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문턱 낮춰
‘투자각서 써준 것 자체가 부적절’ 판단
당내에선 ‘당원권 정지 가능성’ 돌아
이 대표 “기우제식 징계” 강하게 반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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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윤리위)가 이준석 대표 징계 여부 결정을 2주 보류했지만 윤리위의 이 대표 징계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 징계는 국민의힘 세력구도 재편과 직결되는 문제여서, 윤리위 회의가 열리는 다음달 7일까지 국민의힘의 불안한 내홍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윤리위는 지난 22일 회의를 열어 김철근 정무실장의 징계 개시를 결정했다. 김 실장은 지난 3월 이 대표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장아무개씨를 만나 7억원의 투자 각서를 써준 사실이 확인돼 윤리위에 회부됐다. 윤리위가 김 실장 징계를 개시하며 적시한 혐의는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관련된 품위유지의무 위반’이다.
국민의힘 안에서는 ‘성접대’가 아닌 ‘품위유지의무 위반’ 대목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가 연루된 성접대 의혹을 수사기관 수준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윤리위는 이 대표에게 성접대를 했다고 주장하는 이에게 김 실장이 7억원 투자 각서를 써준 미심쩍은 행동에 집중해서 징계 여부를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작년 12월에 성상납 의혹이 접수됐을 때 윤리위는 이를 기각했다”며 “이 대표 쪽에선 증거인멸 의혹을 지적하려면 성접대가 입증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지금은 그런 전제가 필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접대 의혹을 입증하지 않고도 이 대표를 증거인멸 교사에 따른 ‘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 징계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놓았다는 얘기다. 증거인멸 ‘교사’의 주체는 이 대표여서, 김 실장이 징계를 받게 되면 ‘윗선’인 이 대표는 연대 책임을 질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안에선 이 대표의 경우 최소 ‘당원권 정지’, 김 실장은 최대 ‘제명’까지 징계가 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민의힘 또 다른 관계자는 “윤리위는 집권여당 대표의 측근인 정무실장이 증거인멸 행위를 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징계 리스크’ 탓에 이 대표의 리더십이 크게 흔들리면서 국민의힘 내부는 어수선한 분위기다. 당 안팎에선 벌써부터 이 대표 궐위를 대비해 당헌·당규 개정 시나리오도 돌고 있다. 현행 당헌·당규에는 임기 만료 6개월 전 대표가 궐위되면 원내대표가 대행이 돼 남은 임기를 채우게 돼 있는데 이를 개정해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구성하자는 것이다. 이 대표의 입지가 갈수록 축소되는 상황에서 갈등 관계인 ‘친윤석열계’가 이 대표를 더욱 격하게 흔들 수도 있다. 23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대변인이었던 배현진 최고위원은 조직위원장 공모와 공천 문제를 놓고 이 대표와 또 설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최고위는 이날 혁신위원회 구성 안건을 의결했지만 이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이준석표 혁신위’가 성과를 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 대표 쪽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 대표는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계속 이름이 오르내리는 제 입장에서는 기우제식 징계”라고 말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리위가 자해 정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징계가 개시된 김철근 실장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당무감사위원회 조사 없이 윤리위가 징계를 개시한 건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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