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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 속 대선시계 시작…국민의힘, '비어있는 링'에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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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으로 조기 대선 시계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가운데, 국민의힘은 '비어 있는 링'을 두고 복잡한 셈법에 빠졌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독주 체제로 일찌감치 대선 체제를 구축한 것과 달리, 국민의힘은 후보군만 난립한 채 전략과 구심점 모두 불투명한 상황이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직후 3시간 넘는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으나 당 운영 방향이나 후보 전략에 대해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1호 당원'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 문제도 논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헌재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인용이 발표되자 입장을 밝힌 뒤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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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에선 조기 대선을 아예 준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윤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와 그 여진 속에서 후보 선출과 정권 재창출이라는 이중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특히 강성 보수층과 중도층 사이에서 교통정리를 하지 못한 상황이라, 전략 노선조차 흔들리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대선 출마 의지를 공식화하며 처음으로 링 위에 올랐다. 그는 “30여년 정치 인생의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하고 철저하게 준비해 왔다”며 “다음 주부터 절차를 밟아 국민 앞에 다시 서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대선 출정 선언이다.

그러나 다른 유력 주자들은 아직까지 공식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장관 등이 거론되지만, 본격적인 행보를 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공백 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지지층 이탈과 혼선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김문수 장관의 일시적 '1강' 구도는 강성 보수층에 의존한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향후 중도 확장형 후보로 무게추가 이동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국민의힘 경선 레이스는 앞으로 대략 3주 이내에 마무리돼야 한다. 짧은 일정 속에서 당내 경쟁을 정리하고, 본선 경쟁력을 갖춘 단일 후보를 세우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이 당 안팎의 공통된 인식이다.

당의 전략 노선도 혼돈에 빠졌다. 강경 지지층을 달래는 동시에 중도층에 '정권 재창출'을 설득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동시에 주어졌다. 여기에 윤 전 대통령이 향후 공개적으로 메시지를 내거나 정치적 행보에 나설 경우, 친윤과 비윤 세력 간 갈등이 다시 불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뚜렷한 주자가 없다는 것이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줄 수도 있겠으나, 대선 주자 선정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후보들이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고, 당 의원들을 설득하면 이후 절차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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