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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이슈 물가와 GDP

'닥치고 물가'…경착륙 불사 Fed 다음달에도 '자이언트 스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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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의장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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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물가'. 28년 만에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메시지는 확실했다. '일단, 무조건, 물가를 잡는다'다. 이를 위해 경착륙도 불사한다는 결기다. 다음 달에도 최소한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은 밟겠다는 예방주사까지 놨다.

'인플레 파이터'의 펀치는 예상보다 더 강력해졌다. 시장은 반색했다. 4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는 물가에 겁먹은 탓에, 물가 안정 의지를 다지는 Fed의 강공 모드에 오히려 가슴을 쓸어내리며 주가 상승으로 화답했다. 하지만 이런 안도감도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뛰는 물가와 그에 따른 긴축이 몰고 올 경기 침체의 그림자가 짙어서다.



자이언트 스텝 밟고, 성장률 낮추고 물가 올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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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Fed는 14~15일(현지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준(정책)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Fed의 자이언트 스텝은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 때인 1994년 11월 이후 28년 만이다. 거인의 발걸음에 미국의 기준금리는 단숨에 연 1.5~1.75%가 됐다.

Fed의 '긴축 페달'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늘의 0.75%포인트 인상은 이례적으로 큰 것"이라면서도 "오늘의 관점에서 볼 때 다음 회의에서 0.5%포인트 또는 0.75%포인트 인상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음 달 연속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이번 FOMC 메시지는 뚜렷했다. 우선순위는 '경기'보다 '물가'에 있다는 것이다. FOMC는 이날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낮추고, 물가 전망치는 높여 잡았다. 그러면서 기준금리 수준 전망도 상향 조정했다.

Fed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2.8%에서 1.7%로 큰 폭으로 낮췄다. 내년은 2.2%에서 1.7%까지 내렸다. 올해 실업률도 3.5%에서 3.7%로 소폭 올렸다. 인플레이션을 보여주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올해 전망치는 5.2%로 3월(4.3%)보다 0.9%포인트나 올려 잡았다.



점도표 통해 올해 말 정책금리 3.4%로 대폭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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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낮아진 성장률과 높아진 물가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물가 상승) 우려를 부추긴다. 그런데도 Fed는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Fed 위원들의 금리 전망치를 담은 점도표에서 위원들은 올해 말 기준금리가 연 3.4%(중간값)까지 오를 것으로 봤다. 이전 전망치인 1.9%에서 크게 올려 잡은 것이다.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3.4%까지 끌어올리려면 올해 말까지 추가로 기준금리를 1.75% 인상해야 한다. 올해 남은 4번의 FOMC(7월, 9월, 11월, 12월) 일정을 고려하면 다음 달 0.75%의 인상을 예고한 것과 다름없다는 시장의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소시에테 제너럴은 "점도표상으로 보면 Fed가 앞으로 '0.75%+0.5%+0.25%+0.25%포인트' 혹은 '0.5%+0.5%+0.5%+0.25%포인트'로 금리를 인상할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빠르고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기 둔화와 침체는 인플레가 어느 정도 진정된 뒤 대응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긴축의 가속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에 대해 파월은 "Fed가 연착륙을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현재는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는 것이 모두의 이익과 강한 노동시장의 지속을 위해 가장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인상은 미국 경제를 압박하면서까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가장 공격적인 조치"라고 평했다.



시장은 안도 랠리, 전문가 "오래 못 갈 것"



Fed가 자이언트 스텝이란 강펀치를 날렸지만, 시장은 안도 랠리를 이어갔다. 15일(현지시각) 미국 다우존스(1.0%)와 S&P500(1.46%), 나스닥(2.5%) 등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모두 상승 마감했다. 16일 코스피와 코스닥은 2%가량 급등하며 거래를 시작했지만, 상승 폭을 줄였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0.16% 오른 2451.41에, 코스닥은 전날보다 0.34% 오른 802.15에 장을 마감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자이언트 스텝이 이미 예고됐던 만큼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 Fed와 시장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각 차이가 좁혀진 데 대한 안도 랠리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선임연구위원은 “FOMC 불확실성 해소에 기술적 반등이 이뤄졌으나, 결국 경기 침체 등 잔존한 불안 요소에 상승 폭이 제한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7월 발표될 물가와 경기침체 우려도 변수



하지만 시장을 짓누르는 요인이 사라진 건 아니다. 커진 경착륙 우려와 다가오는 경기 둔화 신호는 언제든 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정명지 팀장은 “Fed가 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낮춘 만큼 향후 시장은 경착륙과 경기침체의 가능성을 의심할 것”이라며 “특히 7월 실적 발표 시즌에 기업 실적 둔화와 여러 경제 지표들이 확인되면 변동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와의 전쟁에 나선 Fed가 얼마나 빨리 승기를 잡을지도 변수다. 다음 달 발표될 6월 물가지표를 확인하기 전까지 시장의 변동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7월 중순에 발표될 물가 지표를 통해 물가 정점 통과(피크 아웃)를 확인하고, 물가 상승률이 8%대 아래로 내려가야 시장이 안도하겠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월가의 투자자들도 Fed의 장밋빛 전망에 회의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의 투자 전문 매체 마켓워치는 “Fed가 여전히 환상의 나라에 살고 있다”며 "물가상승률이 둔화한다면 실업률은 Fed의 예상보다 확실히 더 올라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Fed가 2024년에는 물가가 2.2%로 내려가고, 실업률은 4.1% 오르는데 그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을 반박한 것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TCW의 스테판케인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전례 없는 경제 환경에서 Fed의 정책 최우선 순위로 물가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경제가 연착륙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면서 “Fed의 과도한 긴축이 결국 경기 침체를 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영국도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16일(현지시간) 영란은행(BoE)은 기준금리를 1.25%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영란은행은 지난해 12월 세계 주요 중앙은행 중 최초로 금리 인상에 나선 뒤 이번까지 5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올렸다.

김연주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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