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람 혁신위원 "당대표 징계 상정한 규정 없어"
박민영 대변인 "2030 지지자들 실망해 떠날 것"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새벽 윤리위원회에서 소명을 마친 후 국회를 나서고 있다. 오대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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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내리자 이 대표와 보조를 맞추고 있던 국민의힘 내 청년 정치인을 중심으로 격렬하게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용태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윤리위가 당원과 국민이 뽑은 당권에 대해 쿠데타를 일으켰다"면서 "반란군은 토벌해야 된다"는 초강경 발언을 내놨다. 김 위원은 "인터넷 방송의 의혹은 믿고 당대표 말은 못 믿겠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면서 "경징계도 아니고 애매모호한 기준으로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면 굉장히 윤리위가 정치적 개입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날 JTBC의 "성접대 의혹 폭로 배경에 윗선 정치인의 개입이 있었다"는 보도를 인용하면서 "윗선이 어디까지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윤핵관이라는 소문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게 사실이라면 당 지도부는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모든 걸 갈아넣고 싸웠는데 누군가는 당 지도부 흔들려고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천하람 혁신위원은 "정당사에 거의 불가능한 일이 일어났다. 비상대책위원장이 아니고 민주적으로 선출된 당대표다"라면서 "(윤리위의 중징계는) 누구라도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사실이 있어 당대표가 당연히 사퇴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터무니 없이 버티고 있다라는 정도의 강한 확신이 있을 때만 해야 되는 것인데, 그런 근거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천 위원은 "이런 식이 되면 당대표가 되고 나서도 늘 등 뒤를 조심해야 한다. 누군가 의혹을 만들고 당내의 반대세력이 당대표의 힘보다 강해진다라고 하면 얼마든지 이런 시나리오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천 위원은 당대표를 징계하는 상황에 대한 규정의 미비도 지적했다. 그는 "윤리위의 징계 의견에 따른 처분을 집행하는 것이 당대표"라면서 "우리 당의 당헌당규라는 것이 당대표가 징계 피의자가 되는 경우를 상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이 대표가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 사진을 올려놓고 조선 시대 장군인 남이의 활약을 다룬 조선왕조실록의 구절을 인용했다. 남이는 20대에 공을 세워 병조판서라는 주요 관직에 올랐지만 역모죄로 처형당했다. 김 의원의 포스트는 이 대표가 대선 승리에 공헌했지만 윤리위 중징계로 위기에 몰린 점을 들어 이 대표를 남이에게 빗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대표를 지지하는 청년층 위주 유권자들의 지지가 이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징계 결정이 나오기 전인 지난 7일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당장 대표가 당직을 내려놓아야 하는 상황은 최악"이라면서 "대표가 만들어 놓은 새로운 플랫폼이라든지 담론, 이런 모든 것들이 일시에 사라지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2030세대뿐만 아니라 보수정당의 발전을 바라는 기성당원들도 실망해서 떠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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