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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정치권 ‘서해 공무원 피살’소용돌이…당·정·대 총공세에 野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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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이 17일 문재인 정부 때 벌어진 ‘서해 공무원 이대준씨 피살 사건’을 “월북 공작 사건”으로 규정하며 총공세를 폈다. 윤석열 대통령,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등 여권 수뇌부가 일제히 이 사건의 진상 규명을 강조했고, 감사원은 사건 당시 해양경찰청과 국방부의 대응에 문제가 없는지 감사에 착수했다. 대통령실은 검찰의 재수사 가능성을 언급했고,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수사를 공개 촉구했다. 야권은 “전 정권 지우기”라며 반발하고 있어 신·구 권력이 다시 거세게 충돌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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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출근길 도어스테핑 중 취재진 물음에 답변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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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국방부와 해경은 2020년 9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표류하던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북한군 총격에 사망한 뒤 시신이 불태워진 사건과 관련해 “(사건 당시) 월북 시도를 단정한 것은 잘못됐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은 이씨 유가족이 안보실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 공개 청구 소송의 항소도 취하했다. 사건 관련 정보의 일부 공개를 명한 1심 판결이 곧 확정된다는 의미다. 정권 교체 이후 이 사건에 대한 정부 대응이 1년 9개월 만에 정반대로 달라진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 만난 기자들이 ‘정부 판단이 번복된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내가 직접 관여할 문제는 아니지만 앞으로 더 (진상 규명이) 진행될 것”이라며 “조금 기다려보자”고 답했다. 이 사건과 관련한 정부 차원의 추가적인 진상 규명 조치를 시사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발언 뒤 대통령실 관계자는 취재진과 만나 “유가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히면 검찰 재수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 정권에서 벌어진 사건의 검찰 수사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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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더 강한 목소리가 나왔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제 누가, 무슨 이유로, 어떤 경위를 거쳐, 대한민국 공무원의 죽음을 왜곡하고, 유가족의 명예를 훼손했는지 밝혀야 할 차례”라며 “국민의힘은 모든 수단과 방법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회의에서 서울지방경찰청장 출신인 김석기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포함한 관계자 전원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를 촉구한다”며 문 전 대통령을 수사 대상으로 적시했다.

이준석 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 사건을 “월북 공작 사건”으로 규정한 뒤 “사건의 전모는 모두 공개돼야 한다”고 적었다.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 “5·18이나 세월호 참사 등에 있어서 항상 진상 규명을 피해자·유가족 중심주의에 따라서 강하게 주장하던 모습 그대로 월북 공작 사건에 대해서도 (진상 규명 요구)해달라”고 했다. 국회 정보위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해경이 정권 바뀌기 직전에 저한테 사실 양심 선언을 했다. 제 의원실에 와서 ‘수사하기 전에 이미 월북 결론이 나 있었다’고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당 차원의 ‘진상 규명 태스크포스(TF) 구성 계획도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일단 TF를 구성해서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도록 하겠다”며 “누가 진상을 왜곡했고, 그로 인해서 어떠한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고 했는지 철저히 조사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대통령실과 정부의 이번 조치를 다루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MBC ‘뉴스데스크’ 등의 보도가 “악의적”이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요청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는 이날 방송에서 “새로 증거가 나온 것도 아니다. 언론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월북이 아닌데 월북이라고 했다’고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런 내용이 악의적이라는 것이다.

감사원도 재빠르게 움직였다. 감사원은 이날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실에 보낸 답변 자료에서 “(이 사건의) 최초 보고 과정과 절차, 업무 처리의 적법성과 적정성 등에 대해서 정밀 점검할 예정”이라며 “감사원 특별조사국 소속 감사 인력을 투입해 해경 및 국방부 등 사건 관련 기관을 대상으로 즉시 자료수집을 실시하고, 자료 수집 내용을 정리해 본 감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권의 전방위 압박에 야권은 반발했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 (윤석열 정부는) 전 정권 지우기로 방향을 잡은 것 같은데, 지금 그걸 할 때냐”며 “민생이 심각하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사건의 중심에 선 문 전 대통령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당시 상황을 직접 관리했던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휴대전화를 꺼놨다. 서주석 당시 안보실 제1차장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양산에서 별도의 대응이나 입장을 낼 계획은 없다”면서도 “다만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밝혔다는 점을 국민들이 잘 알 것”이라고만 했다.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던 최재성 전 의원도 “군의 SI(특수 정보) 자료 등을 토대로 월북했다고 판단했던 것”이라며 “당시 국방위에서 여야 의원이 (군의 SI 자료를) 열람했고 열람 후 아무도 문제 제기를 안 했다”고 강조했다.

향후 여야는 대통령기록물로 봉인된 사건 당시 관련 자료를 열람하는 문제로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현행법상 대통령기록물로 묶인 국가안보실 자료는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거나 서울고등법원장의 영장 발부를 통해 열람할 수 있다.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출신으로 국회 국방위 간사를 맡고 있는 신원식 의원은 “모든 실체적인 진실인 스모킹건은 대통령기록물로 이관돼 있는 당시 안보실의 조치일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록에 다 기록돼 있다”며 “민주당은 결자해지 차원에서 (기록물 공개에) 동의해 주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하태경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이 사실 천벌 받을 짓이다. 자기들이 가장 혐오하는 짓을 스스로 했다”며 “문 전 대통령이 억울하다고, 결백하다고 생각하면 기록물 공개를 본인이 요청해도 된다”고 했다.

반면 우상호 위원장은 “(자료 열람에) 협조할 생각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사건 당시 여당 의원으로 자세히 보고를 받아 내용을 잘 안다”며 “관련 정보당국 등 월북으로 추정될 수 있는 감청이나 SI 자료를 갖고 월북이라고 보고한 거고, 일부 당국은 그런 자료가 없다고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고는 “어떤 보고를 택할지는 첩보 판단의 문제지 정략이나 이념의 문제냐”고 반문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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