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초유의 현직 당대표 징계

김종인 "尹, 대표상품이 없다...국힘은 이준석 새싹 밟아야하나" [혼돈의 여권, 빅샷에게 듣는다]

댓글 8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국민의힘에서 '김종인'이라는 이름 석 자는 늘 비상 상황에서 등장하곤 했다. 2020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 180석을 내준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초토화되자 그는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아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지난해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승리 직후 당을 떠난 김 전 위원장은 몇 달 뒤 다시 호출됐다.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흔들리자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지만, 친윤계 인사들과 대립각을 세운 끝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승리하며 승승장구하던 국민의힘에서 최근 김 전 위원장을 다시 거론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임기 초 지지율 하락과 이 대표에 대한 당 윤리위 징계안 심사, 당 내홍 등이 겹치면서다.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은 지난달 27일 김 전 위원장을 초청해 강연을 열었다. 당 핵심관계자는 1일 통화에서 “김종인이라는 이름이 자주 들리는 걸 보니 당이 위기가 맞나 보다”라고 했다.

중앙일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1일 서울 광화문 자신의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런 김 전 위원장을 1일 서울 종로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국민의힘에 대해 “정부 정책을 전혀 뒷받침하지 못하고 허송세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에 대해선 “성숙하지 못한 것은 결점이지만, 선거 승리에 공이 있는 젊은 대표를 고립시키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정부에 대해선 “곧 출범 100일인데 ‘윤석열 정부 뭐했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장제원 의원 포럼에 참석했다. 조금 의외였다.

A : “장 의원이 당 혁신을 위해 강연해달라고 해서 나간 것뿐이다. 내가 비대위원장을 할 때 장 의원이 비판을 많이 해서 앙숙으로 아는 사람들이 있는데, 정치에서 비판이야 늘 있는 일이다.”

Q : 선거 승리에도 여당이 여러모로 뒤숭숭한데.

A : “윤석열 정부의 정책을 절실하게 뒷받침해야 할 여당이 그런 역할을 전혀 못 하고 있다. 대표를 어떻게 내쫓느니, 누가 당권을 잡느니 하면서 허송세월하고 있다.”

Q : 절실함이나 절박함이 부족하다는 것인가.

A : "예를 들어 초선의원들은 총선 패배 직후만 해도 눈빛이 또렷했다. 하지만 여러 선거를 치르면서 당내 이해관계에 묻혀 변질된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중앙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1일 3박5일 동안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첫 순방을 마치고 김건희 여사와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성 상납 의혹과 관련한 징계안 심사를 앞둔 이 대표는 최근 코너에 몰려있다. 지난달 30일 친윤계 박성민 대표 비서실장이 물러났고, 1일에는 이 대표가 스페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을 마중하러 서울공항을 찾았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윤심(尹心) 매달리기에 나섰다”는 뒷말이 나왔다.

Q : 이 대표가 위기인데.

A : “보수 정당에 30대 당 대표라는 새싹이 돋았으면 잘 가꿔줘야 하는데, 오히려 새싹을 밟으려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결과적으로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에 공을 세운 대표를 고립시키느니, 내쫓느니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Q : 이 대표의 잘못은 없나.

A : “성숙하지 못한 면을 자주 보여주는 것이 이 대표의 결점이다. 여당 대표가 화날 때마다 SNS에 반응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당의 원로나 중진들을 능가해서 끌어안고 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 대표도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Q : 원 구성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A : “지금 급한 쪽은 국민의힘이다. 정부가 일하려면 국회가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소한 일에 너무 집착해 시간을 끌고 있다. 담대한 해법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Q : 담대한 해법이란 무엇인가.

A : “법사위원장을 민주당이 가져가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 법사위원장은 생각만큼 그리 대단한 자리가 아니다.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독식한 결과가 무엇인가. 정권을 빼앗기고, 지방선거에도 참패했다.”

중앙일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일 3박5일 동안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첫 순방을 마치고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손을 들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 전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는 “윤 정부만의 확고한 비전이나 대표상품이 없다”고 꼬집었다. 인터뷰 당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43%로 한 달 새 10%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부정평가는 42%로 데드크로스(긍정·부정평가 역전현상)를 눈앞에 뒀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Q : 임기 초 대통령 지지율 하락이 이례적이다.

A : “정권 교체를 내세웠던 윤 정부가 출범 뒤 국민에게 와 닿는 확고한 비전이나 대표 상품을 제시하지 못했다. ‘민간주도 경제 성장’ 같은 과거에 한 번쯤 들어본 적 있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 ”

Q : 공정, 통합이 윤 대통령의 대표상품 아닌가.

A : “공정과 통합이 말로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공정의 시작점은 경제인데, 경제 정책의 첫발로 법인세 인하 등을 내세워서는 국민이 수긍하지 못한다. 통합도 마찬가지다. 반통합적인 경제 정책이 난무하는데 통합이 이뤄질 수 있겠나.”

Q :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나.

“정확한 로드맵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경제 실상 등을 냉정하게 제시하고 국민이 어떻게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지, 다른 문제는 정부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약속할 수 있어야 한다. 8월 22일이면 윤 정부 출범 100일인데, ‘윤 대통령 그동안 뭐 했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Q : 김승희, 박순애 장관 후보자 논란에 대해.

A : “계속 법적인 하자가 없다고 이야기를 해봐야 의미가 없다. 윤 대통령이 사활을 걸 교육 개혁과 연금 개혁과 관련 있는 주무 장관 아닌가. 부정적 반응이 심각하다면 이를 직시해야 한다.”

중앙일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1일 서울 광화문 자신의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 전 위원장은 차기 대선 주자에 대해서는 “별의 순간을 잡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있다”며 “다만 당 밖에서 갑자기 혜성처럼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차기 후보군으로 오세훈 서울시장, 안철수 의원, 한동훈 법무부장관을 거론했다.

Q : 윤 대통령도 새롭게 등장하지 않았나.

A : “윤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의 이례적인 무능 때문에 예외적으로 솟아난 사람이다. 그런 상황이 재연되기 쉽지 않다.”

Q : 오세훈 시장의 전망은 어떻게 보나.

A : “4선에 성공하고 시의회도 과반을 확보했으니 행동반경이 넓어졌다. 오 시장 본인에게는 역량을 입증할 판이 깔린 셈이다.”

Q : 안철수 의원도 당권 도전 등 기지개를 켜고 있다.

A : “정치인으로서 당연한 일이다. 대선에 대한 꿈을 계속 꾸는 것 같은데 나머지는 안 의원의 처신에 달려있다.”

중앙일보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24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 전 위원장은 한동훈 장관에 대해선 “별의 순간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서도 “법무부장관을 검사처럼 충실하게 잘하려고만 하면 오히려 정치인으로서의 가능성은 없어질 것”이라고 묘한 말을 남겼다.

Q : 어떤 의미인가.

“명석함이나 칼 같은 법률의 잣대만 가지고서는 정치를 할 수 없다. 법무부장관은 검사가 아니다. 정무의 영역에서 법치주의만 들이댄다면 곧바로 난관에 부딪힐 것이다. 만약 한 장관이 만약 별의 순간을 잡을 뜻이 있다면 이를 염두에 둬야 한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