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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정책 유턴…공주보 물 채우고, 세종보 철거 재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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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15일 금강 공주보(洑)의 수문을 닫고 물을 담기 시작했다. 앞서 최민호 세종시장 당선인은 “(지난해 1월 해체가 결정된) 세종보를 살려 수자원을 확보하고 세종시 금강 주변 친수 공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정부 환경 정책의 상징인 4대강 조사평가단 조직이 오는 30일 공식 해산하고 태스크포스(TF) 형태로 크게 축소된다. 사실상 4대강 정책 선회의 신호탄으로 해석되면서 환경단체의 반대 등 논란이 예상된다.

공주보는 15일 수문을 닫았다. 환경부가 최근 들어 가뭄 피해가 심한 공주 시내 농경지들을 답사한 뒤 이같이 결정했다. 공주보는 2012년 8월 준공된 이후 매년 가을 열리는 백제문화제 기간에 한시적으로 닫았지만 가뭄 때문에 수문을 닫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 보의 수문을 2017년 6월부터 부분 개방한 데 이어 이듬해 3월부터는 전면 개방했다. 이로 인해 금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주변 지역 농경지에서 물 부족으로 인한 피해가 잇달았다.

세종보 운명 1년반 만에 뒤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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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5일 금강 공주보 수문을 닫고 물 담기를 시작했다. 극심한 가뭄으로 농업용수 확보에 비상이 걸리면서다. 최민호 세종시장 당선인은 세종보 철거를 반대하고 나섰다. 문재인 정부 국가물 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월 세종보는 완전 해체, 공주보는 부분 해체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사진은 지난 13일 공주보.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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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문재인 정부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월 19일 금강 세종보와 영산강 죽산보는 전면 해체, 공주보는 상부 교량인 공도교를 유지하는 선에서 부분 해체하기로 했다. 또 금강 백제보와 영산강 승촌보는 상시 개방하기로 했다. 해체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다.

그동안 환경단체 등은 “강은 흘러야 한다”며 보 해체를 주장해 왔다. 공주참여자치시민연대 등은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의 생명을 죽인 4대강 사업이라는 망령을 깨워 부활시키려는 것이 아니라면 담수를 중단하고 실제적인 가뭄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강보 해체를 놓고 주민들도 의견이 엇갈려 왔다. 공주보 주변 농민들은 “공주보 수문 개방으로 금강 수위가 낮아져 지하수가 부족해졌다”고 주장했다. 특히 쌍신동과 우성·사곡면, 유구읍 일대 농경지는 공주보 개방으로 금강 물이 줄어들어 모내기를 제때 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윤응진 공주보 철거 반대 투쟁위원회 사무차장은 “금강 수위가 내려간 데다 최근 가뭄까지 심해 지하수만으로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일부 주민들은 “보를 없애면 녹조가 발생할 일도 없어 항상 깨끗한 강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금강보 하류에 있는 백제보 주변 농민 김모씨는 “백제보가 없을 때도 농사는 지었기 때문에 철거해도 상관없다고 하는 주민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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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5일 금강 공주보 수문을 닫고 물 담기를 시작했다. 극심한 가뭄으로 농업용수 확보에 비상이 걸리면서다. 최민호 세종시장 당선인은 세종보 철거를 반대하고 나섰다. 문재인 정부 국가물 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월 세종보는 완전 해체, 공주보는 부분 해체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세종보의 모습.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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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보 담수가 결정되자, 금강 상류에 있는 세종보의 수문도 닫아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최민호 당선인은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상래 행복도시건설청장(행복청장)을 만나 ▶세종보 물 확보 ▶도시교통체계 전면 개편 ▶대전·세종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3대 주요 현안으로 꼽았다. 최 당선인이 “세종보를 살려 수자원을 확보하고 친수 공간을 만들겠다”고 하자 세종시 신도시 건설을 담당하는 이상래 청장도 “금강에는 보가 필요하다”며 공감을 표시했다.

한편 2018년 8월 보 개방에 따른 효과를 조사하고 보 처리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만들어진 4대강 조사평가단 조직이 30일 공식 해산한다.

15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오는 7월 1일부터 환경부 물관리정책실 산하에 4대강 조사평가 업무를 전담하는 TF(Task Force, 임시조직)가 설치된다. TF 활동 기한은 올해 연말까지다. 조사평가단은 실장급(1급)이 지휘하는 대규모 조직이었지만 TF는 과장급(4급) 조직으로 대폭 축소된다. 조사단에 의견을 전달했던 전문위원회·지역주민 협의체도 해산할 전망이다.

환경부는 최근 4대강 조사평가단 활동 기한을 다시 연장할지를 두고 논의했지만 결국 해체를 결정했다. 조사평가단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4대강 정책 결정은 4대강 유역청과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 때 4대강 재자연화 폐지 공약

4대강 조사평가단이 해체하는 건 46개월 만이다. 2018년 8월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훈령으로 보 개방에 따른 효과·영향에 대한 조사·평가와 보의 처리계획 수립을 수행하기 위해 조사평가단을 설립했다. 훈령상 활동 기한은 2020년 6월 30일까지였지만 환경부의 결정으로 한 차례 연장됐다. 조사단은 그동안 16개 보 중 2개를 전면 개방하고 7개를 부분 개방하는 등의 성과를 냈다.

문재인 정부 환경부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했던 조사평가단 조직이 사라지면서 4대강 관련 정책이 본격적으로 선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2월 후보자 시절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당 정권은 이명박 대통령이 한 4대강 보 사업을 폄훼하고 부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였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환경비서관 출신인 한화진 환경부 장관도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4대강 사업은 다목적 사업인데, ‘보’의 기능에만 집중해 단기적 평가를 한 부분은 아쉽게 생각한다”며 정책 재검토를 시사했다.

환경단체에선 새 정부가 이전 정부의 연구 자료를 무시한단 비판이 나왔다. 낙동강·한강 보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고, 금강·영산강 보 처리 이행 방안이 추진되지 않아 조사평가단의 역할이 아직 필요하다고도 했다. 정규석 녹색연합 협동사무처장은 “지난 4년간 국민 세금을 들여 전문가들이 만든 수많은 연구가 무위로 돌아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방현 기자, 편광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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