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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고양이 N번방'이 있다?…"학대 인증" 그들만의 잔혹한 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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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성진 기자] [편집자주] 동물학대 범죄가 기승을 부린다. 온라인에 영상을 올리기 위해 동물을 불로 태우고, 꼬리를 자르고, 철사로 묶는 등 잔혹하게 학대한다. 경찰이 수사에 나서고 있지만 추적이 어려운 탓에 '동물학대 인증방'은 텔레그램,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재생산되고 있다.

[동물판 N번방]②끊임없이 재생산되는 N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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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이른바 텔레그램 '고양이 N번방'에 올라온 사진과 글들. 고양이의 한쪽 눈을 터뜨리고, 할퀴었다는 이유로 죽였다는 글이 올라왔다. /사진제공=학대범 추적단체 '팀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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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텔레그램에 대화방 하나가 만들어졌다. 이름은 '자료방'이다. 참가자 6명은 고양이 학대 사진, 영상을 '자료'라 불렀다. 더 고통스럽게 학대할수록 이들에게 '좋은' 자료다. 어떤 고양이는 머리가 흉기로 잘렸다. 어떤 고양이는 산 채로 불태워졌고 어떤 고양이는 물에 처박혔다.

아무나 이 방에 들어올 수는 없다. 한 오픈카톡방이 '관문' 역할을 했다. 8~9명이 여기서 선택을 기다렸다. 이들은 고양이 학대를 사진, 영상으로 인증했다. 고양이 혐오 표현도 쏟아냈다. 방장 눈에 들면 자료방 초대링크를 개인 메시지로 받을 수 있다.

길고양이들을 보살피는 캣맘, 사설탐정이 지난 3월 링크를 받아 자료방에 들어갔다. 학대 자료가 수두룩했다. 한 만삭 고양이는 막대에 찔려 눈이 터졌다. 다른 고양이는 흉기에 배가 갈려 열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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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자료방에 올라왔던 고양이 학대 사진. 흉기로 귀가 잘리고 고통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사진제공=학대범 추적단체 '팀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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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맘과 탐정에 따르면 이 방의 핵심 참가자는 네명이었다. 그중 한명의 닉네임은 '쭈비니'다. 성착취물 N번방의 '박사' 이름도 '조주빈'이었다. 그는 학대 사진은 안 올리지만 자신이 저지른 학대를 글로 썼다. 그는 집 주변 길고양이 밥그릇에 부동액을 탔다고 했다.

'M요원'은 방장이다. 오픈카톡방에 맘에 드는 참가자가 있으면 초대 링크를 보낸다. 그도 직접 학대하진 않았고 참가자들에게 '학대한 것 좀 올려보라'고 부추겼다. 학대 사진은 주로 '이주'와 '.'(점)이 올렸다.

자료방은 지난 3월 이주가 경찰에 붙잡히자 삭제됐다. 캣맘과 탐정이 그를 찾아냈다. 이주는 경기도 동탄·용인에 사는 20대 후반 남성이었다. 그가 일하던 편의점과 집 근처 곳곳에 고양이 사체가 있었다. 발견된 사체는 50여구. 사지가 꺾이고 몸 일부가 잘려 있었다.

참가자들은 앱을 바꿔 '세션'에 새로운 대화방을 만들었다. 세션은 호주에서 개발된 앱이다. 텔레그램처럼 익명성이 강하다고 알려졌다. 이번에 방장은 쭈비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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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익명성 강한 채팅앱 '세션' 대화방에 올라온 글. 닉네임 '.'는 자신이 기르는 고양이 세 마리의 목을 조르고 배를 때리는 사진과 영상을 올렸다. 캣맘과 사설 탐정이 추적한 결과 '.'은 경기도 시흥시에 사는 여고생이었다./사진제공=학대범 추적단체 '팀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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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맘과 탐정도 함께 초대됐다. '.'(점)이 지난달 먼저 잡혔다. 그는 경기도 시흥에 사는 여고생이었다. 기르는 고양이 세마리를 학대했다. 목을 세게 조르거나 주먹으로 머리, 배를 때렸다.

쭈비니도 곧 충남 논산시에서 잡혔다. 경찰은 그를 재물손괴 혐의로 수사 중이다. 그가 길고양이 밥그릇에 부동액을 탄 점은 확인됐다. 하지만 죽은 고양이는 없었다는 취지다. 논산시 캣맘들은 밥그릇 주변 곳곳에 고양이 사체들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쭈비니는 잡히기 전 세션방을 삭제했다.

M요원은 잡히지 않았다. 캣맘들은 그가 어디선가 다른 대화방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한다. 한 캣맘은 "M요원은 분명 지금 다른 데서 활동할 것"이라 말했다.

단속은 전보다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대화방이 폭로되면 운영진은 보안을 한층 강화했다. 이주가 잡히기 전에는 오픈카톡방에서 학대사진, 영상을 올리지 않아도 고양이 혐오 표현을 쏟아내면 방장 눈에 들 수 있었다고 한다. 텔레그램방에서 세션으로 옮겨간 후 방장은 사진, 영상을 필수로 만들었다. 직접 학대했다고 증명도 해야 한다. 대화방이 음지화한 셈이다.

캣맘들은 이런 대화방들을 '동물판 N번방'이라 부른다. △익명성 강한 채팅앱에서 운영된다는 점 △진입절차가 까다로운 점 등이 과거 조주빈의 '성착취 N번방'과 비슷하다는 취지다.

대화방에 들어갔던 사설탐정 A씨는 "조주빈과 그 일당이 금전, 성적만족감을 위해 N번방을 만들었다면 동물판 N번방 일당은 '누가 더 잔인하게 학대하냐' 공유하고 인정받는 만족감 때문에 범죄를 저질렀다"며 "고양이 학대 사건은 끝이 없다. 지금도 조사 의뢰가 들어오는 상태"라고 밝혔다.

박소연 동물권단체 케어 활동가는 "참가자들을 붙잡고 보니 대부분 10~20대 청소년, 청년이었다"며 "생명존중 가치를 확실히 가르치지 않으면 이런 범죄는 되풀이될 것"이라 밝혔다.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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