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된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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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파티는 끝났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암호화폐 대폭락 사태를 이렇게 표현했다. 코인 가격은 무너지고, 투자자는 파산의 위기에 몰리고, 거래소는 해고에 나선다.
폭락세를 이어가던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후 5시쯤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2만 달러가 뚫렸다. 2020년 12월 이후 18개월 만이다. 19일 오후 4시엔 1만8500달러에 거래 중이다. 24시간 전보다 10% 빠졌고, 일주일간 33%가 떨어졌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선 “2만 달러는 낙동강 방어선”이라고 불렸다. 비트코인은 그동안 하락장에서도 직전 상승장인 2017년의 최고점(1만9497달러)을 한 번도 뚫고 내려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믿음도 무너졌다.
비트코인이 2만 달러 선을 내준 뒤 1시간 뒤 암호화폐 ‘넘버 2’인 이더리움도 1000달러 선이 무너졌다. 2021년 1월 이후 17개월 만이다. 이날 오후 4시엔 960달러 선에서 거래 중이다.
주요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대체 코인)도 비슷하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발행한 코인 BNB는 1주일새 24%가 빠진 193달러에 거래 중(오후 4시 기준)이다. 시가총액 8위인 암호화폐 리플도 지난 7일간 12%가 폭락해 0.3달러 수준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15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 뒤 암호화폐 시장이 ‘검은 주말’을 맞았다. 블룸버그는 18일 “기준금리 인상과 통화 긴축은 악재가 많았던 암호화폐 시장을 궤멸했다”고 보도했다. CNBC는 “대학살 수준의 폭락”이라고 했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
암호화폐 시장은 정점을 찍었던 지난해 11월 이후 7개월 만에 시가총액(시총)의 72%가 증발했다. 지난해 11월 2조9680억 달러(3843조원)에서 19일 8220억 달러(1064조원)로 쪼그라들었다.
‘코인 런(암호화폐 대규모 인출 사태)’과 담보물 청산도 이어졌다. 암호화폐 시장의 금(金)과 같은 비트코인 가격 급락과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대출 시장의 주요 담보물인 이더리움 가격이 추락한 여파다.
17일(현지시간) 암호화폐 대출업체(디파이 프로토콜)인 ‘바벨 파이낸스’가 “자금 압박으로 예금 인출과 환매 등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말 기준 이 회사의 대출 잔액은 약 30억 달러(3조8850억원)다. 지난 13일 인출 중단 선언을 한 암호화폐 대출업체 ‘셀시우스’에 이어 두 번째다.
암호화폐 거물 헤지펀드 ‘쓰리 애로우스 캐피탈(3AC)’은 파산 위기에 몰렸다. 국산 코인 루나에 약 2억 달러(2600억원)를 투자했는데 테라와 루나의 붕괴 직격탄을 맞았다. 3AC의 공동설립자 카일 데이비스는 “다른 회사도 동일한 전염병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2일 테라와 루나의 폭락 사태 때 “2008년 금융위기의 시작을 알린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과 비슷한 사건”이라고 보도한 블룸버그의 논평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암호화폐 거래소도 흔들린다.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크립토닷컴은 전체 직원의 5%인 260명을 해고했다.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브라이언 암스트롱 최고경영자도 지난 14일 전 직원에게 보낸 e메일에서 “암호화폐의 겨울이 장기간 지속할 수 있다”며 “전체 인력의 18%인 1100명을 해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인베이스는 1분기 4억2970만 달러(5560억원)의 손실을 봤다.
NFT(대체불가토큰) 거품도 꺼지고 있다. 블록체인 전문매체 ‘더블록’에 따르면 이번달 첫째 주 NFT 총 거래대금은 3519만 달러(454억원)였다. 지난 4월 둘째 주의 3억6980만 달러(4773억원)에 비하면 10분의 1토막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6일 “지난달 세계 최대 NFT 거래 플랫폼 오픈씨의 매출이 지난해 9월보다 약 90%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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