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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기고] 북한 코로나 팬데믹 대응을 위한 남북협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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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섭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 센터장

한겨레

유원섭 센터장. 김진수 기자


북한 스스로 “건국 이래 대동란”이라고 부른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어떨까? 5월12일 이후 <조선중앙통신>은 코로나 유행 상황과 관련하여 매일 오후 6시 기준 유열자(발열자) 수, 회복자 수, 사망자 수를 공개하고 있다. 6월22일 오후 6시 기준으로 보면 누적 유열자 수는 약 468만명으로 2020년 북한 전체 인구의 2578만명의 약 18%에 해당한다. 다만 일별 유열자 수는 5월15일 최대 약 39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 추세이며, 6월18일부터는 2만명 미만으로 보고하고 있다. 하루 사망자 역시 5월13일 최대 21명을 기록한 다음 5월20일부터는 0~1명으로 보고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해볼 때, 북한이 1차 유행을 성공적으로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의 코로나19 환자 및 사망자 발생 규모는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 중에는 무증상자도 있고, 유증상자 중 일부만이 발열을 경험한다. 국립중앙의료원이 국내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 7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확진자 중 유증상자는 72%였고 그중 발열 경험자는 33%였다. 확진자 4명 중 1명꼴로 발열을 경험한 셈이다. 이에 따라 북한에서도 발열자 규모보다 훨씬 많은 감염자 수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또 6월21일 기준 북한의 치명률은 0.0016%로 남한의 코로나19 예방접종자 치명률의 50분의 1~100분의 1 수준이다. 북한의 실제 사망자는 공개된 것보다 더 많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는 이유이다.

북한은 코로나19 유행 초기부터 중앙과 지역의 당 조직과 행정기구는 물론 보건의료 인력, 군대까지 총동원하여 국경 폐쇄, 환자 발견과 격리치료, 비축물자까지 동원한 의료 및 생계 지원, 일원화된 언론 등을 활용하여 코로나 통제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효과적인 코로나19 대응을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지원과 북한의 대응역량 강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는 북한의 비상방역체계 실상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북한은 코로나 유행 현황에 대한 파악도 발열 유무에 따른 유열자 중심으로 파악해 격리 조치를 할 수 있을 뿐 무증상 감염자 검사, 예방접종을 통한 감염 및 중증화 예방 등의 조치는 거의 부재한 현실이다. 또 기본적인 의약품과 의료소모품 부족과 만성적인 전력·식량 문제는 현재의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의료·방역 대응뿐만 아니라 향후 코로나19 재유행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을 어렵게 하고 있다. 향후 코로나 재유행 때 북한 주민의 건강 및 사회경제적 피해가 우려되는 이유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공개 이후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종류와 수량이 알려지지 않은 백신 지원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방역 중심의 대응만으로는 효과적인 통제에 한계가 있음을 북한 스스로 인정했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동시에 향후 북한의 코로나 대응에 중요한 변화가 있을 가능성도 시사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은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닌 전 지구적인 문제로 국제사회 전체의 공동대응이 필수이다. 북한도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과 남북협력을 바탕으로 전국민 예방접종과 의료 대응체계 보완에 나서길 바란다. 이를 통해 국제사회와 남북한이 함께 코로나19 팬데믹 위협에 성공적으로 대응하는 모범 사례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유원섭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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