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에 있는 광주은행 한 지점 출입구에 16일 ‘광주상생카드 판매를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강현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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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할인이 중단됐다고 하니까 아쉽네요.”
광주광역시 남구에 사는 이모씨(47)는 2020년 5월부터 매월 광주상생카드를 1인당 월 최고 구매 한도인 100만원씩 사용해 왔다. 광주상생카드는 50만원 한도의 선불카드는 45만원에 구매할 수 있고, 체크카드는 45만원을 내면 50만원까지 충전된다.
이씨는 16일 “배우자도 같은 금액을 사용해 매월 20만원의 추가 소득이 생기는 셈이었다”면서 “매월 아이들 학원비 80만원을 비롯해 식료품 구매, 외식, 자동차 주유 등에도 사용했는데 할인이 중단되면 굳이 구매할 이유가 있느냐”고 했다.
광주상생카드처럼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지역주민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지역사랑상품권’이 위기를 맞고 있다. 지역상품권은 최대 10% 할인을 기반으로 전국 모든 지역에 도입됐을 만큼 일상화됐다. 지난해 판매액은 23조6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최근 할인을 중단했거나 1인당 구매 한도를 축소하는 지역이 늘고 있다. 정부 지원 예산이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지역상품권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왔던 정부 입장도 변하면서 하반기에는 혜택을 줄이는 지자체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상생카드 판매를 대행하고 있는 광주은행은 지난 9일부터 광주상생카드 판매와 충전을 중단했다. 광주상생카드의 판매가 중단된 것은 발행 3년 만에 처음이다. 제주도도 ‘탐나는전’의 10% 할인 판매를 지난 4월21일 중단했다. 인천시는 하반기부터 사용액의 10%를 돌려주는 ‘인천e음’의 캐시백 한도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인당 구매 한도를 축소한 지자체도 여럿이다. 충북 청주시는 지난 13일부터 1인당 월 50만원까지였던 ‘청주페이’ 구매 한도를 30만원으로 줄였다. 전북 전주시도 올해부터 ‘전주사랑상품권’의 1인당 구매 한도를 연간 36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줄였다. 경기 수원시는 이달부터 ‘수원페이’ 충전 시 지급했던 인센티브를 10%에서 6%로 낮췄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지자체가 발행하고 해당 지역 내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대기업 등이 운영하는 대형할인점이나 백화점 등에서는 사용할 수 없고 소상공인 가게에서만 쓸 수 있다. 애초 5% 안팎의 할인 혜택에도 발행 지자체가 많지 않았던 지역상품권은 정부 지원과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크게 확산했다.
정부는 2018년 전북 군산과 거제, 고성, 영암을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하고 지역상품권의 10% 할인 판매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2020년 소비 부양책으로 지역상품권 지원 예산을 크게 늘렸다. 2019년 884억원을 지역상품권 발행에 지원했던 정부는 2021년에는 지원금을 1조2522억원으로 늘렸다.
할인 폭이 커지자 지역상품권을 발행하는 지자체와 판매금액 모두 급증했다. 지역상품권은 현재 232개 자치단체가 도입했다.
2018년 3714억원에 불과했던 국내 지역상품권 판매액은 2019년 3조3255억원으로 늘었다. 2020년에는 13조3200억원이 판매됐고 2021년 판매액은 23조5881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4월까지 판매액이 9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5% 증가했다.
주민 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았지만 지역상품권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정부의 올해 지역상품권 발행 지원금은 지난 5월 추경에 반영된 1000억원을 포함해 7053억원으로 지난해의 56% 수준이다. 지자체들은 정부 지원 없이는 10% 할인 유지가 어렵다는 견해를 보인다.
광주시 관계자는 “지역상품권이 신용카드보다 경쟁력을 가지려면 어느 정도의 할인율이 보장돼야 하는데 지자체 재정만으로 10%는 어렵다”면서 “민선 8기가 출범하면 할인폭 조정 등을 논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지역상품권 지원에 대해 사실상 재검토에 들어갔다. 정부는 최근 용역을 발주하고 중장기적 지역상품권 지원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10% 할인 효과를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역상품권은 ‘지자체 사무’인 만큼 할인율을 유지하려면 해당 지자체에서 부담해야 한다”면서도 “많은 국민이 지역상품권을 신뢰하고 있는 만큼 할인율 조정 등 연착륙을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윤상용 조선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역상품권은 수도권으로 소비가 집중되는 것을 막아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순기능이 확실하다”면서 “재정효율만을 따지기보다는 지역상품권의 효과를 확대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석·이삭·박준철·박미라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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