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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고령사회로 접어든 대한민국

"고독사 위험 벗어나 좋아요" 20년 고립됐던 노인 찾아온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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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울의 한 지역 밀착형 복지관 소속 사회복지사가 지역 주민과 만나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안내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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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하면서 살고 싶단 의욕이 생겼습니다.”

서울 양천구의 한 고시원에 홀로 사는 김모(50대)씨가 지난달 서울시립 신목종합사회복지관 측에 전한 감사함이다. 김씨는 지난해 동료와 갈등 끝에 직장을 잃고 술에 의존한 채 살았다. 급기야 갑자기 걸음을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나빠졌다. 고립감은 더욱 커졌다. 방안엔 쓰레기가 쌓였다.



롱 코비드 속 고립가구 지원효과 톡톡



이런 김씨의 사정은 올 초 ‘지역 밀착형 복지관’ 사회복지사가 발굴했다. 복지관 측은 그간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려 고시원 등 주거취약계층과 소통해 왔다. 신정동·목동 등 3개동엔 사회복지사가 상주하는 거점공간도 뒀다. 복지관 측은 우선 김씨의 건강을 되찾는 데 주력했다. 사회복지사가 병원 진료에 동행하고, 약을 제때 먹는지도 챙겼다. 반찬과 죽도 지원했다. 경제적 안전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주거급여 신청도 도왔다. 다행히 김씨는 조금씩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일자리도 다시 얻을 계획이다.

서울시의 지역 밀착형 사회 복지관이 롱 코비드(Long-Covid19) 시대 속 고립가구 발굴·지원에 효과를 보이고 있단 평가가 나온다. 지역 밀착형이란 복지관 소속 복지사가 직접 주민을 만나고 협력해 다양한 복지문제를 해결하는 게 핵심이다. 지난해 시범도입됐고, 올해 21개 자치구 55곳으로 늘었다. 그간 안부 확인과 도시락 배달, 긴급돌봄 등을 통해 고립가구 1213건 1983명을 찾아 지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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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이 필요한 이웃과 사회복지관을 연결하는 문고리 편지 모습. 사진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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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 위험 벗어난 70대 노인



이모(70)씨도 지역 밀착형 복지관을 통해 달라졌다. 그는 과거 사람에 의한 ‘상처’로 20년간 스스로 고립된 채 살았다. 무료함은 늘 술로 달랬다. 사회복지사가 이씨를 끈질기게 설득해 자조모임에 참여시켰고, 요즘은 술을 줄이고 대신 자전거를 탄다고 한다. 더욱이 이씨는 ‘고독사’ 위험을 벗어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에 만족하고 있다.

지역 밀착형은 지역사회에 보다 가깝게 다가가려 임대주택 내 상가 등 유휴공간을 활용해 거점 공간을 둔 곳도 있다. 거점 공간에선 사회복지사가 상주해 요가교실·미술모임 등 다양한 주민교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거점 공간을 두지 않은 복지관도 복지사가 수시로 주민을 만나 고독사 예방교육이나 몰라서 놓치고 있는 복지제도 등을 설명하고 있다.

안현민 서울시 지역돌봄복지과장은 “그간 복지관이 가까운 거리에 있는 지역 주민만 복지혜택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지역 밀착형 사회복지관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사각지대를 줄여나갈 것”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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