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대회의실에서 열린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해 소명을 마친 후 회의실을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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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받은 8일, 이 대표와 연일 각을 세웠던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등 친윤계 의원들은 침묵했다. 징계 직전까지 언론 인터뷰와 SNS 등에서 이 대표를 공개 비판하고, 윤리위원회 당일 새벽까지 텔레그램 등 메신저에 접속해 촉각을 곤두세웠던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도어스테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대통령의 당무 언급은 적절치 않고,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당으로 나아가는 데 대통령의 언급은 도움이 안 된다”며 거리를 두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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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는 윤핵관, 윤심 논란 차단?
정치권에선 이런 윤핵관의 침묵과 대통령실의 거리두기 모두 이 대표 징계에 대한 이른바 ‘윤심 논란’을 차단하려는 행보로 보고 있다. 대통령의 정치개입 논란은 물론, 지지율이 30%대까지 하락한 상황에서 당 내홍에 대통령실이 개입했단 인상을 주는 것만으로도 윤 대통령에겐 큰 부담이라서다. 이 대표가 징계를 받아 힘을 잃은 만큼 굳이 전선 확대에 나설 필요가 없기 때문이란 말도 나온다. 굳이 친윤계가 '발톱'을 드러낼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여당의 한 재선 의원은 “이 대표가 뭐라 떠들든 징계를 받은 이상 어떠한 힘도 실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을 마친 후 돌아서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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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이 대표의 징계 등 당 내홍과 윤 대통령은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도대체 무슨 근거로 윤심이란 말이 나오느냐”며 “이번 사태가 민생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오전 국회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와 10분간 비공개 면담을 가진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이 대표 건 때문에 온 것은 아니다”며 “대통령은 일반 당원이라 당 상황에 대한 언급은 옳지 않다”는 거리 두기 기조를 유지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이 대표의 징계 과정에 ‘윤심’이 실린 것 아니냐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최근 윤핵관과 이 대표의 충돌 과정이 “마치 잘 짜인 각본 같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여당에선 특히 지난달 23일 윤핵관의 대표 격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이 대표를 겨냥해 “대통령 돕는 정당이 맞느냐”는 언론 인터뷰를 한 뒤의 장면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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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의 거리두기가 '윤심' 이었나
다음날인 24일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에서 당내 갈등 질문에 “대통령이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고 답변했는데, 이후 친윤계 박성민 당대표 비서실장 사퇴(6월 30일)→당 중진의원 모임서 이준석 용퇴론 제기와 친윤계 배현진 의원의 최고위원회의 보이콧(4일)→윤핵관 이철규 의원의 이준석 공개비판(5일)이 전광석화처럼 이어졌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조금이라도 반대했다면, 당대표에게 단기간 이런 포화를 쏟아붓는 것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거리 두기’가 일종의 ‘암묵적 승인’이라 여겨졌다는 설명이다. 여당의 한 초선 의원은 “이 대표는 특히 윤 대통령과의 당대표실의 연결고리였던 박 전 비서실장의 사퇴에 충격이 컸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가운데)가 지난달 29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찰행정지원부서'신설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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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핵관의 침묵’이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11일 국민의힘 의원총회가 예정돼있고, 초선과 중진 의원들도 같은 날 별도의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이 대표도 법원에 징계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예정이라 받아들여지면 당 대표로 복귀해 충돌이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징계를 '궐위가 아닌 사고'라 해석해 6개월간의 직무대행체제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당원권 정지 기한이 끝나면 당대표로 복귀할 수 있어 별도의 전당대회를 열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핵관들이 6개월간의 직무대행체제를 받아들일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고 했다. 언제든 친윤계 의원들이 총대를 메고 "윤 대통령을 지원할 강한 여당"을 명분으로 비대위나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하고 나설 가능성이 없지 않다.
전날 JTBC보도에서 이 대표 징계 과정에 개입한 ‘윗선’이 있다는 녹취록이 나온 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정치권에선 보도에 언급된 윗선의 한 사람으로 이명박정부 청와대서 근무했던 A 전 행정관을 거론하고 있다. A 전 행정관이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어, 그와 인연이 있는 일부 여당 의원과 인사들의 이름도 함께 오르내리고 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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