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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금리·인플레에 증시 흔들…믿을 건 가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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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가 하락세를 이어간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글로벌 공급망 붕괴, 인플레이션 등 악재가 산재한 가운데 주요 국가가 금리 인상에 나서며 주식 시장이 힘을 못 쓴다. 특히 금리 인상은 코로나19 국면에서 증시 상승을 주도한 성장주 주가를 끌어내리는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리 인상은 주식 시장 전체에 악재지만 성장주는 이에 유독 취약하다. 성장주는 미래에 해당 기업이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금흐름을 현재 가치로 할인(환산)해 기업가치를 산정한다. 금리가 오르면 할인율이 오르면서 기업가치가 떨어진다. 시장에서는 한동안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확률이 높은 만큼 성장주보다는 가치주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는 분석이 나온다.

매경이코노미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글로벌 공급망 붕괴, 인플레이션 등 악재가 이어지며 국내외 증시가 힘을 못 쓴다. 미국, 한국 등이 기준금리를 올린 것도 증시 발목을 잡았다. 시장에서는 한동안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확률이 높은 만큼 금리 인상에 취약한 성장주보다는 가치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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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가치주인가

▷금리 인상 지속, 거시 환경 불안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는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지난 3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2020년 3월부터 지속됐던 제로금리 시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후에도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자 5월에는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22년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이어 6월에는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발표했다. 이로써 코로나19 기간 동안 0~0.25%를 유지했던 미국 기준금리는 1.5~1.75%까지 뛰었다.

7월에도 미국 금리 인상은 이어질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이 6월 17일부터 21일까지 이코노미스트 15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약 75%는 미국이 7월에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릴 것이라는 관측을 제시했다. 대다수 이코노미스트는 9월에도 0.5%포인트 금리가 오를 것으로 내다본다. 11월에는 일부는 0.5%포인트, 일부는 0.25%포인트 인상을 예상한다. 연말에는 미국 기준금리가 3.25~3.5%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한국 역시 금리 인상 압박을 받는다. 코로나19 국면에서 0.5%까지 하락했던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과 11월, 올해 1월, 4월, 5월 0.25%포인트씩 올랐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1.75%가 됐다. 한쪽에서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7월 0.5%포인트 빅스텝 인상을 단행한 이후 연내 3%까지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처럼 금리 인상 추세가 지속되는 기간에는 성장주보다 가치주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 우려 등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가 많은 만큼 꾸준히 수익을 내는 가치주가 각광받을 것이라는 설명도 일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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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목받는 가치주는

▷외국인 러브콜, 배당이 주요 키워드

전문가들은 증시를 둘러싼 환경이 전반적으로 우호적이지 않은 만큼 가치주 중에서도 배당금을 지급하는 기업에 관심을 기울여보라고 조언한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주가가 하락하는 구간에는 성장주보다 가치주가 투자 성과가 더 좋다. 그중에서도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매출비율(PSR), 주가현금흐름비율(PCFR) 등의 지표를 기준으로 선정한 가치주보다는 배당을 하는 가치주를 매수하는 전략이 효과를 낼 수 있다.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고배당주는 회복 탄력성이 높다. 미국 대표 배당지수인 S&P500 Aristocrat지수는 배당금을 25년 이상 늘린 종목으로 구성되는데, 최고점 대비 하락폭이나 하락 후 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모두 S&P500보다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최근 5회 이상 연속으로 배당금을 올린 기업 중 올 들어 6월 23일까지 주가가 코스피 대비 선방한 종목으로는 고려아연, 제일기획, 금호석유, JB금융지주 등이 있다.

가치주 중 외국인 투자자 매수세가 이어지는 종목을 매수하는 전략도 효과를 낼 수 있다. 외국인은 한국 증시 움직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로 통상 외국인 매수세는 호재로 해석된다. 외국인 투자자는 6월 한국 주식을 순매도하면서도 PER, PBR이 낮은 가치주를 사들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월 초부터 6월 22일까지 외국인 순매수 1위를 기록한 종목은 우리금융지주다. 금리 인상에 힘입어 2분기에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이 기대된다는 평을 받는 종목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간배당을 실시하기로 하는 등 배당에도 적극 나선다. 우리금융지주 외에도 KT&G(3위), KT(4위), 에쓰오일(10위), 기아(13위), 고려아연(18위) 등 PER, PBR이 낮은 종목이 여럿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펀드·ETF로도 투자 가능

▷코스피지수 대비 수익률 선방

가치주에 투자하고 싶지만 어떤 종목을 우량 가치주로 봐야 할지 막막하거나 종목을 선정하기 귀찮다면 펀드나 ETF 매수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개월 동안 가치주 펀드 설정액은 265억원 늘었다(6월 21일 기준). 같은 기간 2차전지, 바이오, 인터넷, 게임 등 혁신 산업에 주로 투자하는 뉴딜 펀드 설정액은 142억원 감소했다. 4차산업 펀드는 72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가치주 펀드 중 최근 1개월간 가장 선방한 상품은 ‘IBK 가치형 공모주 알파’. 1개월 수익률 0.04%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9%가량 빠졌다. 자산의 50% 이상을 국공채, 통화안정채(통안채), 은행채 등에 투자하고 15% 이하를 공모주와 대형 성장 가치주, 중소형 가치주에 넣는 상품이다.

‘미래에셋가치주포커스20’ ‘KB 가치배당 20’도 각각 1개월 손실률 2.15%, 2.59%를 기록하며 선방했다. 미래에셋가치주포커스20은 채권 투자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면서 가치주를 일부 편입해 추가 수익을 내는 전략을 펼치는 상품이다.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하고 기술력, 특허, 라이선스, 원가우위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갖춰 길게 볼 때 기업가치가 꾸준히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을 주로 담는다. 자기자본이익률(ROE), 주당순이익(EPS) 성장률, 순부채비율, 배당 성향, PER, PBR 등 주요 지표도 꼼꼼히 확인한 뒤 편입 대상 종목을 선정한다.

KB 가치배당 20은 국공채와 저평가 배당주를 주로 담는다. 5월 23일 기준 주식 투자분은 주로 금융, 전기전자, 화학, 서비스업 등에 속하는 종목을 담았다.

해외 가치주에 투자하는 상품 중에서는 ‘미래에셋다이와일본밸류중소형’ ‘삼성유럽ESG’ ‘삼성티로프라이스글로벌밸류’가 최근 1개월 동안 2~4%대 손실률을 기록하며 방어력을 뽐냈다. 미래에셋다이와일본밸류중소형은 이름 그대로 일본 중소형 가치주를 담는다. 삼성유럽ESG는 유럽 가치주와 배당주, 삼성티로프라이스글로벌밸류는 글로벌 우량 가치주에 분산 투자한다.

해외에 설정된 펀드·ETF로는 ‘Vanguard Value ETF(VTV)’ ‘iShares Russell 1000 Value ETF(IWD)’ ‘Vanguard Small-Cap Value ETF(VBR)’ 등이 대표 상품이다. VTV는 대형주, IWD는 대형주와 중형주, VBR은 중소형주를 담는다. VTV와 IWD는 버크셔해서웨이, 존슨앤존슨, 유나이티드헬스그룹, VBR은 석유시추업체 마라톤오일, 에너지업체 컨스털레이션에너지 등이 포트폴리오 상위 종목이다.

[김기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5호 (2022.06.29~2022.07.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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