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6 (화)

이슈 청와대와 주요이슈

靑 기록은 묶였지만…통일부ㆍ외교부서 '스모킹건' 나올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 사건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가 오는 28일 통일부를, 29일에는 외교부를 찾는다. 지난 23일 국방부 방문에 이어 외교ㆍ안보 3개 부처를 돌며 피격 사건 당시 대응 조치를 따져 묻고,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가 하달한 자료 중 사건의 진실을 밝힐 '스모킹 건'이 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중앙일보

하태경 TF 위원장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지난 TF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피격 공무원 유족 이래진 씨를 만나 간담회를 하는 모습. 공동취재단.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무력했던 대북 창구



통일부는 2020년 9월 23일 새벽에 열린 관계 장관 회의에 이인영 당시 장관이 참석하면서 피살 사건을 공식 인지했다. 이 씨 사망 약 4시간 뒤였다.

이튿날인 24일까지만 해도 통일부는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북한군이 비무장한 우리 국민에게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운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반인륜적 행위로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25일 북한이 통일전선부 전통문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과를 전하자 통일부 기류도 청와대와 발 맞춰 급반전됐다.

이때부터 대북 '규탄' 메시지는 자취를 감췄고, '시신 소각' 지적도 사라졌다. 문 전 대통령은 "남과 북이 각각 파악한 사건 경위에 차이가 있으니 공동 조사를 요청한다"(27일, 관계장관회의)고 했고, 통일부는 "북 측이 (공동 조사 요구에) 답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며 사실상 진상 규명에 손을 놓았다는 지적이다. 이듬해 7월 남북 통신연락선이 재개통된 이후에도 통일부는 관련 전통문 한 통 보내지 않았다.

중앙일보

2020년 9월 북한군에 의해 피격된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 씨와 유족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가 27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대위원장과의 면담을 위해 국회 민주당 대표실로 들어서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응에 사실상 손 놓아



사건 직후 부실 대응 논란도 있었다. 이 씨의 형 이래진 씨는 27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동생의 사망 직후 관련 경위를 통일부, 국방부, 합참에 절박하게 문의했지만 서로 책임만 떠넘길 뿐 제대로 언질을 주는 곳이 단 한 군데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통일부는 피살을 인지하고도 매뉴얼에 따른 위기 경보를 전혀 발령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북한 내 우리 국민에 대한 돌발 사태 매뉴얼'에 따르면 한국 국민이 북한 지역에서 사망ㆍ실종ㆍ나포될 경우 '관심-주의-경계-심각'의 4단계를 순차적으로 발령해야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당시 통일부는 "해당 매뉴얼은 개성공단 체류자 또는 관광객에게 적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외에도 이 씨가 숨진 이튿날 통일부가 마스크 등 의료 물자에 대한 민간 단체의 대북 지원을 승인했다가 하루 만에 반출 절차를 중단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TF 단장을 맡고 있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붙잡혔다는 걸 인지하고 피격되기까지 6시간 동안 통일부가 우리 국민 보호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남북 통신연락선이 끊어져 있었더라도 다른 방법을 강구해 협조 요청을 할 순 없었는지, 통일부가 관계 장관 회의에서 피력한 의견과 보고한 문건 등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또 "통일부가 당시 개별관광 등 남북 관계 개선을 추진하던 와중에 청와대의 '월북 몰이'에 동참한 정황이 있는지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인영 당시 장관은 피격 약 한 달만에 공개 석상에서 "남북 정상이 합의한 철도, 도로 연결과 현대화, 북한 개별 관광 이행 추진은 반드시 가야 할 길"(2020년 10월 21일, 통일연구원 축사)이라며 남북 협력에 방점을 찍었다.

중앙일보

2020년 9월 북한군에 의해 피격된 이대준 씨의 부인이 문재인 정부 당시인 지난 1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다 눈물을 훔치는 모습.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엉뚱한 대외 스피커 외교부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은 2020년 10월 21일 외교ㆍ안보 3개 부처 장관 중 처음으로 유족 이래진 씨를 면담했다. 이 씨는 강 전 장관에게 정부의 유엔 차원의 진상 조사 촉구, 중국의 협조 확보를 통한 북한 설득, 북한 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 등을 당부했다.

하지만 이 씨는 "당시 요청 중 실현된 건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외교부는 국제사회의 우려에 '월북 프레임'으로 대응하기 급급했다. 외교부는 같은 해 11월 유엔 인권특별보고관이 월북 판단의 근거와 유족에 대한 정보 제공 여부를 따져 묻는 서한을 보내자, 이듬해 1월 주제네바 한국 대표부 명의로 답장을 보냈다. 당시 서한에서 정부는 월북 판단의 근거와 처벌 가능성을 묻는 유엔의 질의에 국가보안법을 근거로 들며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월북은 처벌할 수 있다"고 답했다.

정부의 국제사회 대응이 애초부터 '의도적 월북'을 전제로 이뤄졌단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통일부, 법무부 등 관련 부처의 입장을 취합해 작성했지만, 국제사회의 인권 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 등 답변의 최종 검수는 외교부 몫이었단 지적이다.

이런 외교부의 대외적 대응 역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등의 지침에 따라 이뤄진 것인지 국민의힘 TF는 들여다볼 예정이다.

중앙일보

2021년 1월 15일 문재인 정부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보낸 해수부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답신. 2020년 11월 17일자 유엔 인권특별보고관의 서한에 대한 답이다. 한국 정부의 월북 판단 관련 유엔의 질의에 '국가보안법'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밑줄은 기자가 표시. OHCHR 홈페이지에 공개된 서한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부처 패싱ㆍ기록 생략 '걸림돌'



26일 행정안전부는 하태경 의원에게 보낸 답변에서 "관계 부처가 대통령실로부터 접수한 문서는 관리 권한이 해당 기관에 있어 대통령 기록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즉,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가 외교부, 통일부에 발신해 부처에 남아 있는 자료는 국회 차원에서 열람이 가능하다는 유권 해석이다.

다만 해수부 공무원 피격 사건은 조사 과정에서 관계 부처의 판단을 '패싱'하고 모든 상황을 국가안보실이 주도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일례로 강경화 전 장관의 경우 피격 이튿날 새벽 이뤄진 관계 장관 회의에 대해 아예 연락도 못 받고 배제됐다.

해당 부처에서 관련 기록을 온전히 보존하고 있을지도 미지수다. 외교가에선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5년 한ㆍ일 위안부 합의가 2017년 문재인 정부 들어 속속들이 검증 받는 과정에서 담당자들이 줄줄이 고초를 겪은 뒤 '예민한 사안은 기록을 남기지 않아야 뒤탈을 면할 수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돌기도 했다.





중앙일보

26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전달 받았다며 공개한 대통령 기록물 관련 행안부의 유권 해석. 하태경 의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