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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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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처럼 대만·남중국해 도발? 시진핑 '군사행동 요강'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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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對우크라 ‘특별군사행동’과 비슷

“대만 도발 노린 ‘법률전’ 포석” 해석 나와

중국 국내 반대 세력 향한 엄포용 시각도

중앙일보

지난 2021년 7월 1일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천안문 연설 도중 움켜쥔 주먹을 치켜 올리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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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서명한 ‘군대의 비(非)전쟁 군사행동 요강(시행령, 이하 요강)’이 15일 시행에 들어갔다.

대만과 서구 언론은 중국의 갑작스러운 ‘비전쟁 군사행동’ 법제화가 향후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도발한 뒤 ‘특수 군사행동’으로 합리화 하려는 ‘법률전’의 일환으로 분석했다. 지난 2월 러시아가 이른바 ‘비군사화’와 ‘탈나치화’를 이유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특수 군사행동’이라고 주장한 것을 모방했다는 해석이다.

중국공산당(중공) 기관지 인민일보와 인민해방군 기관지 해방군보는 14일자 1면 머리기사로 시 주석이 군통수권자인 중앙군사위 주석 명의로 ‘요강’을 선포한 기사를 실었다. 6장 59개 조로 이뤄졌다는 ‘요강’의 구체 내용은 공개하지 않아 고질적인 불투명성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대신 ‘요강’의 취지를 장황하게 설명했다. 신문은 “‘요강’은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의 지도를 견지하고, 시진핑 강군 사상을 관철하며, 총체적인 국가안보관에 따라, 위험과 도전을 효과적으로 해소하며, 돌발 사건에 대처하고, 인민 군중의 생명과 재산 안전을 보호하고, 국가주권·안전·발전이익을 수호하며, 세계 평화와 지역의 안정을 수호한다”면서 “군사역량의 운용 방식을 혁신했다”고 강조했다.

‘요강’의 취지를 놓고 군사 전문가들은 ‘국가주권의 수호’와 ‘군대 운용의 혁신’에 주목했다. 대만의 치러이(亓樂義) 군사평론가는 “중국이 처음으로 ‘요강’을 발표한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있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취한 행동을 침략이 아닌 ‘특수 군사행동’으로 정의하고, ‘나치 반대’를 목적으로 내세웠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지적했다. 이어 “중공이 향후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취할 수 있는 군사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해 ‘법률전(法律戰)’으로 복선을 사전에 깔아 놓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중국이 대만을 무력 침공한 뒤에 국내의 분열 세력을 해결하기 위한 ‘비전쟁 군사행동’에 돌입했다고 주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앙일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9년 10월 1일 건국 70주년 열병식 중 사열에 나서 "동지들 잘 있습니까"를 외치면 장병들은 "주석 안녕하십니까"로 답했다. 이는 군내 시 주석의 확고한 위상을 방증한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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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번 ‘요강’ 발표를 전후해 중국은 대만 압박 강도를 높였다. 12일 웨이펑허(魏鳳和) 국방부장이 싱가포르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 “만일 누군가 대만을 분열시킨다면 전쟁을 불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왕원빈(王文斌)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대만해협의 폭은 130㎞~407㎞에 불과하다”며 “중국의 내해·영해·접속수역이자 경제수역”이라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여기는 ‘국제수역’은 아니라는 논리다.

‘요강’의 개입 규정이 지나치게 포괄적인 점도 논란이다. 궁샹성(龔祥生) 대만 국가 안전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개입과 반(反)개입, 회색지대 충돌까지 전쟁 직전은 모두 평화 시기의 ‘비전쟁 군사행동’에 속한다”며 “세계 평화와 지역 안정을 수호한다는 표현은 중국이 우려하는 모든 상황을 다 기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9년 중국이 발표한 ‘군대의 비전쟁 군사행동 능력 건설 계획’ 이후 13년 만에 평화 시기의 모든 군사작전을 합법화시켰다는 분석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14일 대만 관영 중앙통신사는 “지난 2010년 뤄위안(羅援) 중국 군사과학원 세계군사연구부 부원장이 비전쟁 군사행동 법률 제정을 촉구한 바 있다”며 “오는 연말 20차 전당대회 소집을 앞둔 시점에서 시진핑이 ‘요강’을 발표한 점이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요강’이 중국 국내용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1989년 6·4 천안문 민주화 운동 당시 학생 지도자였던 왕단(王丹)은 14일 페이스북에 “국내 반대 세력을 두렵게 만들면서 대만까지 겨냥했다”며 “‘요강’은 시진핑이 이미 대만 공격을 결정했음을 보여주지 않으며, 미·중 대결에서 카드를 한 장 더 보탠 것일 뿐”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또 다른 중화권 한 평론가는 “20차 전당대회와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임박한 시점에서 시 주석이 반대 세력에게 ‘돌발 사건’을 내세워 군대도 동원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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