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첫 총성뒤 3초...아베 경호원들이 멀뚱멀뚱 서있었던 이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피격 사망한 초유의 사건으로 일본 경찰이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졌다. 특히 첫번째 총성 이후 두번째 총격까지 3초간의 시간에 경찰이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비난이 거세다.

중앙일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0일 일본 NHK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의 선거 유세장 경호를 담당한 여러 경찰관은 조사 과정에서 “첫 번째 총성이 들린 뒤에야 수상한 사람을 처음으로 인식했다”고 말했다. 경찰의 대응이 미숙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후쿠다 미쓰루 일본대 위기관리학부 교수는 “경찰이 아베 총리의 앞에 있는 인파에 집중한 것 같다”며 “이는 분명한 (경호) 문제”라고 말했다. 도쿄 경시청의 한 간부도 “유세 현장 인근의 사각지대를 찾아내 감시하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라며 “의심스러운 물건을 소지한 인물이 이토록 가까이 접근하도록 허용한 건 분명한 문제”라고 했다.

아베 전 총리는 8일 오전 11시 30분쯤 일본 나라현 나라시 야마토사이다이지(大和西大寺)역 앞 로터리에서 유세 도중 총격을 받았다. 아베 전 총리의 뒤에서 범인 야마가미 데쓰야(山上徹也)가 성큼성큼 다가왔지만, 현장에 있던 수십 명의 경호 인력은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중앙일보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가 총격으로 사망한 8일 오후 사고 현장인 일본 나라현 나라시 소재 야마토사이다이지역 인근 노상에서 시민들이 아베 전 총리를 추모하며 헌화를 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특히 두 번째 총격까지 속수무책이었다는 게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건 당시 영상을 보면 첫 번째 총성이 들린 뒤 아베 총리는 급하게 뒤를 돌아봤고, 이후 두 번째 총성까지는 약 3초의 시간이 있었다. 이 시간 동안 현장 경호 인력은 아베 전 총리를 감싸는 벽을 만들거나 대피시키지 않았다. 일부 경호 인력이 뒤늦게 '가방 방패'를 들어올렸지만, 아베 전 총리는 이미 총격에 쓰러져 있었다. 경찰은 사건 당시 구체적인 경비 인력 상황을 밝히지 않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요인 특별 경호를 담당하는 경시청의 ‘SP(Security Police)’ 1명과 나라현 경찰관 등 수십 명이 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당국의 부검 결과 아베 전 총리의 사인은 과다출혈이다. 목과 왼쪽 어깨 등에서 총상이 발견됐고, 어깨를 관통한 총탄에 동맥이 손상되는 치명상을 입었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야마가미는 한 번 발사에 6개의 탄환이 발사되도록 해 살상력을 높인 구조의 총을 직접 만들었다. 아베 전 총리가 서 있던 곳에서 20m가량 떨어진 선거 차량에도 탄흔으로 보이는 구멍이 확인됐다.

나라시 유세 경비 총책임자인 나라현 경찰본부의 오니즈카 도모아키 본부장은 9일 기자회견에서 “경호·경비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구체적인 경호 실패 이유를 밝히진 않았다. 경호 업체를 운영하는 이토 신이치는 니케이에 “경찰 당국은 이번 사건을 검토해 국민에게 왜 이런 일을 피할 수 없었는지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베 전 총리의 장례는 참의원 선거 다음 날인 11일 일가친척과 가까운 지인들이 유족을 위로하며 밤을 새우는 쓰야(通夜·밤샘)를 거쳐, 12일 도쿄 미나토구에 위치한 조죠지 사찰에서 치러진다. 장례식에는 친척과 지인만 참석하는 방향이 논의되고 있다. 아베 부부에게는 자녀가 없어 상주는 아베 전 총리 부인인 아베 아키에 여사가 맡는다.

이후 관례에 따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장의위원장을 맡아 일본 정부와 자민당이 합동으로 주최하는 장례식이 진행될 예정이다. 나라시 야마토사이다이지역 앞 현장 주변에 마련된 헌화대에는 9일 한때 추모객의 줄이 50m 이상 길게 이어졌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중앙일보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