고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하지만 전문가들은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로 들어오는 달러인 경상수지 흑자 폭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올해 1~5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191억7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329억3000만 달러)에 훨씬 못 미친다. 올해 무역수지 누적 적자 폭도 159억 달러까지 불어난 상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긴축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져 반도체 등의 한국 수출이 위축될 경우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달 말 한·미 간 기준금리가 역전될 가능성도 부담이다. 금리가 역전되면 외국인 자본이 유출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외환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 원화가치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액이 빠르게 소진될 수도 있다.
올해 1분기에도 외환 당국은 환율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83억1100만 달러(약 10조원)에 이르는 외환보유액을 순매도했다. 2분기에는 달러값이 1300원을 넘어서는 등 변동성이 더 컸던 만큼 매도 규모는 더 컸을 수 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한국 상황은 평소보다 외환보유액을 더 많이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환보유액 유지에는 돈이 든다. 정부와 중앙은행은 통안증권 등 채권을 발행해 확보한 원화로 시중에서 달러나 외화 표시 자산을 사들인다. 채권을 발행하는 만큼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한은도 외환보유액에 대해 “더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투자 기회를 잃는 비용이 발생한다”고 평가한다.
그래서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을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호주는 금융의 국제화 수준과 높은 신인도 등을 바탕으로 외환보유액을 555억8000만 달러(5월 기준)만 쌓아두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기업과 민간이 해외에서 달러를 조달할 능력이 충분하다면 외환보유액을 굳이 많이 쌓아두지 않아도 된다”며 “거시경제와 재정의 안정성, 금융시장의 회복 탄력성 등이 훨씬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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