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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이슈 물가와 GDP

물가 치솟는데 대책은 없고…감세 등 기존 정책은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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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5일 서울 시내 주유소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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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이 외환위기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이은 감세 정책 등 윤석열 정부 정책이 물가 안정과는 반대 방향으로 흐를 위험이 커 ‘정책 엇박자’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지난 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6% 올라 23년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2년 가량 지속된 코로나19 영향에 연초 발생한 우크라이나 사태 겹치면서 물가상승률은 지난 3월 10년만에 4%대를 기록한 후 매달 기록적인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최근 급격한 물가 상승의 원인은 대외 불안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에 있기 때문에 국내 정부 차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와 할당 관세, 부가가치세 면제 등 보조적인 세금 감면책을 펼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5월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종전 20%에서 30%로 확대했지만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39.6% 상승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물가를 보는 정부 정책 방향이 너무 느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추경을 통해 손실보상금 등을 지원하면서 지난 5월 이후 20조원이 넘는 돈이 시중에 추가적으로 풀렸다. 여기에다 법인세 감면, 종합부동산세 완화, 주식양도세 완화, 상속세 완화 등 대규모 감세안을 내놓은 것도 총수요를 줄여야 하는 시점에서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 활성화 정책은 지금 같은 인플레이션 국면에서는 전체 수요를 늘려 물가 상승을 부채질 할 수 있다. 영국에 이어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법인세 인상을 강력히 밀어부치는 것은 이때문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물가 상승 압력은 주로 공급 측에서 발생하지만 수요 측면에서도 전혀 없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자산이나 이윤에 대한 감세를 단행하면 물가 안정에 도움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감세는 금리인상 이후 고통을 받는 취약계층을 지원하는데도 제약을 가하게 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부 교수는 “감세로 인해 세수가 줄면 고금리 정책으로 타격을 입을 계층에게 재정 지원을 하기 어려워진다”며 “거꾸로 금리를 올려야 할 때 올리지 못하는 어정쩡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8월 발표하는 세법 개정안에도 고물가에 대한 고려가 우선 되어야 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자칫하면 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로 적극적인 대응을 주저하다 물가폭탄을 맞은 미국 통화당국의 실책을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 교수는 “미국도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 탓에 현재 증세로 대응을 하고 있다”며 “감세가 필요할 때도 있겠지만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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