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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와 미·일 거리 좁히고 중국과 거리 두기…윤 대통령의 '마드리드' 성과와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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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가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IFEM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있다. 마드리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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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0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열린 3일간의 첫 다자 외교 데뷔전 마무리에 들어갔다. 자유민주주의 기반의 가치 연대를 내세워 미국 중심 군사동맹인 나토, 일본과의 거리를 좁히고 중국·러시아와의 거리를 벌렸다. 협력 범위는 경제안보·사이버안보 등으로 확장했다. 나토 동맹국·파트너국과 다각도 협력의 길을 열었지만 중국 리스크라는 불안 요소를 강화했다.

대통령실은 28~30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이뤄진 윤 대통령의 외교 일정에서 당초 계획한 목표를 “기대 이상으로 달성했다”(고위 관계자)고 자평했다. 한국 정부는 가치와 규범의 연대, 신흥 안보 협력의 강화,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세 가지 목표로 제시해 왔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29일 브리핑에서 “세 가지의 목표 사업이 저희가 볼 때는 충분히 충족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 “(가치 규범 연대 목표에선) 분쟁이나 전쟁도 다른 지역의 전략 상황과 함께 합치고 연결시키면서 지역별 협력이 시너지를 내야 된다는 결론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반도체, 차세대 배터리, 원자력 건설 등 신흥 안보 협력 분야에선 “국제사회가 한국의 역량을 미리 인정하고 협력을 제안해 왔다”는 걸 성과로 들었다.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도 10건의 양자회담 등 총 16개 외교일정을 통해 “앞으로 5년 동안 정상 외교를 잘 풀어갈 수 있는 첫 단추를 맺었다”고 평가했다.

마드리드 방문 동안 윤 대통령은 나토와 거리좁히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자유민주주의와 법치를 연결고리로 삼아, 나토가 주장하는 ‘가치’ 중심 연대에 합류하는 행보를 폈다. 이번 정상회의 참석이 “반중·반러 정책으로 선회가 아니다”(지난 22일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라고 선을 그었던 데 비춰보면, 현지에선 좀 더 적극적으로 나토의 중국·러시아 견제 기류에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29일 열린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연설에선 “자유와 평화는 국제사회와의 연대에 의해 보장된다”면서 “우리의 협력 관계가 보편적 가치와 규범을 수호하는 연대의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또 “국제사회가 복합 안보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나토의) 신전략개념에 반영된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나토 지역 관심도 이런 문제의식 잘 보여준다”면서 “새로운 경쟁과 갈등 구도가 형성된 가운데 우리가 지켜온 보편적 가치가 부정되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고도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나토가 신전략개념에 중국·러시아 견제를 강화한 데 간접적으로 호응하는 메시지를 낸 것이다.

이는 큰 틀에선 한·미 동맹을 외교전략의 중심축으로 삼고 미국과 행보를 같이 하려는 윤석열 정부 외교 전략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서유럽 국가가 주도하는 나토와 협력폭을 넓히고,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 핵심 축인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면서 한·미 동맹 격상 기조를 이어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29일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도 윤 대통령은 한·미·일 3각 공조 강화를 강조했다.

나토, 한·미·일과의 밀착행보는 중국과의 갈등을 누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로 ‘전략적 모호성’ 폐기를 시사한 데 이어, 확고하게 미국으로 기운 외교 전략을 펴는 중이다. 미국 밀착 행보에 비해 윤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한 한·중 고위급 핫라인 설치, 한·중 고위급 전략대화 정례화 등의 공약은 본격적인 논의 단계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관영매체를 통해 나토에 참석한 한국과 일본에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 리스크가 전체 한국 외교정책의 불안요소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이번 마드리드 일정은 윤 대통령이 처음으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만나는 자리라는 점에서도 주목받았다. 한·일 정상회담은 불발됐지만 두 정상은 한·미·일 정상회담과 스페인 국왕 주최 만찬, 아시아·태평양 파트너 4개국 회동 등에서 마주치며 관계 개선 의지를 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8일 스페인 국왕 주최 만찬에서 기시다 총리와 대화한 후 기자들과 만나 “양국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파트너가 될 거란 확신”을 얻었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바텀업’(Bottom up·상향식)이 아니라 ‘탑다운’(Top down·하향식)의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았나, 정상끼리는 (관계 개선에 나설) 준비가 다 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낙관적 기류를 확인한 뒤에도 과제는 남아있다. 한·일 관계개선을 위해선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하는 데다, 독도와 일본교과서 문제 등 돌출 이슈로 한·일 관계가 다시 경색되는 일도 적지 않았다. 당장 기시다 총리가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방위력 강화를 강조한 것을 두고 관계 개선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일관계는 두 나라의 국내 정치에도 예민한 이슈인 만큼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뒷받침돼야 하는 면도 있다.

지난 27일 공군 1호기를 타고 마드리드로 출발한 윤 대통령은 3박5일 일정을 마치고 다음달 1일 귀국한다.

마드리드|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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