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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독이 가장 좋아하는 남자…'디즈니 거물' 7분만에 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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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디즈니 엔터테인먼트 콘텐트 책임자 피터 라이스(왼쪽)와 배우 겸 영화감독 대니 스트롱이 4월 백악관 행사에 참석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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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차기 최고경영자(CEO) 물망에 올랐던 거물급 임원이 하루아침에 해고됐다. 디즈니 엔터테인먼트 콘텐트 최고책임자인 피터 라이스(56)는 지난 9일(현지시간) 밥 체이펙 CEO와 만난 자리에서 해고됐다. 텔레그래프는 15일 “할리우드에서 가장 강력한 영국인을 무너뜨린 잔인한 해고”라면서 그 의미와 배경을 분석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라이스는 체이펙 CEO와 7분간 만난 자리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라이스가 그 이유를 묻자 체이펙은 “(당신은) 디즈니 문화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업계에도 충격이었다. 라이스는 지난해 8월 2024년 말까지 계약을 갱신했고, 3주 전까지만 해도 발표회에 체이펙과 나란히 참석했기 때문이다. 라이스는 ABC와 디즈니 채널, 디즈니 플러스 등 디즈니 플랫폼에서 300여개 TV 프로그램을 총괄했다. 그가 다루는 예산은 연간 100억 달러(약 12조 8360억원)로, 연간 20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그는 최근 매주 직원들에게 보내던 주말 메시지를 통해 “격변의 시기에 가장 위대하고 창의적인 산업에서 함께해 영광이었다”며 “우리의 스토리는 함께 일하는 작가, 감독, 프로듀서, 배우, 예술인들의 상상력과 예술성에 달려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의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어내기 위해 함께 일하는 건 정말 재미있었다”며 “이제 함께하진 못하지만, 언젠간 다시 만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7분 해고…미래 경쟁자 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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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CEO 밥 체이펙.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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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영국 노팅엄대학교를 졸업한 뒤 1989년 21세기 폭스에 입사했다. 다니엘 보일, 브라이언 싱어 등 유명 영화감독들과 작업하면서 친분을 쌓았고 영화 ‘물랑루즈’, ‘엑스맨’, ‘인디펜던스 데이’ 등 제작에도 참여했다. 2012년 폭스 네트웍스 그룹 CEO로 취임한 이후 최다 에미상 수상 기록을 세웠고 2017년 21세기 폭스 사장에 임명됐다. 디즈니가 2019년 폭스를 인수할 때 디즈니에 합류했다.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루퍼트 머독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으로도 알려졌다.

해고 사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일각에선 라이스가 최근 플로리다주 동성애 규제 정책에 공개적으로 반대했기 때문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체이펙은 이에 대한 입장 발표를 꺼렸지만, 라이스는 “기본적으로 인권침해”라며 “(성 소수자의) 정체성을 이유로 개인을 소외시키려는 어떤 시도도 비난한다”고 밝혔다. 라이스가 다른 부서와 정보를 공유하거나 협력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또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는 체이펙이 라이스 해고를 통해 조직 내 힘을 과시하는 동시에 차기 CEO 잠재적 경쟁자를 견제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디즈니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실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스칼렛 요한슨이 지난해 영화 ‘블랙 위도우’ 출연료 계약 위반을 이유로 디즈니에 소송을 제기하는 등 안팎으로 난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체이펙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할리우드 붕괴의 상징”



라이스의 해고는 “할리우드의 모든 것이 붕괴했다는 상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디즈니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영화와 TV가 지배했던) 오랜 비즈니스 모델이 무너지고 스트리머(OTT)가 지배하는 테크 회사로의 변화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대중이 무엇을 선택할지 예측하는 알고리즘이 틀릴 수 있다는 걸 깨달은 모든 이들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 않다면 넷플릭스가 지금의 문제를 겪지 않을 것”이라면서다.

넷플릭스는 최근 지난 1분기 실적 악화로 직원 150명을 감축했다. 넷플릭스는 지난달 1분기 실적 발표에서 가입자 수가 20만 명 감소했고, 앞으로도 수백만 명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가는 최근 6개월간 75% 하락했다. 텔레그래프는 “넷플릭스는 이제 작품 수를 줄이되 규모를 키워 한 달에 한 작품만 내놓는 소수 전략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본질적으로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똑같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기존 영화 제작사와 OTT 간 경쟁이 불가피해졌다는 의미다.

텔레그래프는 “디즈니 수장 체이펙은 이 모든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며 “그가 라이스를 해고한 직후 기다렸다는 듯이 체이펙 지지 성명을 발표한 디즈니 이사회는 소련의 권력 투쟁 절정기 때와 흡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유혈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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