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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카스피 송유관 가동 잠정 중단”...유럽, 에너지 공급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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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독일 크렌즐린에 있는 변압기./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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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는 천연 가스관을 잇따라 틀어막은 데 이어, 송유관을 통한 원유 공급도 일부 중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점점 가중되고 있다.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철을 불과 4~5개월 앞두고 유럽 각국이 온갖 대응책을 짜내고 있지만, 단기간에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 통신은 6일(현지 시각) “러시아 법원 명령으로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에서 흑해로 이어지는 카스피 송유관의 가동이 30일간 잠정 중단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송유관을 운영하는 카스피 송유관 컨소시엄(CPC)은 이날 “러시아 정부가 최근 송유관 시설 운영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지난해 발생한 기름 유출 사건에 대한 대응 계획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하자 러시아 법원이 이를 이유로 송유관 가동 중단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CPC 송유관 운영을 중단해야 할 만큼 심각한 문제가 발견되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아 정치적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카스피 송유관은 카자흐스탄에서 시작해 러시아 흑해 연안의 노보로시스크까지 이어지는 약 1500여㎞의 송유관이다. 카자흐스탄산 원유를 유럽에 수출하는 데 주로 쓰인다. 지분은 러시아 24%, 카자흐스탄 19%, 오만 7% 등으로 쪼개져 있고, 미국 엑슨모빌과 셰브론 등 글로벌 석유기업도 참여하고 있다.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1%가 이 송유관을 통과한다. 로이터는 “(공급 부족으로 초래된) 고유가로 불안한 글로벌 원유 시장에 추가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유럽에너지거래소(EEX)에서 독일의 내년도 전력 선물 가격은 6일 한때 ㎿h(메가와트시) 당 345유로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천연가스에 이어 원유 공급까지 줄어들면서 독일 내 전력 공급이 크게 부족해지고, 전기 공급가도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 탓이다. 러시아는 앞서 지난달 16일부터 천연가스 가압 펌프 수리 지연을 이유로 독일과 연결된 ‘노르트스트림’ 천연가스관의 가스 공급량을 60% 줄였다. 또 11일부터 21일까지는 추가 정비 작업을 이유로 아예 가스관을 잠글 예정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 같은 사태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천연가스에 이어 원유도 무기화에 나선 것”이라며 “(천연가스관과 송유관의) 정비 조치 후에도 정상 가동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연합(EU)도 이에 따른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 완전 중단’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6일 EU 의회 연설에서 “러시아가 가스를 완전히 차단할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며 EU 차원은 물론, 각 회원국 차원의 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당장 러시아의 천연가스 및 원유 공급 축소로 영향을 받는 EU 국가는 12국에 달한다. 이 중 독일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이 먼저 대응에 나섰다. 독일 의회는 민간 천연가스 발전소도 정부가 가동을 제한할 수 있게 하는 법을 내놓았다. 올해 겨울용 연료로 쓸 천연가스를 비축하기 위해서다.

현재 독일의 천연가스 비축량은 목표(90%)의 3분의 2 수준인 56%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재정난에 빠진 에너지 회사 지분을 정부가 인수하는 법도 추진한다. 독일 유니퍼 등 천연가스 업체들은 천연가스 도입 가격 폭등으로 하루 수백억원의 손실을 내면서 파산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프랑스는 자국 전력 생산을 약 80%를 담당하고 있는 프랑스전력공사(EDF)의 재(再)국유화를 추진한다. 전력 시장을 독점한 정부 지분 100%의 공기업이었다가 지난 2004년 지분 일부(약 20%)를 공개하면서 민영화를 한지 18년 만이다. 엘리자베트 보른 프랑스 총리는 6일 프랑스 하원에서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에 맞서) 프랑스의 에너지 주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정부가 세금을 투입, 원자력 에너지와 재생 에너지 발전량을 크게 늘림으로써 에너지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에 장기적으로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오스트리아는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의 오스트리아 하이다흐(Haidach) 천연가스 저장 시설 운영권을 뺏어 다른 기업에 넘기기로 했다. 가스프롬이 이곳에 오스트리아가 올겨울 써야 할 천연가스를 채워놓지 않고 있어서다. 오스트리아의 천연가스 비축량은 목표의 절반 수준이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그러나 가스프롬을 대신할 천연가스 공급 업체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나라는 천연 가스 수요의 약 80%를 러시아에 의존해 왔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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