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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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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310원 돌파, 외환보유액 급감…"IMF 악몽? 지금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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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세종=안재용 기자]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외환시장 안정 조치가 단행되며 우리나라 외화보유액이 한 달 새 94억달러나 줄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천382억8천만달러로 전월 말(4천477억1천만달러)보다 94억3천만달러 감소했다. 2022.7.5/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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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300원선을 넘어서고,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의 재현에 우려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외환보유액이 코로나19(COVID-19) 사태 이전보다 오히려 늘어나며 충분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원화 가치가 나홀로 절하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외환위기를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382억8000만달러(약 573조원)로 전월말 대비 94억3000만달러 감소했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1월(-117억5000만달러) 이후 13년6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급격한 환율 상승을 막기 위해 외환당국이 달러화를 내다파는 등 시장안정 조치를 취한 데 따른 영향 등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일각에선 급격한 외환보유액 감소가 자칫 외환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는 등 외환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안전망 역할을 하는 외환보유액이 줄어들면 한국이 외환위기 때처럼 투기적 세력의 공격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이날 전일대비 6원 오른 1306.3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310원선을 돌파하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외환위기를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5월말 기준 4477억달러로 전세계 9위 수준이다. 10위인 싱가포르(3453억달러)와는 1000억달러 넘게 차이가 난다.

6월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코로나19(COVID-19) 팬데믹(대유행)이 본격화되기 직전인 2020년 2월(4092억달러)보다도 약 300억달러 더 많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일각에서 외환당국의 외환시장 안정 여력에 대한 우려를 밝히고 있으나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보면 충분하다"며 "당국이 수입물가 안정, 금융시장 불안심리 진정을 위해 미세조정 뿐 아니라 실개입에 나설 수 있다는 공감대는 유효하다"고 밝혔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적정수준인지 아닌지 판단하긴 쉽지 않다. IMF(국제통화기금)가 적정 외환보유액 기준을 제시한 바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IMF는 △연간 수출액의 5% △시중 통화량(M2)의 5% △단기 외채의 30% △외국인 증권 및 기타투자금 잔액의 15% 등을 합한 규모의 100~150% 수준을 적정 외환보유액으로 본다. IMF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외환보유액 비중은 98.94%로 권고 수준에 못 미친다. 그러나 이 기준대로면 지난 5월 말 기준 3조1278억달러로 외환보유액 세계 1위인 중국도 69%로 적정수준 미만이다.

적정 외환보유액 수준은 환경에 따라 변해왔다. IMF가 지난 1953년 내놓은 적정 외환보유액 기준은 3개월치 수입액 혹은 연간 경상지급액의 25%(3개월분) 수준이었다. 세계화 이전 국가간 자금거래가 수출입 대금결제에 머물던 시기에는 유사시 수입대금을 지불할 수준의 외환보유액을 보유하면 충분했다는 얘기다.

이 같은 기준은 세계화 심화로 국가간 자본거래가 활발해지며 바뀌었다. 특히 영국과 동아시아 외환위기를 겪으며 강화됐다. 1999년 나온 '그린스펀-기도티 룰'에서는 3개월치 수입액에 단기외채(만기 1년 미만)를 더한 금액을 적정 수준으로 제시했다. 국제결제은행(BIS)가 2004년 내놓은 적정 외환보유액 기준에서는 이에 더해 외국인 포트폴리오(채권, 주식 등) 투자자금의 3분의 1을 추가했다. 즉 외국인이 한국인에게 받거나, 한국에서 회수할 수 있는 돈의 일정 비율이 적정 외환보유액이 되는 셈이다. 기준 자산의 범위, 비율 등은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

한은은 종합적으로 현 외환보유액 수준이 적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부족하지 않은 수준'으로 판단된다"며 "적정 수준에 대한 기준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원화 가치 하락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금리 인상으로 인한 전 세계적 강달러에 따른 현상이라는 점도 외환위기와 다른 점이다. 한국 경제 펀더멘털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닌 만큼 외환위기 때처럼 환투기 세력의 공격이 집중될 가능성은 낮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차원에서 달러화 강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고 원화가 엔화, 위안화 등에 때때로 연향을 받아 월간 (외환보유액) 데이터는 튈 수 있으나 반대 국면에서는 회복속도가 빠를 수 있다"며 "위기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 연준 등의 통화 긴축, 한국의 무역적자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는 만큼 외환시장과 외환보유고에 대한 철저한 관리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면 괜찮지만 어느 정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문제의식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며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있고, 한미 금리역전 우려도 있어 '당장 위기다'라고 말할 순 없지만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안재용 기자 po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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