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 개미들 역시 지난 한주간 미 정유업체 레버리지 ETF와 석유 및 천연가스 기업 등의 주식을 대거 순매수했다. 올해 국제 유가는 공급 감소와 초과 수요 환경이 지속되면서 고공행진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 5월 15일 서울의 한 주유소의 모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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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글로벌 펀드 유형 중 에너지 펀드로 자금 유입 강도가 컸다. 미 대표 에너지 ETF들은 한주간 수익률이 -20% 안팎 수준으로 급락하면서 저가 매수 수요가 몰린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지난 17일 기준 설정액이 10억원 이상 원유가 속한 원자재 펀드(43개)는 앞서 한주간 402억원이 유입됐다고 밝혔다. 전날 하루에만 67억원이 들어왔다. 한달 새에는 8264억원이 순유입되며 단일 펀드로는 자금 유입이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이들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 역시 12%에 달한다.
원유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원유 인버스 ETF에도 뭉칫돈이 유입됐다. ‘미래에셋TIGER원유인버스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원유-파생형)(H)’의 설정액이 지난 한주간 45억원이 늘었다. ‘삼성KODEXWTI원유선물인버스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원유-파생형](H)’로도 지난주 47억원이 순유입됐다.
17일(현지 시각)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하루에만 6.82% 폭락한 배럴당 109.56달러를 기록했다. WTI는 한주간 9.21% 떨어졌다. 7주 연속 상승세를 멈추고 8주 만에 하락 반전한 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를 따라 세계 각국이 잇따라 긴축에 나서면서,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WTI 선물(8월물)은 올 들어 배럴당 71달러에서 이달 5일 기준 120달러까지 69% 올랐다. 20일 기준 10% 하락한 108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 개미들은 지난 한주 동안 미 에너지 관련 주식들을 대거 순매수했다. 크게 흔들린 유가에 모처럼 저가 매수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서학 개미들은 일주일 동안 미 대형 원유 업체에 3배 레버리지로 투자하는 ‘BMO MICROSECTORS US BIG OIL INDEX 3X LEVERAGED ETN’을 912만달러(약 117억원, 7위)나 순매수했다. 석유 및 천연가스를 시추하는 ‘CALLON PETROLEUM CO’도 671만달러(약 86억원, 12위)를 사들였다.
미 석유 및 가스, 화학 기업으로 앞서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통 큰 베팅’으로 화제가 된 ‘OCCIDENTAL PETROLEUM CORP’도 약 497만달러(약 64억원, 21위) 순매수했다. 다양한 석유 및 석유화학 제품을 액화 상태로 운송하는 회사인 ‘IMPERIAL PETROLEUM INC’도 364만달러(약 47억원, 26위)를 순매수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유 시장이 출렁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공격적인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원유 공급 차질에 대한 문제가 더 크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의 원유 공급 차질이 지속되는 가운데 단기적으로 원유 공급이 늘어날 수 있는 대안은 제한적이다.
최근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석유 제재 합의 이후 중국의 봉쇄 완화 조치, 미국의 여름철 휴가 및 드라이빙 시즌이 시작된 만큼 수요 불안은 이전보다 진정된 것으로 파악된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제에너지기구(IEA)와 미국 에너지정보국(EIA),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6월 에너지전망 보고서에서도 초과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는 견해를 확인했다”면서 “공급 감소로 초과 수요 환경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고, OPEC+의 증산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3분기까지는 원유 시장 내 상승 요인이 더 우세할 것으로 보이고, 하반기 국제 유가는 WTI 기준 배럴당 90~140달러 사이에서 등락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고운 기자(w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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