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위 가입 지지…독일·프랑스 등 일부 회원국 반대
다음 주 EU 정상회의 후보국 결정 논란 예고
우크라이나 국기(좌)와 유럽연합(EU) 깃발 |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EU) 가입 후보국 지위를 얻기 위해 총력외교를 펼치는 가운데 EU 집행위원회가 우크라이나에 후보국 지위를 부여할 것을 권고하는 의견을 낼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후보국 문제를 논의한 EU 집행위 회의에서 후보국 지위 부여를 권고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EU 관리들의 말을 인용, EU 집행위원들이 전쟁으로 인한 우크라이나 국민의 희생을 잘 알고 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를 차지하려는 야망이 실패했음을 알려주는 강력한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한 고위 EU 관리는 "EU 집행위는 유럽에서 유일하게 우크라이나 국민이 EU 깃발을 들고 거리에 나섰다가 총에 맞아 숨진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우리는 그들에게 '미안하다. 당신들은 깃발을 잘못 흔들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EU 집행위는 17일 우크라이나의 후보국 지위 부여 여부와 관련한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다. 23∼24일 EU 정상회의에서 27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승인하면 우크라이나는 후보국 지위를 부여받고, 정식 가입을 위한 본격 협상에 들어가게 된다.
폰데어라이엔(왼쪽) EU 집행위원장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지지하며 가입 절차에 최대한 속도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4월 우크라이나에 질문지를 전달하면서 답변 절차가 완료되면 통상 수년이 걸리던 가입 자격 논의 개시 결정이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수주 만에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나흘만인 2월 28일 EU 가입을 신청하면서 특별 절차를 통해 가입을 즉시 승인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EU는 새로운 특별 절차를 마련할 수는 없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EU 가입 절차를 '지체하지 않고'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초 EU 가입을 위한 질문지 작성을 완료해 EU에 제출했다.
EU 가입 신청국은 자국의 사회 제도나 경제 구조 등이 EU의 평가 기준에 부합하는지 이 질문지에 맞춰 세밀하게 답변해야 한다.
수천 개에 달하는 질문지 문항에 전부 답변하는 데 통상 수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우크라이나는 단 한 달 만에 모든 답변 절차를 끝냈다.
EU 집행위의 지원에 힘입어 질문지 답변 절차를 신속하게 완료한 우크라이나는 후보국 지위를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EU 가입 후보국 지위를 승인받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우크라이나는 가입 신청에서 후보국 지위를 얻기까지 불과 4개월 걸린 셈이며 이는 이례적으로 신속한 진행이다.
이 같은 EU의 입장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EU의 확고한 지지를 보여주는 것이며 아울러 러시아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EU 가입 답변서 전달하는 우크라 대통령 |
그러나 독일이 러시아의 반발을 우려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신속 가입 절차에 반대하고 프랑스는 EU 가입 대안을 제시하고 있어 후보국 지위 결정이 순조롭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네덜란드와 일부 북유럽 국가도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쳤고 오래전부터 EU 가입을 추진해온 서부 발칸 국가와 형평성 문제도 거론된다.
EU 소식통들은 후보국 결정이 임박한 상황에서 적어도 3개국이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논란 때문에 EU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조건부로 후보국 지위를 부여하거나 혹은 공식 후보국 지위에 못 미치는 자격을 주는 방안이 검토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한 우크라이나가 후보국 지위를 얻는다고 해도 가입 협상이 매우 까다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후보국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사법권 독립 등 민주국가 체제를 갖춰야 하며 인권을 보장하고 소수자에 대한 보호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또 시장경제가 기능해야 하며 공정한 경쟁이 보장돼야 한다. EU의 법률체계를 수용하고 경제통화동맹에도 참여해야 한다.
이런 기준을 충족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EU와 후보국은 30여 개로 세분된 분야에 대한 협상과 검증작업을 진행한다. EU와 오랜 기간 어려운 가입 협상을 벌여야 하는 후보국은 EU에서 일정한 재정, 행정, 기술적 지원을 받게 된다.
우크라이나는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크림 자치공화국)를 합병하고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반군을 러시아가 지원한 이후 EU 가입을 추진해왔다.
EU는 우크라이나에 친서방 정권이 들어선 직후인 2014년 6월 우크라이나와 자유무역지대 창설을 포함하는 '포괄적 협력협정'을 맺고 우크라이나의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지원했다. EU·우크라이나 간 자유무역협정(FTA)은 2016년 1월 발효했다.
우크라이나는 2019년 2월 개헌을 통해 EU 가입을 국가 주요 목표로 설정했다.
EU는 그동안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내전 상황이 계속된다는 이유로 가입 절차 개시를 주저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침공으로 상황이 급변하면서 신속하게 가입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비록 우크라이나가 EU 가입 절차를 모두 통과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가입 진행만으로도 러시아엔 침공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고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
songb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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