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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시신 소각에 "사실 확인 필요" 이랬던 軍 "靑 지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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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년 전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 씨가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자신의 사무실에서 동생이 월북했다고 단정할 근거를 찾지 못했다는 해경 발표를 지켜본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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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16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북 해상에서 북한군에 총살된 공무원 유가족에게 사건 발생 1년 9개월 만에 공식 사과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군 당국이 조사 결과를 설명하면서 감청정보를 바탕으로 “자진 월북으로 추정된다”고 했던 부분과 관련해서다.

하지만 당초 유가족이 요청했던 조사자료 등 관련 문건은 군사기밀 등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전 정부가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한 청와대 보고 내용의 향후 공개 여부를 놓고 정치권에서 뜨거운 공방이 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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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가 지난달 14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 앞에서 정보공개청구 신청서와 항의문을 해경에 전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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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이날 오후 공지문을 통해 “해경의 수사 종결과 연계해 관련 내용을 다시 한번 분석한 결과, 실종 공무원의 자진 월북을 입증할 수 없었다”며 “북한군이 우리 국민을 총격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운 정황이 있었다는 것을 명확하게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날 해경은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당시 월북했다고 단정할 근거가 없다는 최종 수사 결과를 내놨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지난 2020년 9월 22일 발생했다. 전날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어업지도선에 타고 있던 40대 남성 공무원 한 명이 실종됐는데, 이튿날 북한군 단속정이 표류한 남성을 사살한 뒤 시신을 불태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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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당시 군 당국은 사건 경과를 설명하면서 월북 가능성을 내비쳤다. 국방부는 9월 24일 "(북한이) 우리 국민에 대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다"면서 북한의 만행을 강력 규탄한 뒤 이어진 질의응답 과정에서 피살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답변했다.

당시 군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SI(Special Intelligenceㆍ특수정보) 분석 결과 군의 1차 판단은 월북”이라며“북한군이 상부에 보고하는 내용을 입수했는데, 문맥상 해수부 공무원이 의도를 갖고 북한으로 넘어갔다고 해석했다”고 말했다.

북한군의 보고 내용은 해수부 공무원의 이름·나이·고향·키 등 신상 정보와 그가 월북 의사를 밝힌 정황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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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피격으로 서해상에서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유가족이 지난 1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진상 규명을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의 편지를 반환 및 청와대 정보공개 승소판결에 관한 입장 표명을 하고 있다. 당시 유가족측 변호사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소송에 승소판결을 받았으나 청와대 국가안보실 측이 현재 항소를 한 상태이며, 청와대 관계자는 유족의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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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군 관계자는 “나중에 생각해보니 북한군이 총을 들고 나타나 해수부 공무원이 위협을 느껴 월북했다고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해경은 도박으로 인한 빚 등을 이유로 '자진 월북'에 무게를 두고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2년 전 이와 같은 설명을 한 것과 관련, 국방부는 “피살된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해 국민께 혼선을 드렸다”며 “보안 관계상 모든 것을 공개하지 못함으로 인해 보다 많은 사실을 알려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국방부는 또 당시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언론에 입장을 바꿔 설명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같은 해 9월 27일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로부터 사건 관련 주요 쟁점 답변 지침을 받은 뒤 "시신 소각이 추정되며,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공동조사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이는 앞서 9월 24일 우리 국민에 대한 총격과 시신을 불태운 만행을 언급한 국방부의 입장문과 맥락이 전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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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최북단 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후 북한군에 피격·사망한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가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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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9월 25일 "10여발의 총탄으로 불법 침입자를 사격했다. 우리 군인들은 불법 침입자가 사살된 것으로 판단한 뒤 부유물을 소각했다"는 내용의 대남통지문을 보낸 뒤 벌어진 일이다. 북한이 시신 소각을 부인하자, 국방부는 청와대의 지시대로 당초 발표에서 한 발 물러난 것이다.

문재인 정부 차원의 사건 축소 논란이 일어나는 이유다. 당시 정부는 한반도 종전 선언을 추진하면서 북한을 몰아세우지 않으려 사건을 서둘러 덮으려 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북한이 9월 25일 대남통지문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전하자, 당시 정부는 "매우 신속하고 이례적인 사과"라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12월 공개적으로 “문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숨기고 싶나. 정부의 무능인가 아니면 북한의 잔혹함인가”라며 “집권하면 사건 당시 관련 자료를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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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3일 당시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공무원의 유가족과 면담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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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날 정부는 해경의 수사 자료가 아닌 당시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군 조사 자료는 공개하진 않았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군사기밀이 담긴 당시 정보를 공개하면 군의 정보자산이 노출될 위험이 있어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보유했던 사건 당시 군의 보고 사항 등 핵심 자료도 임기 만료 후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15년간 들여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정보공개 청구 소송을 진행해온 피살 공무원의 유가족은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하기 위한 법적 대응을 계속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이철재ㆍ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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